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사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사내 성추행 사건과 여성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조선일보 노조 설문조사 등 조선일보 내부에서 일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사주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라 주목된다.

조선일보가 지난달 30일 발행한 사보를 보면 방 사장은 조선일보 사원들에게 “최근 사내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며 “특히 여사원을 중심으로 사내 소통 방식과 문화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방 사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의견을 들어봤다”며 “그 결과 우리 내부의 문화를 일신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저를 포함한 회사 가족 모두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 사장은 이어 “앞으로 사내 성희롱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자 한다”며 “상대방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선후배 사이에서도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사내 문화를 함께 바꿔나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방 사장은 “회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성희롱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징계 기준을 보다 세분화하는 작업을 마쳤다”며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 무관용 원칙이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언론인으로서 언론의 가치를 지키고 보다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모인 조직이다. 더 나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만나서 토의하고 논의하는 자리는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방 사장은 “조선일보 가족 모두가 함께 힘써야 조직 문화는 개선될 수 있다”며 “일에서는 철저하지만 동료 간에는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다함께 만들어 가자”고 독려했다.

이보다 앞서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박준동)는 지난달 여성 조합원 57명을 대상으로 사내 성폭력 실태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여기자 10명 가운데 최소 2명이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겪었지만 대부분 2차 피해 우려 등의 이유로 공론화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내에서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12명이 모두 ‘있다’고 답했다. 이는 여성 조합원(57명)의 21%에 달하는 수치였다.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12명 가운데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을 시도했다는 응답자는 2명에 불과했다. 

설문 조사와 관련해 한 조합원은 “오너가 나서서 ‘상습범’으로 회자되는 일부 간부·기자들에게 확실하게 경각심을 줘야 한다”며 “사장이 나서지 않으면 그들은 거칠 것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성희롱 신고센터와 성희롱고충상담관을 운영해왔지만 성희롱 문제로 고민하는 여사원들이 보다 심적 부담 없이 신고나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여성 고충상담관을 늘리기로 했다. 

성희롱고충상담관은 신고 및 사건 조사의 실무뿐 아니라 여사원들과 대화의 자리를 자주 마련해 고충을 파악할 예정이다.

아래는 사내 성폭력 사건과 논의에 대한 방 사장의 입장 전문.

최근 사내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특히 여사원을 중심으로 사내 소통 방식과 문화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그 결과, 우리 내부의 문화를 일신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회사 가족 모두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배려 없이 내뱉었던 언사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상대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이번 일을 사내 문화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앞으로 사내 성희롱에 대해서는 무(無)관용 원칙을 적용하고자 합니다. 상대방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선후배 사이에서도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사내 문화를 함께 바꿔나가야 하겠습니다. 회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성희롱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징계 기준을 보다 세분화하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 무관용 원칙이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언론인으로서 언론의 가치를 지키고 보다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모인 조직입니다. 더 나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만나서 토의하고 논의하는 자리는 더 활발해져야 합니다.

조선일보 가족 모두가 함께 힘써야 조직 문화는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일에서는 철저하지만 동료 간에는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다함께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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