연합뉴스가 탐사보도팀을 발족했다. 속보와 스트레이트 기사 중심의 통신사가 긴 호흡으로 사안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이례적이다. 

지난 18일자로 탐사보도팀장을 맡게 된 임화섭 기자는 19일 통화에서 “일상 업무 부담을 줄이되 긴 호흡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본질을 보여주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연합뉴스에 기획취재팀이 존재한 적은 있었지만 ‘탐사보도팀’이라는 이름으로 팀 조직이 운영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조직도 내 부서에서 임의로 꾸린 팀이 아니라 엄연히 조직도상 존재하는 공식 팀이다.

임 팀장 직급이 차장인데도 18일자 부장급 인사에서 임명됐다는 사실은 조직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임 팀장은 “아직 팀원들이 확정되진 않았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소수 정예로 움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에도 언론사 탐사보도팀 규모는 2~3명 수준”이라며 “이들이 하는 일은 첩보를 수집하고 기초 조사를 하는 일이다. 그뒤 사건팀 쪽 인재를 지원 받아 보도를 쏟아내곤 한다”고 말했다.

▲ 임화섭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장. 사진=연합뉴스
▲ 임화섭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장. 사진=연합뉴스
그는 “원래 탐사의 어원은 ‘인베스티게이트’(investigate·조사하다)다. 탐사는 사건기자 영역인 것”이라며 “탐사보도에서 가장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폭로다. 현장과 목격자들을 취재하고 또 수사기관까지 함께 할 때 제대로 된 폭로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수 정예로 운영될 연합뉴스 탐사보도팀도 고급 정보를 수집하는 데 주력했다가 취재 활동을 늘려나가면서 최종 사건 폭로에 이를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임 팀장 역시 오랜 기간 사회부 기자로 활동했다. 경찰을 출입하며 ‘시경 캡’ 등을 맡았다. 시경 캡은 서울 시내 경찰서를 출입하는 자사 기자들의 사건 취재 및 기사 작성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이다. 언론사 내에서 정보가 가장 많이 모이는 자리 가운데 하나다.

임 팀장은 2007년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 사건을 파헤쳤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 폭행 사건, 김포외고 입시 문제 유출 사건 등도 보도했다. 사건 현장에 강점이 있는 통신사 기자이자 특종 기자인 임 팀장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임 팀장은 “좁은 의미의 사건 보도뿐 아니라 사람들이 읽어보고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결과물을 내놓고 싶다”며 “옳은 소리를 잘 정리한 보도가 탐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를 테면 신정아 사건이 한국사회의 학벌주의를 드러냈듯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본질을 폭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1998년 12월 연합뉴스에 입사했다. 사회부, 영문뉴스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획취재팀, 샌프란시스코 특파원, IT의료과학부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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