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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제’(불사조라는 뜻의 피닉스와 이인제를 합친 말)라는 별명을 가진 이인제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거친 당들의 이름이다. 이중  정당 차원에서 스스로 이름을 바꾼 경우도 있지만,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대표적 ‘철새’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단순 당적뿐 아니라 여야 간 이동도 잦아서다.

그런 그가 6.1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에 출마 선언을 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2일 자유한국당의 ‘충남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을 통해 후보 추대를 받고, 3일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 복기왕 전 아산시장(더불어민주당),김용필 충남도 의원(바른미래당)과 경쟁하게 됐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출마를 선언하자 맨 처음 따라붙은 비판은 ‘올드보이’였다. ‘올드보이’라는 비판에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저는 46세에 최연소 경기도지사가 돼, 수많은 혁신을 계속해 경기도를 아주 역동적으로 만든 경험이 있다”라며 “그때와 비교해 용기와 열정, 도전이 시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 원숙하게 불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자유한국당 이인제 고문이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 이인제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이인제로 보수 결집될까? 전문가들 “결집에 한계 있는 인물”

자유한국당은 이인제 전 최고위원으로 ‘보수결집’을 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추대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는 자기 지지자들 결집”이라며 “탄핵대선 때와는 달리 보수 우파들의 결집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충남도지사선거에서 이인제 전 최고위원으로는 ‘보수결집’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권순정 리얼미터(여론조사기관) 실장은 미디어오늘에 “이인제 전 위원으로 핵심 지지층을 흡수할 수는 있겠지만 중도성향의 보수층까지 모을 힘은 미약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현재 판세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중도성향의 보수층까지 결집시켜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 실장은 “TK(대구경북)을 제외하고는 보통 이념성향이 4(중도):3(진보):2(보수)로 분포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충남도 여기서 큰 예외는 아니다”라며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되려면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의 표를 가져와야하는데 중도층까지 확산이 가능한 후보일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탄핵은 원천무효”라는 발언 등 탄핵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내왔다. 때문에 보수층 중에서도 탄핵에 찬성했던 유권자의 표를 모으기는 어려운 인물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 역시 “만약 자유한국당에서 정말 파괴력있는 후보를 데려왔다면 표심을 결집할 수 있었겠지만 유권자들 입장에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신선함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며 “결집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충남도지사 후보로 추대된 이인제 고문 등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충남도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충남도지사 후보로 추대된 이인제 고문 등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충남도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민주당 악재 겹쳤던 충남도지사 선거…그러나 여전한 민주당 지지도

2018년 충남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악재가 겹친 상황이어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누구인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기도 했다. 대선주자로까지 주목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이고, 다음 주자였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연인 공천 의혹 등으로 사퇴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하지는 않았다. 안일원 대표는 “진보진영에 ‘미투’ 관련 악재가 겹쳤음에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데이터로 봐서는 변함이 없다. 20대~40대 여성의 경우도 민주당 지지도는 흔들림이 없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에서도 충청지역은 긍정비율이 부정비율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여론조사 역시 여당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3월27일 조원씨앤아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충청남도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09명을 대상으로 가상 다자대결 결과, 양승조 의원이 24.6% 지지율로 1위였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20.7%를 얻었다. 복기왕 전 시장은 18.3%로 3위였다. 김용필 충남도의원(바른미래당)은 4.3%의 지지를 얻었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조원씨앤아이의 여론조사 결과.
▲ 조원씨앤아이의 여론조사 결과.
왜 ‘미투’운동과 관련한 사건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철회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일까.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추미애 당 대표가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폭로 이후 하루 만에 당에서 제명을 하는 등 빠른 결정을 했다”며 “이런 빠른 결정은 안 전 지사에게 실망한 지지자들이 당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지 않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빠른 대처도 민주당의 지지율을 빠지지 않게 만든 요인이 될 수 있으나, 또 한편으로는 높아진 시민들의 의식 수준 때문이기도 하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오마이뉴스 기고에서 “미투로 인해 진보진영 인사들의 성추행 행각이 줄줄이 폭로되었지만 그렇다고 어디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던가”라며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에도 아무 변화 없었다”라고 썼다. 

그는 “그들(자유한국당)도 진보진영의 ‘미투’ 폭로에 따른 반사이익을 전혀 못 봤다는 얘기”라며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이제는 “자유한국당에서는 언제 터지니”라고 물을 뿐, 더불어민주당보다 자유한국당 인사들이 더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결국 충남도지사 선거는 현재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과 맞물려 더불어민주당에 우세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순정 리얼미터 실장은 “최근 여론조사들을 따르면 야당의 후보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여당이 우세한 판세로 여론이 형성돼 있음을 볼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의 구도는 대통령의 영향이 크고 정당의 요소가 강하고, 충남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2일 “지방선거 민심은 막바지에 태풍처럼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피닉제’ 이인제는 과연 태풍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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