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울산컨트리클럽(이하 울산CC) 내 골프 비리 의혹을 고발한 제보자들이 경찰의 축소 수사 정황과 울산CC 내 사건 은폐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사건을 담당한 울산경찰청은 “관련 증거를 모두 압수수색해 혐의 사실을 확인 중”이라며 “적극적으로 수사를 이끌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1월 폭로된 ‘울산CC 골프 비리’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고객이 전산에 등록하지 않고 골프를 치는 ‘미등록 라운딩’이고, 나머지 하나는 전산 기록을 사후 삭제하는 ‘등록 후 삭제 라운딩’이다. 일부 울산CC 관계자들이 특정 인사에게 무료 골프 서비스를 접대한 정황이자 일부 라운딩비를 부당하게 빼돌린 정황이 동시에 포착된 것이다. 울산CC 관계자에게 배임·횡령 혐의 적용이 가능한 지점이다.

▲ 장병학 울산CC 이사는 4월3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검찰에 사건을 다시 고소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 장병학 울산CC 이사는 4월3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검찰에 사건을 다시 고소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울산CC 내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했던 장병학 이사는 3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58명 사원을 대신해 나는 경찰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으므로 횡령·배임 고소건과 업무방해 고소건을 울산지방검찰청에 다시 접수할 것”이라 밝혔다. 장 이사는 회견이 끝난 후 울산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장 이사는 울산경찰청이 늑장 수사 및 축소 수사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장 이사는 경찰이 자신이 해당 사건을 고소한 지 두 달여가 지나서야 울산CC 이사장실, 총괄본부장실, 사무실, 전산실 등을 압수 수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장 이사에 따르면 그가 울산CC 간부 최아무개 본부장, 장아무개 전 경기팀장, 김아무개 영업팀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한 시점이 지난 1월30일인데, 이후 울산경찰청은 사건을 울주경찰서로 이송하는 등 수사 속도를 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3월14일 울산청 광역수사대로 사건이 이송되면서 3월20일 압수수색이 단행됐다.

장 이사는 울산청 광역수사대 측에도 “압수수색을 제대로 했느냐”고 공개 질의했다. 장 이사에 따르면 ‘공짜 골프’와 ‘삭제된 골프기록’ 실체를 규명하려면 경찰은 골프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체 ‘ㅅ업체’를 수색해야 한다. 운영 구조상 울산CC에서 골프를 친 모든 내장객의 기록은 허브 역할을 하는 ‘ㅅ업체’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ㅅ업체를 수사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장 이사는 울산청이 비리 혐의의 책임자로 지목되는 최아무개 본부장의 휴대폰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 이사는 울산CC가 저지른 횡령 유형이 △미등록 골프(공짜 골프) △등록 후 특정 기록 삭제 △비사원 내장객을 사원으로 기록 △고객 할인율 사후 조정 △특정 시간대 고의로 비워두고 저렴하게 부킹 등이 있다며 경찰이 압수수색한 울산CC 전자기록을 디지털포렌식하면 관련 내용이 명백히 밝혀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광수대는 3월14일 사건을 이송받고 3월15일 곧바로 압수수색을 신청하는 등 신속히 수사를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축소 수사 의혹’ 제기와 관련 “ㅅ업체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는 3개월 내의 정보여서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없어 하지 않은 것이다. 이 사건 범죄는 1~2년 전의 것”이라며 “압수수색은 증거를 찾기 위한 최소한도로 신청해야 한다. 필요 부분만 신청해 피의자 휴대전화 등은 압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울산CC 골프 비리’는 지역 시·군청, 언론사, 지역 공단 및 정부 기관 관계자들이 무료 골프 수혜자로 연루돼 지역의 관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울산경찰청 관계자도 무료 골프 접대에 연루돼 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장 이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고위직과 피고소인 최아무개 본부장과의 부적절한 추문만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지역언론사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지, 비리직원들이 자신들의 혐의를 다른 이에게 덮어 씌우려는 음흉한 전략에 동조해 양비론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팀은 내부 감사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해서 증거를 100% 확보했다. 누가 무료 접대를 받았는지도 다 확인해서 수사 중”이라며 “분명히 확인드리는데 광수대엔 나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접대를 받거나 골프 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울산청에 따르면 현재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장 이사가 고소한 울산CC 간부 3명은 피의자로 입건됐다. 수사팀은 일부 울산CC 소속 캐디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남겨놓고 있다.

회계사 출신인 울산CC의 장병학 이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개월에 걸쳐 비리 사건을 자체 조사했다. 그는 2016년 5~9월 동안 25개 팀의 공짜 골프를, 2017년 6~11월 동안엔 20개 팀의 공짜골프를 적발했다. 1인당 약 15만 원을 비용으로 계산하면, 울산CC가 손해를 본 금액은 수백만원 대에 달한다.

라운딩 전산기록 삭제 건의 경우 2017년 5월에 3건, 8월에 7건, 9월에 9건이 적발됐다. 디지털포렌식 작업 등을 거치지 않은, 공개된 자료만을 가지고 검토한 최소값이다.

이 사건은 무료 골프 관행 등을 문제로 여긴 일부 캐디들이 장 이사에게 관련 정황을 제보하면서 밝혀지게 됐다. 하지만 정작 비리를 제보한 내부고발자 7명은 대부분 해직·제명됐다. 장 이사 등은 이 과정에서 내부고발자들이 받은 업무 상 불이익을 ‘업무방해’로 간주해 울산CC 일부 관계자들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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