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측이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직후였던 2007년 8월24일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1억1000만 원을 보낸 정황이 담긴 메모가 발견됐다. 이 메모는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저수지’로 불리고 있는 서울 강남 영포빌딩 지하 2층에서 발견된 것으로, 계좌번호와 함께 의뢰인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었다. 1억1000만 원은 다스에서 형성한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MB가 불법자금으로 대선을 치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당 메모에는 계좌 송금을 위한 모든 정보가 담겼다. ‘국민은행 394-01-0003-xxx’이란 계좌번호와 의뢰인의 이름, 그리고 의뢰인의 주민등록번호까지 적혀있었다. 메모에 적힌 송금 의뢰인은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 회계책임자였던 김희중씨로, 서울시장 의전비서관과 청와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지낸 MB 측근이다. 김씨는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종료 직후인 8월20일 이후 4일 뒤 억대의 금액을 포털사이트에 송금하려 했다.

▲ 영포빌딩 지하2층에서 발견된 2007년 8월24일자 메모의 일부. 다음 커뮤니케이션에 1억1000만 원을 송금하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의뢰인은 당시 MB캠프 회계책임자였던 김희중씨로 나와있다.
▲ 영포빌딩 지하2층에서 발견된 2007년 8월24일자 메모의 일부. 다음 커뮤니케이션에 1억1000만 원을 송금하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의뢰인은 당시 MB캠프 회계책임자였던 김희중씨로 나와있다.
▲ 지난 3월14일 검찰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3월14일 검찰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해당 메모와 관련 카카오측 관계자는 “메모에 적혀있는 계좌번호는 다음의 광고대금 관련 계좌였다”고 밝혔다. 카카오측에 따르면 2007년 8월 24일자로 김희중씨 명의를 통해 1억 1000만원이 계좌로 입금된 것이 확인됐다. 실제 MB가 포털사이트 온라인 광고대금 명목으로 다음에 송금했을 경우 다스를 통해 형성한 불법자금으로 선거운동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역시 검찰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23일 영포빌딩 지하2층에서 해당 전표 등을 입수했다.

한편 김희중씨는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 이명박 캠프 회계책임자로 내가 등재되어 있어서 내 이름으로 집행된 것 같다”며 “차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법적 책임을 의식해 아무도 회계책임자를 맡지 않으려 해서 내가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실제적으로 자금을 집행한 사람은 따로 있으며 검찰조사과정에서도 잘 소명했다”고 강조한 뒤 “(미디어오늘이) 지적한 송금 사항에 대해서는 내가 모르는 사항이며 공식적인 선거비용 지출사항이라 당시 회계책임자였던 내 이름으로 집행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답했다.

[기사 수정 :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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