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예고 없이 강제 건물명도 집행을 당한 강남향린교회가 “송파경찰서 경찰관이 재개발 조합에게 방법을 알려줬다”며 송파경찰서와 재개발 조합 간 담합을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경찰청 측에 “공무집행과정의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즉각 감사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예고 없는 강제집행 강남향린교회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동한 장로), 향린공동체(향린교회·강남향린교회 등 4개 교회), NCCK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 등은 지난 4일 저녁 “사상 초유의 사태 ‘예고 없는 강제집행’에 대해 경찰청장은 지휘권을 발동하라”는 제목의 항의 서한을 서울시경찰청 민원실에 접수했다.

▲ 예고 없는 강제집행 강남향린교회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동한 장로), 향린공동체(향린교회·강남향린교회 등 4개 교회), NCCK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 등은 4월4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경찰청 정문 앞에서 '강남향린교회 예고없는 강제집행 규탄 기도회'를 열었다.
▲ 예고 없는 강제집행 강남향린교회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동한 장로), 향린공동체(향린교회·강남향린교회 등 4개 교회), NCCK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 등은 4월4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경찰청 정문 앞에서 '강남향린교회 예고없는 강제집행 규탄 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접수 전 서울시경찰청 정문 앞에서 규탄 기도회를 열고 항의서한을 낭독했다.

유은진 강남향린교회 집사와 장동원 향린교회 교우는 서한을 대표 낭독하며 “지난 3월30일, 부활절을 앞둔 우리교회가,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하신 성금요일에, 예고 없는 강제집행이라는 참사를 겪었다”며 “재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예고 없는 강제집행은 초유의 사태다. 사악함으로 인해 현재 구속되어 있는 박근혜와 이명박 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30일 서울동부지법 집행관실은 서울 송파구 ‘거여2-1지구 재개발 지구’에 있는 강남향린교회에 대해 강제 인도 집행을 마쳤다. 법원은 지난 26일 관련 서류를 교회 측에 송달했다는 송달증명원을 작성했으나 강남향린교회는 이와 관련해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

강제 부동산명도 집행이 이뤄질 경우 집행관은 통상 계고장을 발송해 집행 사실을 예고하고 1~2주 간 자진 철거 기간을 둔다. 하지만 서울동부지법은 이 사건에서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한 것이다.

집행 당일 교인들은 법원을 방문해 항의했고 법원 측은 ‘조합으로부터 예고 없이 철거해달라는 신청을 받았다’면서 ‘강제집행을 할 때 반드시 예고를 하라는 법조항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 서울동부지법 집행관실이 지난 3월26일 접수한 재개발 조합 측 탄원서 일부. 사진=강남향린교회 제공
▲ 서울동부지법 집행관실이 지난 3월26일 접수한 재개발 조합 측 탄원서 일부. 사진=강남향린교회 제공

실제로 재개발 조합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엔 “강제집행을 예고하게 되면 교회 신도들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예고를 하지 않고 신속하게 집행해 주시기 바란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탄원서의 작성 날짜는 공란으로 비워져있지만 지난달 26일 집행관은 ‘접수’ 도장을 찍었다.

일부 송파경찰서 경찰관들은 강제 집행 전 재개발 조합 측에 ‘강남향린교회가 저항이 강할 것이므로 예고 없이 집행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로 수차례 말했다. 복수의 강남향린교회 교인은 이 같은 사실을 조합장 등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내용과 조합이 법원에 제출한 강제집행신청 서류를 종합하면 법원은 강제집행 계획을 지난 3월22일부터 세우고 있었고 송파경찰서는 늦어도 지난 3월29일엔 인지한 것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교회는 송파서의 강제집행 인지 시점이 3월22일 전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법원 집행관이 이미 3월22일 ‘보관자 선임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교회는 “3월22일에 보관자 선임을 했다는 것은 이미 그 전인 3월21일 이전에 예고 없는 강제집행을 결정했다는 정황증거”라면서 “송파경찰서는 3월21일 또는 그전에 (강제 집행 사실을) 인지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 서울동부지법 집행관이 지난 3월22일 작성한 보관자 선임서. 사진=강남향린교회 제공
▲ 서울동부지법 집행관이 지난 3월22일 작성한 보관자 선임서. 사진=강남향린교회 제공

이에 따라 강남향린교회는 송파경찰서가 방조 더 나아가 강제 집행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강남향린교회는 “조합장은 미리 사전에 집행관실과 함께 손발을 맞추어 강제집행을 준비하였음이 드러났다”며 “문제는 조합장이 이렇게 인식을 갖도록 정보를 준 경찰관들은 누구인지가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는 또한 “강제집행 전날인 3월29일에 송파서는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교회에는 이 사실을 일체 알리지 않았다”며 “왜 알리지 않았는가? 우리는 공정한 공무를 집행해야 할 경찰관들이 조합 편에 서서 교회를 의도적으로 배제 또는 교회에 손실을 끼치려는 행위목적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강남향린교회는 서울동부지법원장에게도 지난 3일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교회는 서한을 통해 “서울동부지법은 강남향린교회에 대한 예고 없는 강제집행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며 “서울동부지법원장은 집행관실과 재개발조합의 유착 의혹에 대해 즉각 감사에 착수하라”로 요구했다.

강남향린교회는 재개발 조합과 명도소송 항소심을 진행 중이었지만 조합 측과 큰 갈등 없이 이주를 준비해왔다고 주장했다. 오금동에 있는 건물을 매입한 강남향린교회는 잔금 지불을 치르고 5월 초경 이주를 마칠 계획이었고 강제집행 3일 전 조합과 만난 자리에서 ‘상반기 내 이주를 할 것이다’ ‘우리도 빨리 나가고 싶다’ 등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강아무개 재개발 조합장은 교회의 이사 계획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강 조합장은 “강제집행 수일 전 교회 이사 계획을 물어봤으나 (교회 측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면서 “강제집행 2~3일 전 이병일 담임목사와 여성 1분이 조합을 방문했고 그 여성분에게 이사를 언제쯤 하실건지 물어봤니 ‘갈 때 되면 갈 것’이라고만 대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강제집행이 실패한 토지 분쟁 사례에 비춰 법원에 예고 없는 강제집행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강 조합장은 “인근 거암교회와의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험을 겪었다. 또다시 교회 이전이 지연되어 사업추진이 늦어지면 올해 안에 착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주비와 사업비 대출금에 대한 금융비용으로 월 10억원 이상 지출되고 있다. 이런 비용은 분양 신청한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므로 조합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예고 없이 집행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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