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새 편집국장 후보가 사내 일부 간부들이 ‘장충기 문자 사태’에 연루된 것과 관련해 “기자가 기업을 상대로 기쁨조 또는 조폭과 같은 행태를 취하는 것은 언론의 수치”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편집권 독립의 원칙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공언했다.

연합뉴스 편집총국장 후보로 내정된 김경석 정보사업국장은 3일 오전 연합뉴스 노조(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로부터 받은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공개했다.

노조는 질의서를 통해 “박노황 경영진의 편집인이었던 조복래 전 상무와 이창섭 전 편집국장 직무대행의 ‘삼성 장충기 문자 사태’로 연합뉴스의 명예가 크게 실추되고 소속 기자들이 깊은 상처를 받았다”며 “편집인이자 편집총국장으로서 경제권력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장충기 문자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연합뉴스 인사는 이창섭 연합뉴스TV 뉴미디어 기획위원이다. 이창섭 위원은 연합뉴스 편집국 책임자인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맡은 바 있다. 사진=MBC 화면 캡처
▲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장충기 문자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연합뉴스 인사는 이창섭 연합뉴스TV 뉴미디어 기획위원이다. 이창섭 위원은 연합뉴스 편집국 책임자인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맡은 바 있다. 사진=MBC 화면 캡처

김 후보는 이에 “기업, 특히 대기업은 언론의 주요 취재 대상인 동시에 광고주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며 “따라서 경제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단순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운을 뗐다.

김 후보는 “그럼에도 기본 원칙은 있다. 경영은 경영진에 맡기고, 편집국은 언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중요 주체 중 하나인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도록 돕고,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어 “광고주라는 성격을 의식해 기자가 기업을 상대로 때로는 기쁨조, 때로는 조폭과 같은 행태를 취하는 것은 언론의 수치”라며 “더구나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편집총국장제는 사내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제도 중 하나다. 2012년 연합뉴스 노조의 100여 일간의 파업 끝에 노사 합의로 도입됐다. 편집인인 편집총국장이 기자들의 임면동의 투표를 거쳐 임명되고 기자들로부터 중간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보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때 기자들이 편집인을 불신임 투표에 회부할 수도 있다.

김 후보는 “곡절을 겪은 편집총국장제도가 부활한 후 첫 총국장으로 내정됐는데 각오를 밝혀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국민의 신뢰 회복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며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명언을 인용했다.

그는 ‘정의를 사랑하지만 정의가 어머니에게 총부리를 겨눈다면 나는 정의와 맞서 싸우겠다’는 말에 “어머니의 자리에 연합뉴스 또는 연합뉴스 임직원들의 생계를 대입할 수도 있겠다. 저는 최근 총부리가 회사 코앞까지 왔다고 걱정했다”면서 “항상 정의의 편인 회사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 언론, 특히 국가기간뉴스통신사에 있어 정의란 국민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밝혔다.

▲ 이주영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장(왼쪽)과 조성부 연합뉴스 대표이사가 3월30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열린 2017년 임단협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노조 제공
▲ 이주영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장(왼쪽)과 조성부 연합뉴스 대표이사가 3월30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열린 2017년 임단협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노조 제공

연합뉴스를 향해 제기된 보도 편향성 논란에 대해 김 후보는 “선순환의 출발점은 공정보도의 기치 아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기사를 생산하는 것”이라며 “권력은 불편하더라도 독자의 신뢰를 받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언론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회사 안보'의 토대는 공정보도”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앞서 “우리 스스로 악순환을 자초한 측면이 없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악순환이란 정치권력이든 시장권력이든, 권력에 타협한 대가로 빵을 얻지만 독자의 신뢰를 잃고 시장 경쟁력을 상실함으로써 다시 권력에 매달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우리 내부에서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런 상황을 과장하고, 때로는 사적 이익을 취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노조는 오는 4일 오전 10시부터 6일 오전 10시까지 48시간 동안 임명 동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후보는 기자직 사원 3분의 2가 투표해 과반 찬성을 얻으면 임명 동의를 받게 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