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심의 과정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게시글이 합리적인 주장이라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로 위원은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태블릿 PC조작설을 주장해온 인사다.

지난 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5·18 북한군 침투설’을 다룬 지만원씨의 게시글과 당시 시민들을 ‘폭도’로 비하하는 내용의 시위 피켓을 담은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사진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다섯명의 여야 위원 가운데 자유한국당 추천 이상로 위원만 ‘표현의 자유’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방통심의위는 북한군 개입설은 5·18 민주화운동이 법적, 역사적으로 평가가 확립돼 있는 상황에서 사실을 현저하게 왜곡하고 편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심의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해왔다.

▲ 프리덤뉴스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
▲ 프리덤뉴스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

문제가 된 지만원씨의 글은 “5·18은 북으로부터 파견된 특수군 600명이 또 다른 수백명의 광주 부나비들을 도구로 이용하며 감히 계엄군을 한껏 농락하고 대한민국을 능욕한 특수 작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상로 위원은 자신의 반대에도 삭제 결정이 이뤄지자 프리덤뉴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지만원씨는 방통심의위와 견해가 다르다. 5·18이란 남한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북한군이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고, 광주시민들에게 팩트와 논리를 통해 제대로 살펴보길 바란다는 권유를 했다”고 전했다.

이상로 위원은 “일반적 평가에 대해 다른 견해는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면 대한민국은 전체주의 국가로 간다”면서 “(지만원씨의 글은) 매우 공손하게 존대어를 써서 사용했고 매우 점잖은 글이었다. 표현상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욕설이 있지 않았다. 사진 역시 욕설이나 이런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만원씨의 글이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금준경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금준경 기자.

물론, 방통심의위원이 소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있다. 그러나 공적기구에서 상식적인 심의를 해야 할 위원이 북한군 개입설을 합리적인 주장이라고 밝히는 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때 정부여당 위원들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에 대한 심의를 할 때 이 같은 주장을 펴지 않았다. 특히, TV조선이 북한군 개입설을 다뤘을 때 여야 9명의 위원 모두 ‘중징계’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상로 위원은 ‘태블릿PC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을 지낸 인사다. 그는 미디어워치 등에 칼럼을 연재하며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고 태블릿 PC 조작설을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해 칼럼을 통해 “손석희씨가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 받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JTBC는 허가취소돼야 하며, 중앙일보도 폐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는 자유한국당 행사에 참석해 “지금의 촛불은 진실을 가리기 위해 사용된다”며 “촛불집회는 거짓을 감추기 위해 낮에 하지 않고 저녁에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상로 위원은 현재 인터넷 게시글을 심의하는 통신심의소위원회 소속이지만 내년에는 지상파, 종편 등을 심의하는 방송심의소위원회로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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