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제70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유가족과 희생자에 대한 배상·보상 등 정부 차원의 조치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과 생존 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 조치에 최선을 다 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 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며 “국가권력이 가한 폰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유해발굴 사업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의 4·3 행사 참석은 지난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58주년 4·3 위령제 참석 이후 두 번째, 지난 2014년 4·3이 국가 기념일로 제정된 이후로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선 후보 신분으로 제주를 방문해 “새로 들어서는 민주정부 대통령은 4·3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적인 추념 행사로 위상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4·3에 수식어 붙이지 않은 이유?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4·3’에 별도의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문 대통령이 4·3의 정명(正名)을 염두에 두고 명칭을 붙이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4·3사건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앞으로 4·3이 올바른 이름을 찾을 수 있도록 잠시 공백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4·3은 발생 70년이 됐지만 ‘폭동’과 ‘항쟁’ 등으로 불리며 제 이름을 찾지 못했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제정된 4·3특별법은 4·3에 ‘사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난 2006년 위령제에서 ‘4·3 사건’이라 칭했다.

제주 4·3평화기념관 내 백비(白碑) 앞 안내문에는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슬로건은 ‘4·3에 정의를, 역사에 정명을’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족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완전한 해결의 절반은 정부 몫이지만 절반은 국회가 할 몫”이라며 4·3 해결과 관련한 국회 입법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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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향신문 3면 기사.

20대 국회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오영훈·강창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각각 4·3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오영훈 의원 안의 경우 △진상규명위 조사 권한 강화 △집단학살 암매장지 조사와 유해 발굴 △보상금 지급 결정 △불법적 군사재판 무효와·트라우마 센터 건립 △4·3 희생자·유족 명예훼손 처벌 등이 담겼다. 강창일 의원 안은 4·3에 따른 수형자에 대한 명예회복이 담겼으며 권은희 의원 안에는 희생자 유족들로부터 개별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신청을 받아 이를 조사하는 방안이 담겼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4·3은 “좌익 폭동”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3일 본인 페이스북에 “(추념식은) 건국 과정에서 김달삼을 중심으로 한 남로당 좌익 폭동에 희생된 제주 양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행사”라고 썼다. 그는 추념식 참석 후에도 “제주 양민들이 무고한 죽음을 당한 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좌익 무장 폭동이 개시된 날이 4월3일”이라고 주장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관련 논평에서 ‘4·3사태’라는 표현을 사용한 뒤, 이후 논평에서 ‘사태’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바른미래당 유의동 수석대변인의 경우 “국민통합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제주 4·3항쟁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4·3항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제주 4·3은 우리 역사 최대의 홀로코스트(대학살)”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사설은 홍준표 대표와 같이 ‘무장 폭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조선일보는 “군경이 대한민국에 반란을 일으킨 남로당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에 대통령 사과는 현대사 비극을 매듭짓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추모사 어디에서도 막대한 피해자를 낳은 4·3 사건을 일으킨 남로당과 배후 세력인 북한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또한 “4·3 사건 주동자 중에는 나중에 월북해 평양 혁명열사릉에 묻힌 사람들도 있다”며 “대통령 역시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사설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발언을 두고 “4·3이 이념 문제가 아니라 무자비한 국가폭력의 문제라는 점은 상식에 속한다”며 “제1야당 대표가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되풀이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날 문 대통령의 추념식 발언과 관련해 “무장세력 수백명을 이유로 당시 제주 인구의 10%가 희생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국가폭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자체 개헌안 확정 … 정부안과 정부 형태 충돌

자유한국당이 3일 내각제적 요소가 강화된 ‘분권 대통령·책임총리제’ 개헌안을 공식 발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분권 대통령·책임총리제는 제왕적 대통령을 넘어 정치적 책임성을 통해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완성해 가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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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일보 5면 기사.
한국당 개헌안 골자는 국회의 총리 선출권이다. 국회가 총리 추천권을 넘어 선출권을 가져야 하며, 총리 자격은 국회의원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회가 선출한 총리는 외치를 제외한 모든 행정권을 통할하는 권한을 갖는 반면 대통령 권한은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당은 대신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을 줌으로써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해산권은 대통령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총리가 국회 해산권을 제청하고 대통령은 허가하는 방식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22일 권력구조안 개헌안 공개 당시 “국회에 국무총리 선출권을 주는 것은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당은 또 검찰·경찰·국세청·국가정보원·공정거래위원회 등 5대 권력기관과 감사원·대법원·헌법재판소 등 헌법 기관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하며,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권도 삭제했다. 개헌 시기와 관련해서는 ‘6월 발의·9월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보수야당, 방송법 개정 내세워 ‘국회 보이콧’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방송법 개정안’ 4월처리를 임시국회 조건으로 내세우며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정치권의 존재감 부각용, 개헌시간 끌기용”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방송법 개정안을 막는 모양새로 비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7월 발의 이후 1년9개월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이사장 포함 13인으로 구성하되 여당이 7인, 야당이 6인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사회가 사장을 임면 제청할 경우 재적이사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 ‘특별다수제’도 명시됐다.

경향신문은 방송법 개정안이 테이블에 올라올 경우 국회 개헌 협상, 추경안 처리 등 현안을 모두 삼켜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최근 인사청문회를 마친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의 경우, 고대영 전 사장 잔여임기인 11월까지 사장직에 있는 동안 ‘후임 사장’ 이슈만 부각되고 KBS 정상화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아침 전국단위 주요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는 아래와 같다.

경향신문 “문 대통령 “이념 벗어나 4·3 직시해야””

국민일보 “아픈 4·3…70년 걸린 “명예회복””
동아일보 “인질극 다음날도 뻥 뚫린 초등교”
서울신문 “완전한 해결, 4·3의 진실 보듬다”
세계일보 “재활용 발목 잡는 불합리한 ‘EPR제’”
조선일보 “北 ‘천안함 농락’…한마디 못하는 정부”
중앙일보 “‘문 코드’ 압박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
한겨레 “문 대통령 “4·3 국가폭력 사과…완전한 해결·배상 약속””
한국일보 “적발 힘든 ‘민간기업 취업 청탁’… 취준생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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