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부 신임 연합뉴스 사장이 전임 박노황 전 사장 체제 인사들을 좌천시키며 ‘보도 불공정성’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가운데 연합뉴스 안팎으로 ‘언론 부역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창섭 전 편집국장 직무대행의 과거 행적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전 대행은 삼성그룹과 유력 언론인들의 유착 관계를 담고 있는 ‘장충기 문자’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2015~2016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대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 책임자인 사장님과 최소한 통화 한 번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부산 출신이시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2015~2016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같은 부산 출신이시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2015~2016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같은 부산 출신이시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이외에도 그가 편집국장 대행으로 재직(기간 2015년 3월~2016년 12월)하던 시절 ‘보도 편향’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그가 국장 대행으로 주재했던 에디터 회의록 발언록 일부를 확인하고 취재해 연합뉴스 간부들의 왜곡된 언론관을 되짚었다.

2015년 5월17일 오후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전야제’가 열렸다.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대표는 전야제에 참석했다가 시민들로부터 물세례를 받았다. 시민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 폐기와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요구하며 김 대표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민심을 이반한 박근혜 정부·여당에 대한 항의였다. 

다음날인 18일 연합뉴스 에디터 회의에선 “논설실에서 5·18 행사 물세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론을 쓴다”는 지시가 내려졌다. “5·18을 글로벌 행사로 발전시키려면 물병 세례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 안 된다. 숭고한 정신이 훼손된다”는 논리였다. 실제 연합뉴스는 18일자 시론에서 “김 대표는 물세례까지 받았다”며 “이런 불미스런 일이 대다수 광주 시민의 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썼다. 

에디터 회의에선 노조(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에 적대적인 발언도 나왔다. 2015년 3월 박노황 사장이 취임한 뒤 노사 간 최대 쟁점은 ‘편집총국장제 무력화’ 논란이었다. 신임 조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편집국 독립 보장 제도인 이 제도를 곧바로 부활시켰을 정도로 편집총국장제는 연합뉴스 정상화의 시금석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 전 대행과 간부들은 같은 해 5월27일 에디터 회의에서 “위기에 대한 노조의 인식이 없다”, “외부 적들의 압박이 커지는 데 후배들은 회사를 주적 삼아 공격한다”, “간부들이 밤낮 없이 죽기살기식으로 뛰어야 하는지 회의감과 무력감이 든다”, “편집총국장제는 인사권 침해 사안” 등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사법부를 바라보는 편향된 인식도 드러났다. 2015년 5월29일 에디터 회의에선 “전국 법원에 사조직 논란을 일으킨 우리법연구회가 국제인권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세탁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법원에 이런 사조직이 활개칠 때 공정한 재판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법연구회는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전두환 정권에서 임명된 사법부 수뇌부 퇴임을 요구한 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모임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은 이를 해체하려고 왜곡된 내용의 신문 광고와 언론 기사화 유도 등의 ‘공작’을 벌였다. 

이 전 대행과 관련해 내부에서 가장 우려했던 이슈는 한·일 위안부 문제와 역사 교과서 논란이었다. 2015년 10월8일 에디터 회의에선 “당정이 역사 교과서와 관련해 국민 통합, 단일 교과서, 올바른 역사 교과서, 역사 교육 정상화 등의 차원에서 다양한 주장과 견해를 쏟아낼 예정”이라며 “관련 부서에서 상의해 유기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하지만 일선 기자들 사이에선 “단일한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정부·새누리당 주장을 뒷받침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여졌다.

같은 해 10월13일 에디터 회의에선 “중앙일보가 (기존) 역사교과서에 박정희 사진은 1개인데 반해 김대중과 김일성 사진은 4개씩 배치한 것을 두고 편파성 문제를 거론했는데 우리도 다양한 각도에서 (기존) 역사교과서 문제점의 실태를 파악해보자”라며 “일선 교육 현장에서 전교조 교사들에 의한 편파 교육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 역시 국정 교과서 필요성을 강조했던 보수 언론 논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취재 지시로 보인다.

10월16일 에디터 회의에선 “8종 교과서를 하나로 묶었다는 점을 강조할 때는 ‘단일 교과서’, 좌우 편향성을 고쳤다는 의미일 때는 ‘수정 교과서’, 진보와 보수 사관을 함께 담았다는 의미일 때는 ‘통합 교과서’ 등의 형태로 표현하면 동어 반복의 단조로움을 해결하고 독자들에게 의미 전달이 쉽다”고 지침을 내렸다.

이어진 10월20일에는 국정 교과서 문제로 진보·보수 진영이 대립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진보 단체는 이름만 붙여 우리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보수 진영은 제목에 보수를 달아 특정 정파만 대변한다는 외부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수 진영 쪽 불만을 대변하는 취지의 발언이다.

▲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위안부 합의 보도와 관련해 연합뉴스 편집위원회에서 노사 간 공방이 있었다. 사측 대표로 이 전 대행, 황정욱 전 정치에디터, 황대일 전 전국·사회에디터가 참석한 2016년 4월 노사 회의에선 “‘위안부 합의 무효…행동의 날’ vs ‘할머니 정치적 악용말라’”는 제하의 기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기사는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진보 단체들의 집회 내용이 주된 것이었는데 이후 수정된 기사에서는 진보·보수 단체 분량이 반반이 됐다.

이에 대해 사측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위안부 측 기사가 과잉일 정도로 많았다”,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첨예할 때는 양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 “진보단체도 정대협 빼고 나머지는 검증이 안 됐을 것” 등 ‘기계적 중립’을 강조하는 주장을 펼쳤다.

이날 노조는 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평균 90세…생활자금·치료비 지원”이라는 제하의 기사에 정부 및 보수 단체 입장은 자세히 들어갔지만 당사자인 할머니들과 이를 지원하는 단체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는데 사측은 “양 시각을 동시에 실어주는 차원에서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편집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측이 조직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색깔론을 덧씌우려고 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간부들은 자사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한 적대감도 유감없이 드러냈다. 2015년 5월29일 에디터회의에선 “연합뉴스 광고 중단에 앙심을 품고 미디어오늘이 연일 공격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나왔고 “사이비언론의 전형이다. 보도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다른 사례 등을 적극 찾아내서 법적으로 대응하도록 하자”는 지침이 떨어졌다.

조성부 신임 연합뉴스 사장은 지난 2일자로 이 전 대행과 황대일·황정욱 전 에디터를 각각 콘텐츠편집부, DB부, 편집국장석 근무로 발령냈다.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박노황 경영진 하에서 보도 공정성을 해친 책임을 묻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한 기자는 “경영진이 장충기 문자로 연합뉴스의 공정성·신뢰성에 먹칠을 하고 구성원들을 모욕한 이창섭 전 편집국장 직무대행에 대해서는 정식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편향 보도 지시 논란과 관련해 3일 이 전 대행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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