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을 반대하던 사람이 들어와서 대표를 하니 소통이 되나. 사람들도 ‘반대하더니, 왜 대표로 온 거야?’ 이런 눈치지. 안철수 위원장이랑 유승민 공동대표는 합당 전 충분히 이야기를 해왔는데, 박주선 공동대표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고.”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에 대한 당내 부정적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당 당시 통합을 반대하던 박주선 공동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자 ‘공동대표’를 맡고, 이후 유승민 공동대표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박주선-유승민 공동체제’가 바른미래당이 새 당을 창당하고도 지지율을 끌어 모으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통합 전 ‘잠재 정당 지지도’에서 얻었던 지지율보다 낮아졌다. ‘안철수-유승민 체제’로 통합을 이끌었던 당시 처음 조사된 잠재정당 지지도는 11.2%였다.(리얼미터, 1월2주차 여론조사.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후 10%대를 유지하다 창당 직전 12%까지 지지율이 올랐다.

▲ 1월2주차 리얼미터 잠재정당 지지율.
▲ 1월2주차 리얼미터 잠재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바른미래당이 창당되기 전,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맡긴 갤럽조사에서는 통합신당 지지율이 16.4%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자유한국당이 13.5%의 지지율을 받아, 통합신당이 창당되면 자유한국당보다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일각에서 나왔다. (한국갤럽, 1월22~23일 조사.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러나 막상 창당을 하니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한자리수에 머물고 있다. 3월 마지막주 리얼미터 조사에서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7.3%에 불과했다. 바른미래당이 ‘새당 창당 효과’를 못 본 것에는 통합을 내내 반대하다가 공동대표로 들어와, 유승민 공동대표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박주선 공동대표의 책임도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사진=민중의소리.
박주선, 유승민 공동대표는 합당 첫날부터 의견 차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2월14일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대북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박 대표는 “현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 수단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고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유 대표는 “대북 특사를 보내기 전에 대미 특사를 보내야 한다”며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2월23일에는 김영철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박주선 대표는 “재고를 요청해야한다. 하지만 북한이 고집한다면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승민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을 만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반발했다.

자유한국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문제를 놓고도 갈등이 점화됐다. 유승민 대표는 3월29일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에 대해) 마음이 열려있다”고 말했고, 박주선 대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 박주선,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박주선,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사진=민중의소리.
두 대표의 불협화음 때문에 바른미래당 안에서는 빨리 ‘조기 선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3월28일 바른미래당 소속 지역위원장 100여명은 비공개 회의에서 조기선대위 발족 및 지도부의 지방선거 동반출마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이태규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유승민 공동대표의 차출론은 당의 화합을 해치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지만, 조기 선대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맥락이 있다고 본다”라며 “사실 박주선 공동대표가 유승민 공동대표와 계속 엇박자를 내면서 당의 메시지가 중구난방되고 있는 상황인데, 창당한지 얼마 안돼서 ‘비대위’ 체제를 갈 수도 없고, 조기 선대위 체제가 출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은 ‘탄핵에는 찬성했지만 보수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듣고 싶은 메시지를 던져줘야 하는데 박주선, 유승민 대표들이 소통이 안 돼 실패했다고 본다”라며 “안철수 공동대표가 조금 뻔뻔하게 보이더라도 대표 자리를 계속 유지했어야 한다고 봤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의원 중 일부는 ‘안철수-유승민 체제’가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현재 구조적으로나 바른미래당의 상황으로나 바른미래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에 어려울 것이라 분석했다. 엄 소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50%, 자유한국당이 20%를 차지한 상황에서, 한국의 무당층은 보통 15% 정도라고 보면 가져갈 표 자체가 15%밖에 되지 않아 정당 지지율을 올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 소장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박주선 공동대표는 당 내에서 ‘보수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우니 결국 바른미래당이 ‘중도 보수’의 표를 가져오기도 어렵게 됐고, 창당하는 과정에서 호남 지역 의원들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민주당 쪽 표를 가져오기도 어렵게 된 터라 정당 지지율이 정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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