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 업체 ‘KA’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높은 퇴사율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배경엔 노조 탄압이 있었다. KA 내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었던 지난 2014년 관리자들은 끊임없는 회유·협박으로 직원들을 압박했다. 노조 설립 주도자를 부당전보하고 그에 대한 집단 따돌림을 부추긴 정황도 확인됐다. 모두 노동법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들이다.

2015년 2월 말 KA 정비지원사업부에서 일했던 김미숙씨(가명)는 돌연 사무실로 불려가 사직서 작성을 강요받았다. 3개월 전 입사해 정규직 전환을 불과 몇 일 앞둔 때였다.

팀장은 ‘업무부적응’ ‘낮은 고과’ 등을 이유로 댔다. 하지만 김씨는 이것이 핑계라고 주장했다. 팀장은 면담시간의 대부분을 “장산(가명)과 무슨 얘길 했느냐”고 추궁하는데 썼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식 키우는 얘기했다. 별 애기 안했다” “동료가 질문을 하는데 대답도 하지 말란 말이냐” 등이라 대답했다. 그럼에도 팀장은 ‘장산과 무슨 얘길 했는지 말하라’고 반복 추궁했다. 팀장의 의도를 알았던 김씨는 “회사 얘기는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으나 팀장은 미리 만들어놓은 사직서를 내밀었다. “사직서를 쓸 만큼 회사에 누를 끼쳤냐”는 말에 팀장은 이렇게 언급했다. “장산이랑 대화한 것.”

▲ 전 KA·현 KR 직원인 장산씨를 둘러싼 임직원들의 말. 디자인=이우림 기자
▲ 전 KA·현 KR 직원인 장산씨를 둘러싼 임직원들의 말. 디자인=이우림 기자

김씨는 장산씨를 ‘찍힌 사람’이라고 말했다. 추궁과 감시가 일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입사 때부터 반장, 팀장이 단속을 시켰다. ‘반장언니’는 김씨에게 ‘(장산씨를 가리키며) 눈치껏 행동하라’ ‘회사에서 주시하는 인물이니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말했다. “똑같은 인간이고 동료 직장인인데 어떻게 대화를 하지 마란 거냐”는 생각에 김씨는 장씨를 기탄없이 대했다. 결국 김씨는 입사 3개월 후 권고사직당했다.

사측 관리자 “같이 동반 퇴사하자” 압력

장씨는 2014년 KA에서 최초로 노조 설립을 주도한 직원이다. 그는 2013년 입사한 정비지원사업부 캐빈정비팀 직원이었다.

노조 설립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노동조건을 개악하려는 과정에서 추진됐다. 당시 KA 방침에 따르면 캐빈정비팀은 1년 기준 한 달 정도나 노동시간이 늘어났다. 회사는 자유롭게 썼던 연차 사용에도 ‘한 달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과정에서 KA 관리자들은 장씨를 수차례 면담하며 회유·협박했다. 부당노동행위는 2014년 12월 밀도 있게 진행됐다. 임아무개 그룹장은 12월13일 그를 불러내 권고사직을 강요했다. 임 그룹장은 4일 후 다시 그를 ‘노조문제’로 불러내 ‘움직임을 멈춰라’ ‘자네와 내가 동반 퇴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자’ ‘부당해고 진정은 일단 퇴사 후에 해라’고 강요했다.

바로 다음 날 본부장도 나섰다. 장씨를 불러낸 이아무개 본부장은 “여기서 근무하고 싶어요?” “그게 안되면 어떻게 할거야?”라고 물었다. 계속 일하겠다는 장씨에게 이 본부장은 “그러면 이제 싸워야 되는데”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노조’라는 말은 한 번도 입밖에 꺼내지 않았지만 면담 1시간30분 동안 ‘노조 설립 움직임을 중단하라’는 취지로 장씨에게 말했다.

이후 장씨는 갑자기 ‘캐빈수리팀’으로 강제전보됐다. 통보 바로 전날만 해도 근무예정표의 변동이 없던 터였다. 장씨는 2015년 1월1일부터 캐빈수리팀으로 출근했다. 수리팀은 40~50대 여성 직원이 대부분으로 열대여섯명 중 장씨만 남성이었다. 월급은 20% 정도 감소했다. 장씨 스스로 ‘왕따’라고 느낄 정도로 팀원들은 장씨와 얘기하거나 눈마주치는 것을 꺼렸다.

장씨와 그의 동료들은 2014년 노조를 설립하지 못했다.

▲ 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쳐
▲ 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쳐

“노조 방해한 것 맞다” 이제야 나오는 증언… “아시아나 하청, 노조 필요해”

2017년 말까지 10여 년간 KA 등에서 근무한 박진성씨(가명)는 “2014년 회사가 노조 설립을 방해한 것이 맞다”며 “장씨가 참 안타까운 친구”라고 증언했다. 박씨는 당시 장씨에 대한 흑색소문이 회사에 퍼졌었고 그도 ‘관리자가 시키는 대로’ 행동을 했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가짜 동의서’다. 박씨는 당시 감독이 ‘(장씨가) 퇴근시간보다 일찍 퇴근했다’거나 ‘태만하게 근무했다’는 문제제기 동의서를 받으러 다녔다고 밝혔다. 박씨를 포함한 팀원 8명이 모두 동의 서명을 해줬다. 박씨는 “흔한 업무상 관행 정도였다. 문제되지도 않을 사안이었는데…”라며 “회사에 ‘장씨를 그만두게 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점은 KA가 2015년 4월 ‘KA’, ‘KO’, ‘KR’ 등의 세 회사로 찢어졌다는 점이다. 장씨와 박씨가 속한 캐빈정비·수리팀은 KR에 속해 분사됐다. 2014년 KA의 노무관리를 눈여겨 본 직원들은 경영상 이유와 별개로 ‘노조 설립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의 측면으로 받아들였다.

장씨는 2014년 KA에서 부당노동행위를 당했지만 현재는 KR 직원이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KA의 대응 방식에서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에 대한 회사의 입장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KA 측은 지난 5일 2014년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묻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2014년 일을 아는 사람은 회사에 아무도 없다”며 “우리가 답변을 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지난 2014년 KA 직원들이 관리자의 방해를 받지 않고 단체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 이후 KA 직원들의 처우는 나아졌을까. 박씨는 “2014년 근무할 때도 노조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가능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1800여 명 규모의 KA 직원들은 2015년 분할되며 KA로 800여 명, KR로 150여명, KO로 900여 명으로 찢어졌다. 이후 2018년 1월, KA에서 다시 AH라는 계열사가 분사되며 800명 중 350명이 AH로 옯겨졌다. KO도 KO와 AO로 다시 찢어져 60명이 AO로 이동했다.  

장씨는 지난 11월 인천지방법원에 주식회사 KO와 KR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장씨는 강제 전보에 따른 3년치 임금 삭감분 1800여 만 원과 부당노동행위 및 따돌림 종용에 따른 신체·정신적 피해보상금 1500만 원을 청구했다. 장씨는 2016년부터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를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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