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자연 성상납 강요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언론시민단체들과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촉구했다.  

정미례 미투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최근 장자연 사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20만을 넘었다. 이제는 정부가 답해야 할 때”라며 “장자연씨 죽음은 여성 연예인과 한국 여성이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 사건은 성착취 문제이자 사회적 타살”이라며 “이 사회 권력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 이상은 방관자가 돼선 안 된다. 철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언론시민단체들과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언론시민단체들과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장자연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7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남긴 이른바 ‘장자연 문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유력 언론사 사주, 방송사 PD, 경제계 인사 등이 장씨에게 술시중과 성접대를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문건에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고 적혀 있어 연루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조선일보 방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이 사건 술접대·성상납 의혹에 연루된 유력 인사 10여 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장씨와 실제 만난 것으로 알려진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동생)과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방 사장의 차남)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한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으로만 기억 돼선 안 된다”며 “언론노조는 언론이 이 사건에 입을 닫았다는 사실을 새삼 주목한다. 언론이 침묵하자 검찰은 수사를 덮었다”고 비판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도 “민언련은 2009년부터 이 사건을 의제화했지만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미투 운동이 사회를 바꾸고 있는 지금, 조선일보를 포함한 권력이 어떠한 압박을 가한다고 해도 진상 규명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언론들도 과거처럼 ‘침묵하는 동업자’가 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언론시민단체들과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언론시민단체들과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태봉 언소주 사무처장은 “9년 전 이 자리에 서서 성역 없는 장자연 사건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명예훼손,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모두 무혐의를 받았는데, 우리는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당시 경찰은 언론 권력인 조선일보 눈치만 봤다”며 “진상 규명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9년 후 똑같은 자리에 섰다. 이번에는 수사기관이 제대로 진실을 밝히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일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2차 사전 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해 대검 진상조사단에 사전 조사를 권고했다. 검찰과거사위는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관련된 인권 침해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