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강남 지역 한 재개발 조합의 강제집행 요청을 접수한 직후 예고도 없이 곧바로 강제 명도 집행에 들어가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집행 대상인 강남향린교회는 “법원의 행태는 지극히 상식에 어긋난다”며 “조합과 법원 간 담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강남향린교회 건물에 대해 강제 명도 집행을 기습적으로 마쳤다. 통상 강제집행이 결정될 시 법원은 계고장을 발송해 집행 사실을 예고하고 1~2주 간 자진 철거 기간을 두고 있음에도 서울동부지법은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했다.

▲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강남향린교회 건물에 대해 강제 명도 집행을 기습적으로 마쳤다. 사진=종교단체 '예수살기' 제공
▲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강남향린교회 건물에 대해 강제 명도 집행을 기습적으로 마쳤다. 사진=종교단체 '예수살기' 제공

강남향린교회 측은 이날 오전 8시20분경 강제 집행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 방송사 기자의 전화를 받고 강제집행 사실을 최초로 알게 됐다. 한 교회 집사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교회에 도착한 오전 9시15분 경, 교회 안팎은 200여 명의 인부 및 경비용역으로 들어 차 있었고 강제집행도 이미 시작된 후였다.

강남향린교회는 재개발 조합과 명도소송 항소심을 진행 중이었지만 조합 측과 큰 갈등 없이 이주를 준비해오고 있었다. 오금동에 건물을 매입한 향린교회는 잔금 지불을 치르고 5월 초경 이주를 마칠 계획이었고 조합도 이를 모두 알고 있었다.

강남향린교회는 30일까지 법원으로부터 강제집행과 관련된 어떤 연락이나 서류도 받지 못했다. 법원이 계고장 등을 보내 자진 이주를 권고해도 집행 대상자들이 불복할 때가 있다. 두 세 차례 계고장 발송에도 불복한다면 법원은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집행에 나선다. 교회는 계고장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강제집행을 당한 셈이다.

서울동부지법 측은 이날 오후 항의방문한 교회 이병일 담임목사 등에게 ‘조합으로부터 예고 없이 철거해달라는 신청을 받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 서울동부지법 집행과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강제집행 흐름도.
▲ 서울동부지법 집행과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강제집행 흐름도.

상식 밖의 절차라고 항의하는 교인들에게 법원 측은 ‘강제집행을 할 때 예고를 반드시 하라는 조항이 없다’는 답을 되풀이했다.

강남향린교회 확인 결과 재개발 조합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엔 ‘강남향린교회는 성도들의 강력한 저항이 예측되는 바 예고 없이 강제철거를 해주기를 부탁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한 법원은 조합측으로부터 지난 26일 관련 신청 서류를 접수받았다. 서울동부지법은 불과 4일 만에 강제 인도 집행에 나선 것이다.

종교 시설의 경우엔 강제집행 시점이 임박하더도 지역 내 역할 및 사회적 의미 등을 고려해 가장 후순위 집행 대상지가 되는 것이 관례기도 하다.

이례적인 결정에 대해 법원이 설득력있는 해명을 하지 않자, 향린교회 안팎으로 ‘법원과 조합 간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집행 현장에 있었던 한 교인은 지난 3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오늘 조합장이 우리 교인한테 ‘송파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말하길 강남향린교회 교인들은 다루기가 어렵고 시끄러운 사람들이라 예고없이 바로 해야 된다고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그 교인이 나에게 말을 전해줬다”며 “조합장이 집행관에 서류를 내자마자 집행관은 바로 처리했다. 이게 무슨 뜻이겠느냐”고 말했다.

강남향린교회 내부 집기는 경기도 하남·구리 등지의 물류센터로 옮겨졌다. 오전 11시15경 집기 철거가 마무리되자마자 집행관 및 인부들은 교회 주변에 철조 갈림막 판넬을 설치했다. 교인들은 현재 교회를 출입하지 못한다.

▲ 강남향린교회 목사 및 교인들은 3월30일 저녁 7시 경비 용역들이 지키고 서 있는 강제집행 현장에서 예배를 올렸다. 사진='예수살기' 제공
▲ 강남향린교회 목사 및 교인들은 3월30일 저녁 7시 경비 용역들이 지키고 서 있는 강제집행 현장에서 예배를 올렸다. 사진='예수살기' 제공

김동한 장로는 이날 저녁 7시 강제집행 현장에서 열린 예배에서 “법에 규정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조건 집행에 들어온 것을 우리는 용납할 수가 없다”며 “법적 대응을 철저히 할 것”이라 밝혔다.

강남향린교회는 예배장소를 이전할 때까지 현재 강남향린교회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교회는 또한 법원이 ‘조합이 낸 탄원서가 허위임에도 불구하고 조합 주장만 듣고 예고 없이 강제집행을 했다’며 집행관과 조합 간 밀접한 공조에 대해 양 측 모두에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남향린교회가 있는 ‘거여2-1지구 재개발 지구’는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거여·마천 뉴타운사업’ 지역에 포함돼있다. 뉴타운 사업 완료 예정 시점은 2029년이다. 거여2-1지구 재개발 조합은 이 지역에 공동주택 1945가구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시공사는 롯데건설로 롯데캐슬 브랜드 아파트를 건립할 예정이다.

송파경찰서에서 관련 기사에 대한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반론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반론보도] ‘강남향린교회 강제집행’ 보도 관련

2. 본문 : 본지는 2018년 3월 31일자 “법원은 왜 강남향린교회 강제집행에 나섰나?” 라는 제목으로 강남향린교회 강제집행의 문제점에 대해 보도하면서, 송파경찰서 정보관이 ‘강남향린교회 교인들은 다루기가 어렵고 시끄러운 사람들이라 예고 없이 바로 해야 된다’는 말을 했다는 향린교회 측 교인의 인터뷰를 인용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송파경찰서 해당 부서와 담당 정보관은 재개발 지역 내 갈등과 같이 치안불안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재개발 조합장과 만난 사실은 있지만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강제집행 전날 조합장으로부터 명도집행에 대해 전달받은 후 “예고 없이 바로 집행해도 되는 것이냐, 종교시설인 관계로 더욱 예고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라는 의견을 전달하는 등 강제집행에 개입하거나 담합한 바 없으며, 송파경찰서 청문 결과 위와 같은 말로 강제집행에 영향을 준 경찰관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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