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한 해 정책 홍보를 위해 4억8600만 원을 들여 홍보 기사 게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부처가 정책 홍보를 위해 돈을 주고 지면을 구매하는 행위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이 같은 관행은 이어졌다.

(관련기사=돈 받고 정부 홍보기사 써준 언론사를 공개합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농림부로부터 돈을 받은 상당수 신문사들이 기획성 기사부터 농림부 고위 관계자 인터뷰 및 기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기사를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홍보 기사가 특정 언론사에 편중된 사례도 확인됐다.

농림부는 지난해 ‘2017년 농업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한 언론 기획홍보’ 사업을 진행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관련 보고서를 보면 해당 사업을 입찰 받은 용역 업체는 지난해 3월16일부터 12월28일까지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코리아타임스, 헤럴드경제, 아시아투데이, 아시아경제, 이투데이 등 13개 일간지 및 경제지를 대상으로 93건의 기획 기사 및 광고를 추진했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2017년도 '농업 미래 성장산업화를 위한 언론 기획홍보' 결과 보고서 일부 내용.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2017년도 '농업 미래 성장산업화를 위한 언론 기획홍보' 결과 보고서 일부 내용.
농림부 지원을 받은 기사를 가장 많이 게재한 곳은 아시아투데이였다. 아시아투데이는 지난해 지면에서 ‘농식품부·아시아투데이 공동기획’ 기사 18건과 일반 기사 3건, 광고 1건 등 총 22건의 정책 홍보를 담았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기사별 금액에 따르면 아시아투데이 공동기획 기사의 경우 지난해 3월20일부터 4월11일까지 10회분 기사가 2200만 원, 같은 해 4월12일부터 26일까지 8회분 기사는 16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그 외 기사 3건과 광고는 1000만 원을 지원 받았다. 농림부 예산 4800만 원이 아시아투데이에 갔다.

▲ 지난해 3월20일자 아시아투데이 10면 기사. 해당 기사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작성됐다.
▲ 지난해 3월20일자 아시아투데이 10면 기사. 해당 기사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작성됐다.
공동기획을 내걸고 보도된 기사 내용은 정부 정책 소개와 설명이 전부였다. 일례로 지난해 3월20일 아시아투데이 10면에 게재된 “여성농업인 육성에 3553억 투입… ‘양성평등 농촌’ 만든다”란 제목의 기사는 농림부의 ‘여성 농업인 육성법’ 및 ‘제4차 여성 농업인 육성 기본 계획’ 등을 전하는 내용으로, 13개 문단 중 리드 부분을 제외한 내용은 농림부 정책 설명으로 채워졌다. 연속 게재된 나머지 기사들 역시 농림부 정책 소개에 관계자 발언을 덧붙이는 형식이 반복됐다.

두 번째로 홍보 기사 게재 비중이 높은 서울신문의 경우 농림부 지원으로 기사 및 광고 16건을 게재했으며 온라인 기사를 주로 활용했다. 서울신문은 온라인판에서 지난해 10월26일부터 11월6일까지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스마트팜에 대한 기사 6건을 내보냈다.

기획 첫 기사 “농촌융복합산업(6차 산업)-스마트팜 현황과 미래 전망”에서 서울신문은 “창간 113년 전통의 중앙 일간지 서울신문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이와 같은 특별 기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독자들이 농림부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기사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기사였다.

▲ 지난해 10월26일 서울신문 온라인판에 게재된 기사.
▲ 지난해 10월26일 서울신문 온라인판.

역시 온라인판에 게재된 이재욱 농림부 농촌정책국장 인터뷰 기사도 농림부 지원을 받고 작성됐다. 박성태 특임논설위원 이름으로 나간 이 인터뷰는 △농촌 융복합산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 △정책 소개 △기대되는 점 △정책에 대한 목표와 전망 등 주로 농림부 홍보성 질문으로 채워졌다. 농림부 정책국장 인터뷰와 온라인 기획 기사, 스마트팜 확산 사업에 대한 광고 등에 대한 지원 금액은 총 2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정부 관계자 인터뷰나 기고 등을 통해 정부에 우호적 입장을 내보낸 사례도 있었다. 서울신문의 경우 지난해 5월23일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이 쓴 “4차 산업혁명과 농업의 미래”란 제목의 기고를 게재했고 동아일보는 3월27일자로 “축산 미래, 깨끗한 농장 환경에 달렸다”란 제목의 이준원 농림부 차관 인터뷰 인터뷰를 냈다. 헤럴드경제는 9월29일 “걱정 없이 농사짓고 안심하고 소비하는 정책 펼 것”이란 제목의 김영록 장관 인터뷰 기사를 냈는데 역시 농림부 지원을 받고 게재했다. 농림부 돈을 받고 썼다는 내용은 기사에 나와있지 않았다.

이밖에도 농림부 지원을 받고 기사·광고를 실은 신문사별 게재 횟수는 동아일보 9건, 내일신문 7건, 코리아타임스·아주경제 6건, 국민일보·이투데이 5건, 세계일보·아시아경제 4건, 헤럴드경제 3건, 경향신문·조선일보·문화일보 각 2건 순이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신문 지면을 사고파는 문제가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협찬 취지를 밝히지 않는 건 결국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처장은 “정당하게 보도 자료를 제공하고 보도를 요청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특정 언론에 돈을 주고 홍보해달라는 것은 기업에서도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 사무처장은 “세금으로 기사를 사서 홍보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지면을 돈으로 사서 과하게 홍보하는 것은 시민의 알 권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농림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계약서에는 홍보를 의뢰한 기관을 인식할 수 있는 표식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홍보 기사 문제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공지했고 기자들에도 공유한 걸로 알고 있다”며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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