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통계청의 ‘2018년 3월 고용동향’ 통계가 발표된 후 많은 언론이 실업률 증가의 원인을 최저임금에서 찾았다.

조선일보 12일 자 1면 “돈 퍼부었는데…일자리는 ‘비명’”기사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국정 제1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각종 일자리 지표들은 최악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며 “경제전문가들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결과라고 (정부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12일 자 1면 “일자리에 25조 쏟고도 실업률 17년만에 최악” 기사에서도 기사 도입부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을 내보내야 했던 자영업자의 사례로 시작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숙박, 음식업 쪽에서 고용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1면 관련 기사에 “최저임금 발 일자리 쇼크”라는 제목을 달았고, 매일경제는 3면에 “서민 위한다던 최저임금 인상, 서민 일자리만 14만개 날렸다”는 제목을 달았다. 한국경제는 관련 기사에 “한국만 최저임금 상승 등의 여파로 고용이 악화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사실일까?

조선일보 4월12일자. 8면.
조선일보 4월12일자. 8면.
① ‘17년 만의 최악’이라는 실업률?

이들 언론은 3월 고용동향에 나온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7년 만의 최악이라는 수치는 매년 3월 통계만 비교 분석한 결과다. 2018년 3월 실업률은 4.5%인데, 불과 한 달 전인 2월 실업률은 4.6%였다. 2017년 2월 실업률은 5%, 2017년 3월 실업률은 4.2%였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은 어땠을까? 2016년 2월은 4.9%, 2016년 3월은 4.3%였다.

2016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그래프를 그려보면 실업률은 2~3월 높아지고 이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까지 3.7%였던 실업률은 2~3월에 다시 높아졌다. 이유는 ‘계절성’ 때문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우리 고용시장 자체가 계절성이 있다”며 “2월 졸업식이 치러지면 처음 고용시장에 구직자들이 나오기 때문에 보통 우리나라에선 2월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때문에 3월 실업률은 전년 동기 3월 실업률과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점은 2017년의 경우 2월 실업률이 5%였던 반면, 3월 실업률이 4.2%로 0.8%p 낮아졌고, 2016년은 2월 4.9%에서 3월 4.3%로 0.6%p 떨어졌다. 쏟아져 나온 구직자들이 그만큼 직장을 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의 경우 2월 실업률이 4.6%인 반면 3월은 4.5%로 0.1%p 떨어지는데 그쳤다.

이는 공무원 시험의 여파라고 해석하는 의견이 있다. 실업률을 계산할 때는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공무원시험 원서를 접수할 경우 구직 의사로 간주해 실업자 통계에 잡힌다. 그런데 올해 공무원 시험 원서접수가 2월 말로 늦춰졌고, 때문에 2월이 아닌 3월 실업률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이 실업률에 이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지난 2월 고용동향이 발표됐을 때 중앙일보의 설명을 참고하면 된다. 당시 고용동향에서 청년 실업률이 2.5%p 낮춰졌는데, 중앙일보는 이에 대해 “일시적 요인”이라며 “올해 9급 공무원 시험 접수 기간이 예년과 달리 2월 말로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3월 고용동향 통계의 결과, 올해 3월 실업률이 지난해와 2016년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월 고용동향 통계에서는 지난해보다 올해 2월 실업률이 더 낮았다. 공무원 시험의 변수도 무시할 순 없다. ‘17년 만의 최악’이라거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결과’라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

② 고용시장은 최악일까?

실업률,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지나치게 높다. 일반적인 실업률 통계를 넘어 구직 단념자나 아르바이트생까지 포함할 경우, 이른바 ‘확장실업률’은 지난달 24%에 이른다. 아직까지는 노동을 할 수 있는 15세 이상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계속해서 청년층이 고용시장으로 들어오고 있고, 우리 고용시장은 청년층을 충분히 품지 못하고 있다.

언론이 3월 고용동향 통계를 근거로 최악의 일자리 상황이 도래했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지난 2월과 3월에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폭이 두 달 연속 10만명대에 머물렀다는데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취업자수 증가폭은 최소 22만명에서 최대 46만명까지, 평균 30만명 가까이 된다. 그리고 올해 2월과 3월 취업자 증가폭만 10만명대에 그친다.

그런데,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유독 좋았다. 지난해 2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37만1천명으로 평균보다 7만여명 높았고 지난해 3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46만6천명으로 50% 정도 상회했다. 지난해 4월 취업자 수 증가폭 역시 42만4천여명에 이르렀다. 2016년은 어땠을까? 2016년 2월에는 22만3천명, 2016년 3월에는 30만명, 2016년 4월에는 25만2천명으로 평균을 밑돌았다.

▲ 설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월1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에서 한 수험생이 강의 팜플랫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 설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월1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에서 한 수험생이 강의 팜플랫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③ 최저임금 때문일까?

언론은 얼어붙은 고용시장의 원인을 최저임금에서 찾았다. 3월 실업률이 높아진데다가 취업자 증가폭도 확 떨어졌고, 무엇보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몰려있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의 취업자 수가 지난해 3월 보다 각각 9만6천명, 2만명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제시한다.

그런데 이에 따르면 잘 납득되지 않는 수치가 있다. 고용률이다. 고용률은 지난 2016년이나 2017년에도 58%~62% 사이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올해 최저임금이 시작된 직전이나 시작된 직후,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66% 이상으로 치솟았다. 물론 올해 3월 고용률은 60.2%에 그쳤다. 58%건 66%건 미국(70.5%)이나 일본(75.7%)보다 낮은 건 사실이지만,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업자수도 2016년 2월 131만7천명, 3월 115만5천명, 2017년 2월 135만, 3월 114만3천명에 견줘 2018년 2월 126만6천명, 2018년 3월 125만7천명이 확 높아보이지 않는다.

도·소매업의 경우 2018년 3월 9만6천명의 취업자가 줄었다. 2018년 2월 역시 9만2천명이나 감소했다. 하지만 2016년 2월에도 도·소매업 취업자는 11만8천명이 감소했다. 3월에는 무려 14만2천명이 줄었다. 하지만 당시 이에 대해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한 언론은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2~3월 고용부진을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한 기저효과와 조선, 자동차 등 업종별 구조조정에 기인한 것으로, 자영업의 경우 고용원이 없는 숫자는 줄었지만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같은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반박한 바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취업자 숫자가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닌데도 몰아가고 있다”며 “물론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되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있겠지만 최저임금 때문에 최악의 지표가 나왔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그 기사를 쓰는 그 회사나 기자들도 157만원으로 못살면서 왜 최저임금 인상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며 “조선일보 얼마 전에 임금 올려달라고 하지 않았나?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하는 것은 무조건 싫다거나 전경련 대기업만 보고 사실상 말도 안되는 음해성 기사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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