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신문부수 공사기구인 한국ABC협회가 회장 선임을 두고 수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7년 이명박 대선캠프 당시 언론위원회 본부장 겸 특보단장 출신으로 2014년 10월 보궐 선임된 이성준 현 이사장이 현재까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신문사 유료부수공사를 책임지는 ABC협회 수장이 여전히 ‘MB맨’인 상황이다. 그는 지금 연임을 노린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비영리법인인 ABC협회는 1989년 설립된 신문부수 인증공사로 광고주의 정확한 광고단가 책정과 신문사의 영향력 평가를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일간신문을 비롯해 1400여 언론사가 회원으로 가입됐다. 하지만 매년 부수공사가 나올 때마다 공신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ABC협회가 신문협회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실제로 조중동 유료부수의 경우 이성준 이사장 취임 이후 거의 줄지 않고 있다. ABC협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부수공사결과에서 조선일보는 125만4297부, 중앙일보는 71만9931부, 동아일보는 72만9414부의 유료부수를 나타냈다. 조중동 합계 유료부수는 270만3642부로, 2015년 유료부수 274만8865부와 거의 차이가 없다. (관련기사=조중동 유료부수가 ‘아직도’ 270만부?)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런 가운데 부수공사제도는 조중동 등 신문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했다. 2016년부터 ABC협회는 공사제도를 바꿔 표본지국수를 기존 30곳에서 27곳으로 줄였고, 구독료 정가의 45% 이상만 수금하면 되도록 유료부수 인정기준을 낮추고자 시도했다. 지국공사 통보시점은 ‘공사 3일전’에서 ‘공사 7일전’으로 변경했다. 모두 유료부수를 높게 유지할 수 있게끔 신문사에게 유리한 변화들이었다.

MB는 피의자 신분이 되어 구치소로 갔지만 여전히 ‘MB맨’이 이끄는 기관이 신문사의 유료부수를 측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이성준 이사장은 전임 김영일 이사장의 잔여임기인 2015년 2월까지 임기를 마친 뒤 한 번 연임해 3년 임기를 끝냈지만 한 번 더 연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성준 ABC협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껏 모든 회장이 연임을 해왔다”며 연임이 관행이란 점을 강조한 뒤 “버티고 있는 건 아니다. ABC협회 회원사 간 조정기간을 거치고 있다. 무엇보다 (회장 선임에는) 합의 추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ABC협회 측은 “지난 2월 이사회는 협회장의 합의추대가 바람직하다는 방침을 마련하고 협회 간 의견을 조율 중이며 머잖아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이성준 ABC협회장.
▲ 이성준 ABC협회장.
현 상황과 관련, 한 신문업계 관계자는 “현재 광고주협회에서 이성준 이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신문협회에선 이 이사장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한 뒤 “이성준 이사장 취임 이후 수년 간 부수공사에서 유료부수가 거의 줄지 않고 있어서 신문사 판매국장들이 (이 이사장을) 좋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료부수의 정확한 공사와 투명한 공개는 독자와 광고주뿐 아니라 신문업계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어서 ABC협회를 관리·감독할 위치에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