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보다 언론의 오보가 유해하다?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일 발표한 ‘언론 신뢰도에 대한 시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언론이 ‘시민의 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4.8%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에게 언론인에 대한 인식을 묻자 ‘사회적 영향력이 있다’(82.2%)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시민의 편이다’(34.8%) ‘도덕성도 있다’(28.2%)는 응답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언론인이 시민의 편이라는 인식에 낮은 동의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 언론이 크게 반성해야할 대목”이라며 “언론인에게 도덕성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용자들은 ‘가짜뉴스’보다 언론사의 오보가 유해하다고 답했다. 여러 정보의 유해성을 비교한 결과 언론사 오보가 유해하다는 응답이 87.0%로 가장 많았다. 이어 뉴스 형식을 사용한 거짓정보(‘가짜뉴스’)(86.8%), 한 쪽 의견만을 전달하는 편파적인 뉴스(85.0%), 선정적 제목 등을 통해 흥미를 끄는 낚시성 뉴스(84.3%), ‘찌라시’ 정보(83.0%), 광고임을 숨긴 뉴스(82.1%), 댓글에 제시되는 정보(76.7%)순으로 나타났다.
조사 과정에서 ‘가짜뉴스’의 실제 정의와 이용자들의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가짜뉴스’는 언론사의 보도를 흉내낸 허위 정보를 말한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이 뿐 아니라 ‘찌라시’ 정보(86.1%), 언론사 오보(84.7%), 선정적 제목 등을 통해 흥미를 끄는 낚시성 뉴스(83.7%), 광고임을 숨긴 뉴스(80.6%), 한 쪽 의견만을 전달하는 편파적 뉴스(79.0%), 댓글에 제시되는 정보(77.5%) 등을 ‘가짜뉴스’라고 보는 견해가 다수였다.
보고서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가짜뉴스’와 언론인 및 언론학자가 생각하는 ‘가짜뉴스’의 개념에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정확한 개념을 시민들에게 전파하든지, 아니면 언론현업이나 언론학계 등에서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재개념화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부르기 시작한 데는 정치인들의 영향이 컸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CNN 등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성 매체를 ‘가짜뉴스’라고 불렀으며 국내에서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등 정치인들이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지칭했다. 정치권에서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지목하는 점에 대해 응답자의 82.9%는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같은 언론이라 하더라도 매체별로 신뢰도에 차이가 있었다. 전체 응답자들에게 매체별 신뢰도를 물은 결과 TV(77.3%), 포털(63.0%), 종이신문(58.5%), 인터넷신문(52.6%), 소셜미디어(35.1%) 순으로 나타났다. 포털이 신문, 인터넷신문보다 높은 신뢰를 받은 것이다.
반면 응답자 가운데 지난 일주일 동안 한 번이라도 해당 매체를 통해 뉴스를 본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하자 TV(78.1%), 종이신문(70.7%), 포털(64.2%), 인터넷신문(56.1%), 소셜미디어(42.6%) 순으로 나타났다. 포털의 순위가 떨어졌고, 종이신문의 신뢰도가 크게 올랐다.
이번 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마켓링크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연령과 거주지역 등을 고려해 표본을 정한 후 온라인 설문방식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2018년 3월 26~27일 이틀 동안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3.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