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2회 만에 삭제·폐지됐던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신설 팟캐스트 ‘까고 있네’ 논란이 제작진에 대한 징계위 회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7일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인 권용득(개친빠), 이순근(김만석), 최황(마가린)씨는 ‘적폐’를 주제로 ‘386세대’와 진보 진영 인사들을 도마 위에 올렸다. 작가 유시민씨, 방송 진행자 김어준·김용민씨, 이상호 기자 및 최승호 MBC 사장 등에 대한 거침 없는 비판이 담긴 콘텐츠였다.

하지만 방송 직후 조합원들은 “조합원 탈퇴 종용 방송인가요”, “조합원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된다”, “TV조선에서 만든 거 같아요” 등 크게 반발하며 ‘프로그램 폐지’라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렀고 국민TV 노사 대립 역시 격화하고 있다.

국민TV 이사회는 지난달 31일 미디어협동조합 대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제작진 입장을 청취하고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인사위에선 제작진 3인(김영환·성지훈·강우정)에 대한 징계위 회부가 결정됐다. 징계위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징계위 회부 사실은 3일 제작진에게 통보됐다.

▲ 방송 2회 만에 삭제·폐지됐던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신설 팟캐스트 ‘까고 있네’ 논란이 제작진에 대한 징계위 회부로 이어지고 있다.
▲ 방송 2회 만에 삭제·폐지됐던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신설 팟캐스트 ‘까고 있네’ 논란이 제작진에 대한 징계위 회부로 이어지고 있다.
송경화 국민TV 상임이사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간섭 받지 않는 언론을 추구하나 조합원들을 위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의무도 정관에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송 이사는 “이번 사태는 이사회와 직원 간 갈등으로 바라봐야 할 사안이 아니”라며 “이사회는 제작진과 조합원 간 첨예한 대립에서 ‘키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회는 조합원 요구와 열망을 받아 경영을 해야 하는 주체”라고 말했다. ‘까고 있네’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와 반발이 컸다는 이야기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TV분회(분회장 김영환·국민TV분회)는 “이사회는 여러 이름들을 나열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우려들을 제시했지만 요는 결국 ‘정치적 입장 차이가 있는 방송을 하지 말라’, ‘회사 수익에 반할 수 있는 방송은 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라며 “부당한 내·외부 압력에 이보다 더 정확한 사례가 어디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이사회가 방송제작국의 편집권을 부당한 이유로 침해했다는 것이다. 

당초 국민TV 이사회는 ‘수습 직원 신분’을 이유로 성지훈 기자와 강우정 PD에 대한 ‘근로 관계 종료’를 검토했으나 분회가 이를 부당 인사라고 반발하고 이사회 쪽도 문제 제기를 수용해 해고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국민TV분회는 이번 징계위 회부와 관련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프로그램 폐지에 이어 실제 징계가 내려질 경우 편집권 침해 논란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출연진들은 국민TV 이사회 결정을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TV 채널이 아닌 개인 채널로 팟빵, 유튜브 등에 업로드하며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출연진들은 지난달 29일 자신들의 페이스북 페이지 ‘까고있네 임시 대피소’를 통해 “‘세상에 까지 못할 것은 없다’는 기획 의도에 충분히 동의했던 국민TV 이사회가 방송을 듣고 깜짝 놀랐던 모양”이라며 “‘우리 편을 까다니, 네 이놈들!’이라면서 가차 없이 저희를 까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지만 국민TV 이사회는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듣기 불편하다고 함부로 억압하면 풍선 효과만 더 커진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우리는) ‘모두까기’를 지향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선의를 가장한 폭력과 케케묵은 시대정신을 까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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