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와 같은 해외 사례만 강조할 게 아니다. 한국에도 혁신의 씨앗이 아래로부터 싹트고 있다” 서울 에디터스랩에 참가한 한 멘토의 평가다. 어떻게 해야 독자를 뉴스의 중심에 세울 수 있을까. 우승팀은 한 팀이었지만 상을 받지 못한 12팀 모두 한국 언론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혁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우승팀을 제외한 12팀이 개발한 프로토타입 서비스 아이디어 12가지를 정리했다.

1. 기자·언론사 이름 가리고 뉴스 본다면?

스물셋팀(주간한국)은 ‘필터버블’을 깨는 블라인드 뉴스 플랫폼을 제안했다. 언론사와 기자 이름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순수하게 기사만 보이게 해 선입견이 사라지게 하는 게 핵심이다. 이용자는 평점, 댓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타 언론사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좋은 기사를 선보이도록 하는 선순환을 노린다.

▲ 서울 에디터스랩 주간한국팀의 '블라인드 뉴스 플랫폼' 발표. 사진=이우림 기자.
▲ 서울 에디터스랩 주간한국팀의 '블라인드 뉴스 플랫폼' 발표. 사진=이우림 기자.

2. ‘시각화’ 통해 토론도 재밌게

시드팀(신한금융투자마케팅)은 ‘정책토론 시각화 앱’을 제안했다. 특정 주제가 나오면 ‘찬성’과 ‘반대’ 입장을 선택하고 해당 입장을 드러낸 사람들의 의견을 살펴보고 토론에 참여할 수도 있다. 포인트는 ‘시각화’다. 토론의 지겨움을 게임적 요소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발상으로 처음에는 씨앗 이미지가 뜨지만 특정한 견해가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을수록 꽃으로 변한다.

▲ 서울 에디터스랩 시드팀의 정책토론 시각화 앱 발표. 사진=이우림 기자.
▲ 서울 에디터스랩 시드팀의 정책토론 시각화 앱 발표. 사진=이우림 기자.


3. 어려운 뉴스, 퀴즈 풀면서 친근하게

“여러분은 기사 끝까지 읽으시나요.” RNB팀(지디넷코리아)의 문제의식이다. 많은 사람들은 기사를 끝까지 보지 않는다. 어렵고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알앤비팀은 ‘퀴즈’ 서비스를 접목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용자들이 직접 특정 기사와 함께 기사 내용에 대한 퀴즈를 내고 문제를 맞힌다. 유저랭킹을 제시하는 등 경쟁 요소도 들어있다.

4. 양질의 뉴스 공유하는 클럽 커뮤니티

픽미팀(코리아센터닷컴)은 뉴스를 보기는 해야 하는데 무엇이 좋은 기사인지 찾기 힘든 이들을 위해 ‘관심 있는 분야의 양질의 뉴스’를 공유한다. 에디터로 지정된 이용자가 특정 주제를 제시하면 해당 주제에 관심 있는 이들을 모으고 그들은 하나의 ‘클럽’이 된다. 이들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데, 커뮤니티 내 기여도에 따라 차등 분배한다.

5. 청와대에만 청원 넣나? “우리 동네에도 넣자”

동네에 문제가 있지만 문제제기할 곳이 마땅치 않다. 청와대 청원을 넣자니 20만 명이나 참여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마우스팀(MOUX, 일요신문)이 시민의 소리를 못 듣는 정치인과 목소리를 내고 싶은 시민들을 묶는 ‘시민참여 플랫폼’을 고안한 이유다. 자신의 지역구를 입력하면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등 동네 인사들이 뜨고 이들에게 청원을 넣을 수 있다.

▲ 서울 에디터스랩 마우스팀의 청원 서비스 발표. 사진=이우림 기자.
▲ 서울 에디터스랩 마우스팀의 청원 서비스 발표. 사진=이우림 기자.


6. 공익제보자와 기자 연결하는 펀딩 플랫폼

청소년기자단 만지팀은 펀딩 플랫폼인 ‘페이스리스’를 제안했다. 공익제보자가 자신이 제보할 내용을 올리면 취재를 원하는 기자가 연락을 하며 ‘매칭’하는 방식이다. 포털 다음이 스토리펀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공익제보자’와 ‘기자’를 연결한다는 점이 다르다.

7. 뉴스레터로 받아보는 오피니언 리더의 큐레이팅

맷돌팀은 큐레이터 중심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안했다. 차현탁씨는 “뉴스에 관심은 있는데 ‘뭐가 중헌지’ 모르는 사람이 타깃”이라고 밝혔다. 오피니언 리더들 뿐 아니라 일반인 가운데 영향력이 큰 ‘리딩 리더’가 기사와 함께 자신의 견해를 써서 발행하고 독자들이 뉴스레터로 받아보는 방식이다.


8. 뉴스도 왓챠처럼 취향분석한다면?

코리아엑스포제팀은 ‘뉴스 취향 분석’ 시스템을 제안했다. 박서회씨는 “영화나 음악을 듣거나 운동을 하는 걸 취미라고 밝히지만 뉴스는 그렇지 않다”면서 취향 분석을 통해 뉴스에 대한 관심을 높여 뉴스를 능동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제안했다. ‘내가 찜한 기사’ ‘읽은 기사 모아보기’ 등의 기능이 있고 ‘취향이 맞는’ 이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다.

▲ 서울 에디터스랩 코리아엑스포제팀의 뉴스 취향분석 시스템 발표. 사진=이우림 기자.
▲ 서울 에디터스랩 코리아엑스포제팀의 뉴스 취향분석 시스템 발표. 사진=이우림 기자.

9. ‘제보’와 ‘판매’를 함께하는 제보 플랫폼

콩돌이프로덕션팀은 기자와 독자가 함께 만드는 제보 플랫폼 ‘쌍쌍뉴스’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박인영씨는 “인터페이스가 복잡해 올리기 귀찮고 주제가 한정돼 있으며 제보에 따른 보상이 없다”는 점을 기존 제보 플랫폼의 문제로 지적했다. 영상을 업로드하는 과정에서 탬플릿, 음악 등의 기능도 더할 수 있고, 제보자가 언론사에 영상을 판매할 수도 있다.

10. 집 나간 독자 찾아주는 ‘파워 댓글러’

한겨레팀은 네이버에서 한겨레 기사를 읽지만 정작 홈페이지에 방문하지 않는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파워 댓글러’ 서비스를 고안했다. 서비스의 핵심은 ‘보상’시스템이다. 왕성한 활동을 한 이들은 등급이 올라가고, ‘한겨레 코인’을 지급해 한겨레 매체 구독료, 강연료 등에 쓸 수 있게 한다. 변지민씨는 “댓글을 통해 나오는 비판과 지적이 포털에 그치지 않고, 편집국에 반영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1. ‘맞춤법 검사기’처럼 ‘감수성 검사’한다

‘점심으로 초밥 사주세요’팀(한겨레2)은 ‘감수성 검사기’ 아이디어를 냈다. 기자가 기사를 쓰면 맞춤법을 검사하는 것처럼 여성, 장애인, 외국인, 난민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표현이 ‘적절한지’ 여부를 다양성 지수를 통해 자동 체크하는 시스템이다. 이완씨는 “저널리즘이 소수자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소수자의 관점을 투영하게 해 깨끗한 뉴스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2. 인공지능 스피커에 말 거는 뉴스

인공지능 스피커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천지일보팀은 ‘인공지능 스피커 최적화 뉴스’인 ‘천지 보이스’를 선보였다. 네이버 인공지능 ‘샐리’를 이용해 AI스피커에게 “톱기사가 무엇인지” 등을 물으면 뉴스를 읽어주는 서비스다. 텔레그램을 통한 챗봇을 개발해 채팅으로도 질문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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