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 4일 북한·안보 관련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 압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보를 상대로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중앙일보 4일치 1면 “‘문 코드’ 압박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라는 제하의 기사에 대해 “사실 관계를 심각하게 뒤틀어 쓴 기사”라고 규정한 뒤 “근거가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기사를 구성했다”고 비판했다.

기사 가운데 “사실상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는 관계자 멘트 인용 대목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적폐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되는 것처럼 모욕적인 딱지를 붙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중앙일보는 해당 보도의 잘못을 바로잡아달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인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 중앙일보 4일치 1면.
▲ 중앙일보 4일치 1면.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세종연구소 세종-LS 연구위원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 성향을 보였다는 이유로 지난달 말 연구소를 떠났고 국립외교원 S교수도 사직서를 냈다는 등의 관련 사례를 제시했다. 

이 기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어느 부분이 틀렸다는 것인지, 어떤 대목을 정정해야 한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에 반발한 것을 두고 “없는 리스트를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이지만 그 표현은 전문가 코멘트로, 언론인 출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김의겸 대변인은 현직에 있을 때 이와 같은 주요 취재원 발언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우리는 관련 사례를 검증해 보도한 것”이라며 “실제 연구원과 박사들 사이에선 ‘못 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집권 1년차 정권에서 불거진 문제점을 짚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일례로 국립외교원 S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것과 관련해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연금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모든 걸 다 버리고 민간연구소로 자리를 옮기는 결심을 내리는 게 쉬운 일인가”라며 “청와대가 우리 보도로 아플 순 있지만 유감을 표명하는 것과 정정 보도를 요구하는 것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앞서 기사(“‘문 코드’ 압박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를 통해 S교수가 지난 1월 JTBC 토론 프로에 출연한 뒤 “왜 토론자 배치 때 야당 쪽에 앉았느냐”는 식의 문제 제기가 청와대와 외교부에서 제기됐고 “외부 활동을 금지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S교수에 대한 팀장 보직 내정이 사흘 만에 없던 일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립외교원 관계자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S교수가 팀장에 내정된 지 사흘 만에 철회됐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선 해당 기관에 확인한 결과 “비직제팀장의 보임 계획이 취소된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라우브 전 세종연구소 세종-LS 연구위원이 청와대 압박으로 자리를 떠났다는 보도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4일 해명 논평을 통해 “청와대 등이 세종연구소 측에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은 기자의 추정이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며 “누가 세종연구소의 누구에게 압력을 가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압력설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또 정 실장은 스트라우브 전 위원에 대해 “공채를 통해 채용되는 일반 ‘연구위원’도 아니고 LS의 후원을 받아 한시적으로 연구위원 활동을 진행하는 ‘세종-LS 연구위원’으로 세종연구소와 1년 간 계약을 했다”며 “계약 기간은 2017년 3월1일부터 2018년 2월28일까지였기 때문에 ‘3월 말’에 사직했다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세종연구소가 계약 내용을 모두 공개하면 된다”며 “스트라우브의 경우 박준우 전 세종연구소 이사장(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신의 지인인 LS그룹 회장과 이야기를 해서 ‘세종-LS 펠로우십’을 체결했고 이후 스트라우브와 ‘1+1’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스트라우브는 3월에도 연구소를 다녔고 재임용돼서 기쁘다고 했는데 갑자기 나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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