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부 연합뉴스 신임 사장의 국·실장급 인사가 내부 구성원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박노황 전 사장 체제 때 불공정 보도·편향 논란에 휩싸였던 인사들이 대거 승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조 사장이 ‘혁신 인사’를 통해 사내 개혁을 약속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연합뉴스 상반기 정기 인사를 보면, 이성섭 전 편집국 외국어에디터 겸 다국어뉴스부장이 연합뉴스TV 보도국장으로 승진했고 정천기 전 미래전략실 부실장 겸 경영전략부장은 기획조정실 부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은 2015년 부당하게 해직된 김태식 연합뉴스 기자가 제기한 해고무효소송 과정에서 해고를 정당화하는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사측 입장에 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김 기자는 회사의 정당한 인사 명령 위반, 근무 태도 불량 등의 사유로 해고됐는데 내부에서는 과거 노조 활동 전력과 박 전 사장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해고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성섭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항소심을 앞두고 회사가 인사부장을 통해 (김태식 기자) 근태와 관련해 팩트 좀 보고해달라고 지시해 몇 개 정리해서 전했을 뿐”이라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후배 기자들의 인사 반발에 대해선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천기 부실장은 “해고 과정에 가담했던 것은 전혀 아니”라며 “후배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먼저 미안한 마음이 있다. 내가 원해서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 기자에 대한 해고 조치는 ‘박노황 체제’의 최대 실책으로 꼽힌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복직한 김 기자는 18일자 인사에서 문화부장으로 발령났다.

권영석 전 국제뉴스부 부국장대우도 편집국 경제에디터로 승진해 논란이다. 권 에디터는 박노황 사장 시절인 2015년 말 연합시론을 통해 박근혜 정부 노동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찰 자진 출두를 압박하는 등 정부·여당 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권 에디터는 “연합뉴스 시론은 언론사 사설로 개인 의견이 아니라 회사 입장이 나가는 것”이라며 “어떻게 쓰던 간에 논설위원실장이 다 고치기 때문에 내가 쓴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에디터는 ‘박근혜 정부에 편향적이었다’는 일부 평가에 대해 “박노황 사장 때 연합뉴스 공정성이 추락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나는 박노황 사장 때 부당 지시를 거부해 평기자로 좌천된 사람이다. 박노황 퇴진 성명에도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권 에디터가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해 8월 박 사장 퇴진 성명에 연명한 것은 사실이나 2015년 5월 노조 간부 출신 인사에 대한 회사의 부당 인사 논란 때 회사 입장에 섰던 것도 사실이다.

▲ 조성부 연합뉴스 신임 사장의 국·실장급 인사가 내부 구성원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조성부 연합뉴스 신임 사장의 국·실장급 인사가 내부 구성원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논란의 인사는 또 있다. 최재석 전 전국부장은 13일 인사에서 디지털융합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박노황 사장 시절 첫 사회부장으로서 국정교과서 국면에서 지나치게 친정부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본부장은 책임을 시인하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중간 간부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후배들이 비판한다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박노황 사장 시절에 대해 “내가 감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변명의 여지는 없다”며 “중간 간부로서 당시 후배들의 목소리를 반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성부 신임 사장이 지난달 연합뉴스TV 상무이사 겸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한 김홍태 상무도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 비판 보도 누락 등의 책임자로 꼽히고 있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박노황 체제’에서 역할을 했던 간부들이 여전히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내부에서는 “학연”, “지연” 인사를 지적하는 등 적지 않은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국·실장급 인사와 관련해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지난 16일 “이번 인사는 새 경영진이 개혁과 적폐 청산의 의지를 천명할 기회를 날려버린 잘못된 인사”라며 “적폐 경영진의 부당 해고에 힘을 실어준 인사에게 회사 경영에 큰 그림을 그리는 자리를 내줬고 보도를 책임지는 자리를 맡겼다”고 비판했다.

연합 노조는 “새 경영진은 사내에 심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번 인사에 대해 전 사원 앞에서 직접 해명하라”며 노사 공동 적폐 청산 기구를 즉각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책임 소재가 가려지는 대로 이번 인사에 오른 이름이더라도 지체 없이 징계 등 조처를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조 사장은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연합뉴스 인재풀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KBS·MBC와 같은 대규모 사업장과 달리 언론인들의 공정보도 투쟁 경험이 적고, 대량 해직 사태 등 노사가 최악의 대결 구도로 치닫지 않았다는 점 등도 인사 논란을 부른 한 요인일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18일자 인사에선 2012년 파업에 참여했다가 부당 조치와 징계를 받았던 인사들이 대거 부장 발령을 받았다. 사회부장으로 임명된 공병설 전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이 대표적이다. 연합뉴스 사측 관계자는 “2012년 공정방송 파업에 나섰던 이들이 부장 발령을 받고 전면에 서게 됐다”며 “연합뉴스에선 부장단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한 인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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