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1:1 영수회담을 갖고 남북정상회담과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논란 등 정치현안에 대해 8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김기식 원장 임명 철회 등을 요구했고, 회담 이후 “대통령이 김기식 원장을 집에 보낼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홍 대표와 문 대통령의 회담은 13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50분까지 80분 동안 진행됐다. 홍 대표는 회담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12일 오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비서실장을 통해 전화를 했다”며 “처음에는 남북문제에 한정해 회담하자고 제안했지만 우리가 국내정치문제까지 이야기하자고 해서 포괄적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1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열렸다. 사진=청와대 제공
▲ 1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열렸다. 사진=청와대 제공.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북핵을 일괄폐지하는 정상회담을 할 것 △완전한 북핵 폐기 전까지 제재 완화는 절대 반대할 것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를 할 것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할 것 △김기식 원장의 임명을 철회할 것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정치보복’을 그만둘 것 △지방선거에서 중립을 지킬 것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홍장표 경제수석을 해임할 것 등 8가지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당대표 비서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홍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45분 동안 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김기식 원장에 대한 이야기는 1분 정도만 했다고 전했다. 그 외 35분 동안에는 홍 대표의 요구사안을 문 대통령에게 전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홍 대표는 “대통령께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반대하지 말아 달라’고 수차례 요청을 하셨다”며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해당하는 것은 1938년 9월의 뮌헨회담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회담 후에 남북문제가 더 어려워 질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홍 대표는 “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이 3대에 걸쳐 8번에 걸친 거짓말을 한 정권인데 이번에 9번째에는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 게 너무 순진한 발상 같다”고 전했다.

김기식 원장의 임명 철회 건에 대해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요청에 대해서 즉답은 없었지만 저는 김기식 원장은 집에 보내는 게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명 철회’라고 제가 말했더니 문 대통령이 ‘임명철회는 인사청문회가 있을 때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며 “하지만 제가 다시 ‘철회든 해임이든 둘 다 쓸 수 있다’고 말했더니 문 대통령이 생각을 하시더니 ‘임명 철회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라고 말하시더라”라고 설명했다.

한편 홍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중립을 지켜달라는 요구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대통령께 지방선거 중립요구를 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선거 중립운동을 지키지 않아서 탄핵으로 제소 된 일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또한 “대통령께서 가능한 한 지방 출장 삼가시고, 선거 다닌다고 오해 받을 짓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담이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에 대통령이 어떤 말씀을 하셨나’라는 질문에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은) 듣기만 했다”라며 “이런 말은 대통령께서 즉답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홍 대표는 “내 요구를 하나도 안 들어줄 것 같으면 왜 불렀을까”라며 “청와대 측에서 먼저 영수회담을 하자고 불렀는데, 내 요구가 부당하지 않은 이상 안들어주려고 불렀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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