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올해 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3개월간 KBS·MBC·SBS·JTBC 메인뉴스 시청자수를 분석한 결과 SBS가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2월 올림픽 중계방송에 이은 변칙적 뉴스편성으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확인됐다. JTBC는 손석희 사장이 진행하는 월~목 편성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였으며 KBS와 MBC는 1월 대비 3월 시청자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3사가 내부 적폐청산에 이어 보도정상화 흐름으로 가면서 바야흐로 방송4사 메인뉴스는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미디어오늘은 닐슨코리아의 도움을 받은 이번 시청자수 분석에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20~49시청자수를 주요 지표로 삼았다. 뉴스 후반부 지역민방 뉴스로 전환하는 SBS 메인뉴스의 특성을 고려해 방송4사 모두 공평한 지표를 적용하기 위해 지역을 수도권으로 한정했고 방송업계 관계자들이 전 연령대 시청자보다 20~49시청자 비율을 방송사의 경쟁력으로 주요하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20~49연령대에 강조점을 두었다. 무엇보다 과거 시청률 개념보다 시청자수로 접근하는 것이 가구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변화한 오늘날 시청패턴에 적합한 지표라고 판단했다.

▲ 1월~3월 방송4사 메인뉴스 20~49 수도권 시청자수 추이. 가로축은 90일간의 기간, 세로축은 시청자수(단위 천명)를 의미한다. SBS와 MBC는 2월 중순 경 시청자수가 크게 증가한 대목을 확인할 수 있고 JTBC와 KBS는 평일과 주말의 시청자수 격차가 눈에 띈다. ⓒ정철운 기자.
▲ 1월~3월 방송4사 메인뉴스 20~49 수도권 시청자수 추이. 가로축은 90일간의 기간, 세로축은 시청자수(단위 천명)를 의미한다. SBS와 MBC는 2월 중순 경 시청자수가 크게 증가한 대목을 확인할 수 있고 JTBC와 KBS는 평일과 주말의 시청자수 격차가 눈에 띈다. ⓒ정철운 기자.
닐슨코리아 평일 수도권 20~49 시청자수 분석 결과 메인뉴스 시청자수는 1월 기준 JTBC ‘뉴스룸’ 32만2500여명, KBS ‘뉴스9’ 26만7500명, SBS ‘8뉴스’ 24만8900명, MBC ‘뉴스데스크’ 12만4200명 규모로 나타났다. 지상파3사 모두 금요일에 시청자수가 증가세를 보인 반면 JTBC만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월~목은 JTBC의 강세가 여전했다. 손 사장의 존재감이 뉴스에 큰 영향을 갖고 있는 사실은 JTBC의 강점이지만 동시에 잠재적 불안요소다. 이와 관련 타사에선 “손석희를 영입하는 방송사가 곧 승자”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2월에는 SBS와 MBC의 약진이 돋보였다. 1월과 같은 지표로 분석한 결과 SBS ‘8뉴스’ 33만9500명, KBS ‘뉴스9’ 28만1700명, JTBC ‘뉴스룸’ 22만7600명, MBC ‘뉴스데스크’ 21만6200명 규모 순이었다. SBS와 MBC는 올림픽 중계방송과 뒤이은 뉴스 편성으로 시청자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JTBC는 손석희 사장의 휴가기간(2/12~2/15)까지 겹치며 2월에 눈에 띄는 시청자수 하락을 보였다. 이 기간 JTBC 시청습관에 익숙했던 시청자 일부가 지상파로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JTBC는 3월에 자신들의 위상을 다시 회복했다. 1·2월과 같은 지표에서 JTBC는 29만2900명을 기록했고 뒤이어 KBS ‘뉴스9’ 28만7200명, SBS ‘8뉴스’ 23만8400명, MBC ‘뉴스데스크’ 13만4900명 규모 순이었다. 하지만 격차는 크지 않았다. JTBC가 1월에 비해 시청자수가 줄어든 반면 KBS와 MBC는 1월 대비 시청자수가 늘었다. 흥미로운 점은 주말을 더할 경우 20~49 시청자수 1위가 SBS라는 사실이다. 지난 90일간 SBS는 평균 27만5400명으로 KBS(26만400명), JTBC(24만8800명), MBC(17만8000명) 메인뉴스를 따돌렸다.

이는 SBS가 평일보다 주말에 강세라는 맥락도 담겨있다. 이와 관련 SBS의 한 기자는 “손석희 사장이 주말에 안 나오는 이유도 있지만 최근에 힘 있는 아이템도 주말에 배치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한 뒤 “심석태 보도본부장 취임 이후 부서 간 선의의 경쟁 문화도 잡히고 최근 삼성 보도를 20분간 했던 것 등이 자신감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방송업계에선 올해 초 KBS 2TV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 1000만 시청자를 모으며 흥행한 점을 고려했을 때 SBS와 JTBC가 주말에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KBS 메인뉴스의 경우 50대 이상 시청자수 비중이 타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시청자수를 전체연령으로 집계했을 때 KBS는 평일 기준 1월 127만900명, 2월 127만1400명, 3월 127만5100명으로 타방송사를 쉽게 앞섰다. 이는 바꿔 말하면 KBS의 20대 이하 시청자수가 거의 없다고 가정할 경우 50대 이상 중장년층 시청자수가 평균 100만 명이란 이야기다. 이는 향후 KBS가 양승동 사장 체제에서 보도국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지표다. KBS로서는 젊은 시청 층을 늘리기 위한 복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 방송4사. 디자인=이우림 기자.
▲ 방송4사. 디자인=이우림 기자.
KBS가 가진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은 드라마 의존도다. KBS메인뉴스 시청자수는 8시20분 경 편성된 일일드라마와 연관성이 높다. 3월의 경우 주말 전 연령대 시청자수가 90만5200명으로 평일보다 무려 37만5000명 줄었다. 1월에도 KBS의 주말 전 연령대 시청자수는 92만7000명으로 역시 평일보다 35만 명가량 줄었다. ‘드라마+뉴스’ 묶음 편성으로 35만 명 수준을 붙잡고 있는 셈인데, 언제까지나 유효한 전략일 순 없다. 당장 주말 9시 시간대에서 2TV ‘연예가중계’와 ‘개그콘서트’ 경쟁력이 무너지며 tvN·JTBC 이탈 층이 늘고 있다.

MBC의 경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메인뉴스 시간대를 오후 9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오히려 8시 뉴스시청자와 9시 뉴스시청자를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월28일자 민실위보고서에서 “지금 우리는 과거와의 분명한 단절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우리 안에 자리 잡은 뉴스에 대한 전통적 고정관념과의 단절을 포함한다. ‘뉴스데스크’ 9시 복귀 같은 해법은 이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