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2회 만에 삭제·폐지됐던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팟캐스트 ‘까고 있네’ 제작진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오는 11일 오후 개최되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해고를 포함한 징계가 검토될 예정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TV 이사회는 4일 ‘까고 있네’ 제작진 3인(김영환·성지훈·강우정)에 징계 제청 사유를 포함한 인사위 개최 사실을 통보했다.

지난달 7일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인 권용득(개친빠), 이순근(김만석), 최황(마가린)씨는 ‘적폐’를 주제로 ‘386세대’와 진보 진영 인사들을 도마 위에 올렸다. 작가 유시민씨, 방송 진행자 김어준·김용민씨, 이상호 기자 및 최승호 MBC 사장 등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비난이 담긴 콘텐츠였다.

하지만 방송 직후 조합원들이 “조합원 탈퇴 종용 방송인가요”, “조합원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된다”, “TV조선에서 만든 거 같아요” 등 크게 반발하며 ‘프로그램 폐지’라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렀고 국민TV 노사 대립 역시 격화하고 있다.

▲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팟캐스트 ‘까고 있네’는 방송 2회 만에 삭제·폐지됐다.
▲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팟캐스트 ‘까고 있네’는 방송 2회 만에 삭제·폐지됐다.
당초 국민TV 이사회가 ‘수습 신분’을 이유로 성지훈 기자와 강우정 PD에 대한 ‘근로 계약 종료’를 검토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TV분회(분회장 김영환)가 이를 부당 인사라고 반발해 해직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 거라 예상됐으나 4일에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적 책임에 반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주도”했다는 이유 등으로 “‘근로 계약 종료’를 포함한 징계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4일 인사위 회부 통보 내용을 보면 국민TV 이사회는 ‘까고 있네’에 대해 “방송된 내용 중에는 뚜렷한 근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인사들을 비하하고 심지어 허위 사실을 인용해 특정인을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등 방송의 공공성과 공적 책임에 반하는 무책임한 내용들이 방송됐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 이후 국민TV 게시판과 협동조합의 여러 밴드 방에 조합원의 항의성 글이 폭주했고 SNS상에서 국민TV의 무책임한 방송 내용에 대해 비난하는 글이 게시·전파되는 등 국민TV 명예가 실추됐다”며 “프로그램 내용에 분노한 약 240여명의 국민TV 조합원들이 3월25일부터 30일 사이 조합을 탈퇴해 조합비가 감소하고 조합 탈퇴에 따른 출자금 환급 의무가 발생함으로써 재산상 손실을 보게 됐다”고 징계 제청 사유를 밝혔다.

성지훈 국민TV 기자는 4일 통화에서 사측의 해고 검토 시사에 대해 “경력직으로 채용됐고 보도팀장 내정자로서 팀장 역할을 해왔다”며 “회사에서 근로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억지로 ‘수습’ 딱지를 갖다 붙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성 기자는 “회사와 계약 기간을 정해놓지 않은 근로 계약을 맺었다”며 “그럼에도 굳이 수습을 거듭 강조하는 까닭은 해고를 용이하게 하려는 데 있지 않나 싶다. 현재 노조 차원의 대응이 결정된 것은 없으나 실제 해고가 이뤄진다면 ‘부당 해고’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라도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화 국민TV 상임이사는 지난 3일 “국민TV 이사회는 현재 인사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징계 수위에 대해 그 어떤 내부 가이드라인도 정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 이사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간섭 받지 않는 언론을 추구하나 조합원들을 위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의무도 정관에 명시돼 있다”며 “이번 사태는 이사회와 직원 간 갈등으로 바라봐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송 이사는 “이사회는 제작진과 조합원 간 첨예한 대립에서 ‘키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사회는 조합원 요구와 열망을 받아 경영을 해야 하는 주체”라고 말했다.

반면 출연진들은 국민TV 이사회 결정을 ‘언론·노동 탄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출연진들은 4일 자신들의 페이스북 페이지 ‘까고있네 임시 대피소’를 통해 “언론 탄압에 노동 탄압을 세트로 하면서 무슨 진보를 운운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당신들이 무슨 문재인 대통령 편에 서서 지지자임을 표방하는가. 무엇보다 제작진을 징계하고 싶거든, 제작진의 ‘까고있네’ 기획안을 통과시킨 이사회부터 갈아치우든지 해체하는 게 마땅한 순서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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