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지역 라디오 방송사 경인방송(iFM, 대표 권혁철)이 최근 OBS(대표 박성희)에 20억을 투자하자 경인방송 노동조합이 투자금을 회수하라며 반발했다. OBS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방통위)로부터 방송 재허가 조건으로 20억 원 증자할 것을 요구받은 바 있는데 경인방송이 이 돈을 투자한 것이다.

경인방송 라디오 노동조합(위원장 김성민)은 지난 5일 “경인방송 사측이 OBS에 3자배정 증자 형태로 20억원을 투자한 것에 대해 경인방송 노동조합은 극심한 분노와 함께 절망감을 느낀다”며 “20억 원이라는 돈이 어떤 돈인가, 경인방송의 임직원들이 피땀 흘려가며 법정관리 파고를 넘어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아껴 모아놓은 돈”이라고 비판했다.

▲ 인천에 위치한 경인방송
▲ 인천에 위치한 경인방송

경인방송 노조는 “이 과정에서 회사는 지난 10여 년간 단 1차례를 제외하고 직원들의 기본급조차도 제대로 올려주지 않았다”며 “어떤 직원들은 7~8년 전보다 급여가 줄어들고, 실질임금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 장비와 업무 시스템은 내구연한을 넘겨 툭 하면 사고 나기 일쑤였다”고 덧붙였다.

경인방송 노조는 “그런 소중한 돈을 자본잠식 상태인 OBS 투자한다”며 “경인방송 전 구성원들의 피땀을 투자회수가 불투명한 회사에 건네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자기 식구들의 배고픔은 나 몰라라 하면서, 남의 식구 먼저 챙기는 꼴”이라고 했다.

경인방송 노조는 경영진을 향해 “OBS의 어떤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했는지 의사결정 과정을 직원들 앞에 숨김없이 밝혀라”라며 “만약 아무런 투자가치도 확인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이라면 20억원을 즉각 회수하라”고 요구했다. 경인방송 노조는 “경인방송 직원들을 위해, 노후화된 방송 장비와 업무 시스템 개선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장했다.

경인방송은 OBS에 20억 원을 투자하면서 노조 등에 알리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특히 OBS 사장이 공석일 때 권 대표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른 적이 있어 OBS 투자배경에 더욱 관심이 모이고 있다.

▲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사진=OBS 제공
▲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사진=OBS 제공

이에 경인방송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도 노조의 성명을 받은 뒤 입장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인방송이 20억 원을 투자하면서 OBS는 30억을 투자하라는 재허가 조건사항을 충족하게 됐다. 지난달 9일 OBS 이사회는 경인방송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증자를 하겠다고 결정하고 지난달 29일 OBS 주주총회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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