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대통령경호처가 이희호 여사의 경호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경호법상 대통령과 배우자는 퇴임 후 10년 동안 대통령 경호를 받게 되고 전직 대통령이나 배우자의 요청에 따라 5년 간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같은 대통령경호법을 들어 이희호 여사의 경호 기간이 지난 2월24일 만료됐다며 대통령경호처가 불법경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경호처는 김진태 의원에게 보낸 자료를 통해 이희호 여사 경호 업무를 경찰에 인계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현행 대통령경호법상으로도 이희호 여사에 대한 대통령경호처의 경호 업무가 가능하다며 경호 업무를 계속하라고 사실상 지시한 것이다.

▲ 2018년 1월1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 참석했다. ⓒ 연합뉴스
▲ 2018년 1월1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 참석했다. ⓒ 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 경호와 관련해 지시한 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기간을 5년 추가로 늘리는 내용의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월 22일 국회운영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 의결되지 않아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문 대통령은 “심대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고 김의겸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의 경호 업무를 대통령경호처에서 경찰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경호법 제4조 제1항 제6호에 “그 밖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에 대해서는 대통령경호처가 경호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법 개정의 진행 상황과 이희호 여사의 신변 안전이 갖는 중대한 의미를 감안하면, 청와대 경호처는 국회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동 조항에 따라 이희호 여사를 경호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이희호 여사에 대한 대통령경호처의 경호 업무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경호처는 동 조항의 의미에 대하여 해석논란이 있다면 법제처에 정식으로 문의하여 유권해석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을 대변인을 불러 별도로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심대한 유감”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희호 여사에 대한 대통령경호처 경호 업무를 사실상 계속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은 김진태 의원의 주장에 정치공세적 성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 의원에게 보낸 자료를 통해 경찰에 경호 업무를 이관할 것이라고 밝힌 대통령경호처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질타한 것으로 보인다.

▲ 4월5일 오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와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4월5일 오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와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청와대 관계자는 김진태 의원(국회 법사위원)에 대해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에서) 심의 의결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대통령경호처가) 대통령의 뜻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며 “경호처의 자료(김진태 의원에 보낸 답변)에 대해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대통령경호처가 이희호 여사의 경호업무를 유지해야되는 이유에 대해 “경호라는 게 단순히 물리적으로 무슨 보초를 서고 담을 지키는 게 아니지 않는가”라며 “이 여사의 경호를 맡은 분들은 청와대 있을 때부터 이 여사와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온 분들이고 옆에 계실 때 그때의 정서적 심리적 안정까지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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