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통해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했다. ‘동의’를 누르며 지나칠뻔한 순간 ‘[카카오 모빌리티]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눌러보니 ‘카카오 택시’의 ‘탑승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카카오뱅크’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카카오 택시’ ‘카카오 쇼핑’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택시’ 이용정보를 요구하는 게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약관을 통해 “여신거래와 관련한 금리 또는 여신한도 설정, 신용평가 및 신용리스크 관련정책 수립을 위한 데이터 분석”을 목적으로 카카오택시 탑승정보와 카카오 쇼핑 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히고 있다.

▲ 카카오뱅크 캡쳐화면.
▲ 카카오뱅크 캡쳐화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전문은행만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요구 받았고, 경제활동 데이터를 통해 신용평가에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라며 “개인의 신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주회사인 카카오의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자신들이 수집하는 ‘택시 탑승정보’는 최근 6개월 간 ‘탑승횟수’와 목적지 거리정보를 토대로 추산하는 ‘예상금액’이며 어디에서 어디까지 이동했는지 등 민감한 위치정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쇼핑의 경우 6개월 간 카카오톡 기프티콘 선물하기 등의 구매횟수, 환불횟수, 누적액만 수집하고 무엇을 쇼핑했는지는 수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보로 개인의 신용등급을 파악할 수 있을까. 택시 이용은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 택시를 타더라도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문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데이터를 쌓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용도가 나온건 아니다”라며 “ 장기적으로 유효한 정보가 되는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정보라 하더라도 신용도와 관련된 경향성이 나올 수 있어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활용 용도를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건 불필요한 정보 수집으로 볼 수 있다. 신용도 평가에 대한 연구를 한 후에 정보를 수집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오병일 활동가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수집목적에 맞는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만 허용하고 있다”면서 “본인이 동의하면 법적으로 문제 없다곤 하지만 꼭 필요한 정보인가, 최소한의 정보인가라는 원칙에 비춰보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 카카오, 국민은행, 넷마블게임즈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복잡한 인증 없이 간단한 절차를 통해 계좌를 만들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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