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신분증 없이 제주행 비행기를 탑승했다는 매일경제 단독 보도가 삭제된 것과 관련해 서양원 매경 국장이 구성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매경은 지난 10일 오후 4시경 “[단독]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신분증 없이 제주행 비행기 탑승 ‘논란’”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김 원내대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불과 2시간여 만에 삭제됐고 이후 매경은 김 원내대표 해명 등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서 국장은 지난 11일 미디어오늘에 “단독 기사가 2시간 반여 노출되다가 정치부 측 요청으로 김 원내대표 사과를 반영·종합해 1시간여 만에 다시 올라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 국장은 “상대방 확인은 기사에 있어 필수 과정”이라며 “피드백도 그때그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자 ‘단독’ 기사엔 김 원내대표 입장이 담기진 않았다.

기사 삭제 논란 이후 내부 반발은 컸다. 매경 익명 게시판에는 서 국장을 겨냥해 “매일경제를 사랑하신다면 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주세요. 권위가 무너져버린 편집국장으로는 좋은 신문 못 만듭니다. 기자들이 이번 김성태 사건 하나로만 이런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는 내용의 게시 글도 올라왔다. 그동안 편집국장에 쌓여온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신분증 없이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보도한 매일경제 10일자 온라인 기사가 삭제됐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신분증 없이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보도한 매일경제 10일자 온라인 기사가 삭제됐다.
실제 검찰이 삼성전자의 노조 탄압 문건을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다는 내용을 매경 기자가 취재하고도 최종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한겨레에 ‘온라인 단독’을 놓치는 등 데스크 판단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또 서 국장은 삼성과 언론의 유착을 의심케 하는 ‘장충기 문자’에 발신자로 등장하기도 했다. 

한 매경 기자는 ‘장충기 문자’와 관련해 “국장은 ‘취재 활동의 일환’, ‘일상의 문자’ 등이라고 해명했지만 보기에 민망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비단 문자뿐 아니라 김성태 기사 삭제 건이라든지 기사와 관련해서도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반복돼 기자들의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노조는 ‘김성태 보도 삭제’ 논란 직후 대의원들 의견을 모아 서 국장에게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지난 13일 서 국장은 노조 조합원들에게 기사 삭제 건 등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 재발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공정보도위원회 강화를 약속했다.

노조 관계자는 17일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공보위를 강화하고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일단은 사태가 수습되는 국면”이라며 “공보위가 더욱 강화돼야 팩트 체크도 보완할 수 있고 퀄리티 높은 지면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 내에서 공보위는 자사 보도를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서 국장도 16일 통화에서 “이번 김성태 건과 관련해 구성원들에게 전후 과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며 “기사가 누락된 것은 잘못된 일이고 앞으로 공정 보도를 통해 매경 가치를 확립하자는 취지로 해명과 사과의 뜻을 전했다. 공보위 강화를 통한 공정 보도 확립도 약속했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기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조직이 건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사 삭제와 관련해 정치권 외압 가능성을 부인하며 “김성태 원내대표가 규정을 어긴 것은 분명 잘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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