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9일 검찰의 기소를 반박했다.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은 구속되기 이전 해당 글을 작성했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인 지난달 26일에도 천안함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내용의 페이스북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혐의에 대해 ‘모르는 일’, ‘터무니없는 주장’,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짓’ 등 검찰 기소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몇 차례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데다 ‘서울시장·대통령 시절 월급도 다 기부했는데, 뭐가 아쉬워서 뇌물을 받냐’는 정도의 반박에 그쳤다.

검찰의 기소를 자신에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 몰고 자신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경제 발전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며 자신에 대한 수사를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으로 치부하며 “국민 여러분께서 대한민국을 지켜주십시오”라고 밝힌 것은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안보의 최일선에 섰던 국정원장과 청와대 안보실장, 국방부장관들은 거의 대부분 구속 또는 기소되고 있는 실정”이라거나 “그들에게 씌워진 죄명이 무엇이든 간에 외국에 어떻게 비칠지, 북한에 어떤 메시지로 전달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명박 개인을 넘어서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라거나 “천안함 폭침을 일으켜 46명의 우리 군인들을 살해한 주범이 남북화해의 주역인양 활개치고 다니도록 면죄부를 주었다”고 지적한 부분도 자신의 비리 혐의를 ‘이념 논쟁’으로 바꿔 보수 유권자들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 내용이 대부분 자신의 측근과 가족들의 진술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다스 전‧현 임직원, 차명주주, 피고인의 재산관리인 등 다수의 참고인들”은 “과거에는 피고인의 지위 때문에 사실대로 진술할 수 없었다며 당시 조직적 증거인멸 및 말맞추기가 있었다는 점까지 실토”한 바 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혐의 중 ‘국정원 특활비 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일이 결단코 없으나 제 지휘 감독하에 있는 직원들이 현실적인 업무상 필요에 의해 예산을 전용했다면, 그리고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제가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또한 다스 소유권 문제에 대해 “다스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지만 가족기업이기 때문에 설립에서부터 운영과정에 이르기까지 경영상의 조언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실질적 소유권’이라는 이상한 용어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처음 접했다”며 “워싱턴의 큰 법률회사가 무료로 자문해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 이후에 챙겨보지 못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불찰’로 인정하되 “의도성이 없었다”는 주장을 재판에서 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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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입장문 전문

오늘 검찰의 기소와 수사결과발표는 본인들이 그려낸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그에 따라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입니다. 검찰은 나를 구속기소함으로써 이명박을 중대 범죄의 주범으로, 이명박 정부가 한 일들은 악으로, 적폐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검찰은 일부 관제언론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혐의를 무차별적으로 유출해 보도하도록 조장하였습니다. 그 결과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덧씌워진 혐의가 마치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왜곡, 전파되었습니다. 검찰이 원하는 대로 진술하면 구속되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줄줄이 구속되는 현실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뒤늦게라도 억울하게 구속되거나 고초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미안하고 그 가족에게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명박이 목표다’는 말이 문재인 정권 초부터 들렸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저 자신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한풀이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제가 지고 가야할 업보라고 생각하며 감수할 각오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아닙니다. 저를 겨냥한 수사가 10개월 이상 계속되었습니다. 댓글관련 수사로 조사받은 군인과 국정원 직원 2백여 명을 제외하고도 이명박 정부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무려 1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가히 ‘무술옥사(戊戌獄事)’라 할 만합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안보의 최일선에 섰던 국정원장과 청와대 안보실장, 국방부장관들은 거의 대부분 구속 또는 기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들에게 씌워진 죄명이 무엇이든 간에 외국에 어떻게 비칠 지, 북한에 어떤 메시지로 전달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정적인 화풀이이고, 정치보복인가 보다 했지만, 그것은 저 이명박 개인을 넘어서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권은 천안함 폭침을 일으켜 46명의 우리 군인들을 살해한 주범이 남북화해의 주역인양 활개치고 다니도록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매년 천안함 묘역을 찾겠다고 영령들과 한 약속을 올해 지키지 못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저를 향해 제기된 혐의에 대해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기업에 몸담고 있을 때 정경유착의 폐해를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기업을 떠나 정치를 시작할 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임기 중 어떤 대기업 총수와 독대한 일도 없고, 재임 중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저는 가난했던 시절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제가 평생 모은 재산 330억원을 기부해 학생들을 돕는데 쓰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임 중 받은 월급 전액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놓았습니다.

그런 제가 무엇이 아쉬워서 부정한 축재를 하고 부당한 뇌물을 받겠습니까?

- 국정원 특활비 전용 문제

이미 말씀드렸듯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일이 결단코 없습니다. 그러나 제 지휘 감독 하에 있는 직원들이 현실적인 업무상 필요에 의해 예산을 전용했다면, 그리고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 다스 소유권 문제

저는 다스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가족기업이기 때문에 설립에서부터 운영과정에 이르기까지 경영상의 조언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스’는 다스 주주들의 것입니다. 다스는 30년 전에 설립되어 오늘날까지 맏형에 의해서 가족회사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실질적 소유권’이라는 이상한 용어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황당한 일입니다. 더구나 다스의 자금 350억원을 횡령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문제

다스의 소송비와 관련하여 삼성이 관여되어 있다는 주장을 저는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워싱턴의 큰 법률회사가 무료로 자문해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습니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 이후에 챙겨보지 못한 것은 제 불찰입니다.

그러나 삼성에 소송비용을 대납하도록 요구했다느니, 삼성의 대납 제안을 보고 받았다느니 하는 식의 검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더구나 그 대가로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짓입니다. 당시 이 회장은 IOC 위원 신분이 박탈될 위기에 있었고,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기여하도록 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와 각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사면하였습니다.

저는 저에 대해 제기된 여러 의혹들이 법정에서 그 진위가 명확히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저는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헌정사상 유례없는 짜맞추기 표적수사를 진행해온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구속된 이후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학생 시절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다가 감옥에 갔던 사람입니다. 그 이후에는 전 세계를 무대로 뛰었던 기업인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국민의 지지 속에 대한민국의 자유와 경제 발전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에 깊이 분노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대한민국을 지켜주십시오.

2018년 4월 9일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이 명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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