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제주 4·3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반성의 뜻을 담고 있는 ‘4·3 특별법 개정안’ 취지를 왜곡했다는 독자들 지적이 나왔다. 최근 조선일보 보도가 정부·여당 비판과 반대에만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3일치 32면에서 지난 9일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4월 정례 회의 내용을 소개했다. 조순형 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모임은 매월 조선일보 보도를 비평한다.

회의에는 조 위원장을 포함해 김경범(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김태수(변호사), 방희선(변호사), 유미화(중경고 교사),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정희(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이재진(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정여울(문학평론가 겸 작가)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고 한다.

▲ 조선일보 4일자 사설.
▲ 조선일보 4일자 사설.
조선일보 독자위는 “제주 4·3 사건에 대한 조선일보의 최근 보도는 정부·여당의 입장에 대한 비판과 반대 의견에만 편중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4·3사건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는 게 최근의 사회 현상”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독자위는 지난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제주 4·3 委’ 비판하면 징역 살린다는 ‘4·3 특별법’ 개정안”을 도마 위에 올렸다.

독자위는 “제목 자체가 4·3특별법의 기본 취지, 즉 희생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와 비극적 역사에 대한 반성을 곡해한 논조가 눈에 띈다”며 “역사의 뼈아픈 비극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서 공통의 커다란 대의 안에서 함께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4·3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은 4·3 당시 전사한 군인과 경찰, 서북청년단 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 사설은 4·3특별법 개정안 취지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의원 60명이 발의한 4·3 특별법 개정안엔 ‘4·3 위원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3년 이하의 징역·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이 포함됐다”며 “‘위원회 결정으로 인정된 4·3 사건의 진실을 부정·왜곡하여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이게 민주화 투쟁했다는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비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여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여했다. 사진=청와대
이 개정안은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을)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했다.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규정(12조)을 보면 “누구든지 위원회의 결정으로 인정된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부정·왜곡하여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안 된다”고 쓰여 있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해놨다. 

위원회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재심의 신청이 가능하다는 조항(20조)이 개정안에 있는데도 조선일보는 마치 이의 제기만 해도 엄벌에 처하는 것처럼 사설을 쓴 것이다. 

오 의원은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우선 벌칙 적용 범위가 넓고 과중하다는 지적이 있다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야당과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면서도 “이 법의 목적인 ‘명예 회복’을 위해선 진상 규명 결과를 토대로 더 이상 희생자와 유족들을 향해 가해지는 ‘명예 훼손’을 막는 것이 시급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조선일보는 위 조항이 포함된 배경과 목적은 간과한 채 위원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벌칙을 받는 것처럼 곡해하고 또 다른 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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