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장충기 문자’ 실명 보도 이후 문자에 등장하는 김태현 YTN 마케팅 부국장(전 경제부장)이 “회사 이익을 고려한 의례적 내용의 문자이지 사적인 청탁을 하거나 개인의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실명 보도에 대해선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와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김 부국장은 2015년 11월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장 사장님~ 직접 뵙고 자리를 함께한 것은 처음이지만 늘 후의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제 쾌도난마 같은 통찰로 하셨던 말씀 인상적으로 새겨들었습니다. 국내 정치, 경제와 국제 사안에 대한 탁견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양사가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을 함께 하면서 계속 윈윈을 도모하길 앙망합니다. 배려와 후의에 성심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YTN 김태현 올림”

▲ 김태현 YTN 부국장은 지난 2015년 11월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 김태현 YTN 부국장은 지난 2015년 11월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이보다 앞서 2015년 8월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영상 제보가 있었지만 YTN에선 보도되지 않았다. 제보자들이 제보 대가로 거액의 금전을 요구해온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전한 지난달 뉴스타파 보도 이후 당시 류제웅 사회부장과 김태현 경제부장 등 YTN 간부들이 제보자들을 삼성과 연결시켜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장충기 문자’는 삼성 유착 의혹을 더 부풀렸다.

이에 대해 김 부국장은 지난 3일 사내에 “해당 문자는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 등 삼성그룹 홍보 라인 임원과 우리 회사 간부들이 오찬 회동을 가진 뒤 다음날 감사의 뜻을 담아 보낸 의례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국장은 “이날 오찬은 양측에서 3~4인씩 정도 참석했다. 이런 일련의 회동은 삼성뿐만 아니라 대략 10위권 안팎에 드는 다른 기업들과도 매년 3분기쯤 연례적으로 갖는 중요한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알고 있으며 저는 경제부장 신분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김 부국장은 “이들 기업은 우리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광고주이기도 하다”며 “경제부장은 경영 활동의 주체는 아니지만 회사 경영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 문자를 보낸 것이다. 특히 2015년은 회사가 대규모 영업 적자에 직면했던 시기여서 이런 필요성을 더 많이 느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국장은 “다른 대기업의 임원들에게도 YTN과의 협력, 윈윈 관계를 기대하며 감사의 뜻으로 문자를 보낸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 또한 회사 이익을 고려해서 보낸 의례적인 내용의 문자이지 사적인 청탁을 하거나 개인의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부국장은 ‘장충기 문자’와 이건희 성매매 영상 제보 건은 무관하다고 강조한 뒤 “동영상 관련 사안은 양사 간의 오찬 대화에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제보를 받은 이후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용건 외에 삼성 관계자 누구와도 이 사안을 놓고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부국장은 “이 사안은 현재 회사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당시 회사 결정에 따라 삼성 측에 사실 관계를 확인했던 저도 이미 조사를 받았다”며 “뉴스타파에 보도된 바 있는 브로커 역할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제가 아는 대로 소상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 부국장은 “이 성매매 의혹 동영상 제보 건을 보도하지 않은 것을 삼성과의 뒷거래나 모종의 이득 챙기기를 위한 회사의 음모로 보는 것은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국장은 “이 제보 건으로 회사나 회사 간부가 무슨 이득을 얻었단 말인가. 당시 이들로부터 비슷한 제보를 받았던 제도권 내 모 방송과 모 신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보도로 연결시키지 못했던 상황을 살펴보기 바란다”면서도 “당시 많은 이들이 최선의 판단을 위해 노력했지만 저도 당시 보도국 간부로서 적절한 선택을 했는지 자문해보는 사안으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국장은 지난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도 “장 전 사장과의 만남은 (이건희 성매매) 영상하고는 완전 무관하다. ‘삼성 유착 인사’라는 표현도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표현”이라며 보도에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김 부국장은 장 전 사장과의 만남에서 이건희 성매매 영상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으며, 만남 역시 대기업과 언론사들이 의례적으로 갖는 모임이었다고 설명했다.

▲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2015~2016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같은 부산 출신이시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2015~2016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같은 부산 출신이시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대행도 ‘장충기 문자’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 전 대행은 2015~2016년 장 전 사장에게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대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 책임자인 사장님과 최소한 통화 한 번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부산 출신이시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전 대행은 4일 통화에서 “메르스 사태 진원지가 삼성 병원이라고 최초 보도한 언론이 연합뉴스였다”며 “삼성과 (헤지펀드) 엘리엇의 대립에서 엘리엇 입장을 전한 기사도 적지 않다. 삼성 휴대전화 발화 문제 등도 보도했다”고 말했다. 삼성을 비판하는 연합뉴스 보도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충기 문자’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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