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폭로된 사단법인 울산컨트리클럽(이하 울산CC) ‘공짜 골프’ 비리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역 언론사·공공기관 등이 잔뜩 긴장해있다는 소문부터 김기현 울산시장의 동생 건설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현재까지 드러난 공짜골프 사건의 비리 규모는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 횡령·배임 금액은 수배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곳 중 하나가 언론사다. 사건이 폭로된 시점은 지난 1월20일 경이다. 첫 보도를 낸 울산매일신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 일간지가 3월 중순까지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다. 울산 내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일간지인 K일보도 지난 3월12일 관련 기사를 지면에 처음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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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일보는 울산CC로부터 ‘무료 라운딩’ 혜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곳이다. 2017년 울산CC 정기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월11일에 ‘K일보 3팀’이 비용을 정산하지 않고 울산CC 골프장을 이용했다.

공짜 골프 혜택은 2017년에도 확인된다. 감사자료엔 ‘○○일보 기자 및 직원’이 2017년 9월24일 비용 정산 없이 골프를 쳤다고 적혀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이 언론사는 K일보로 확인됐다. 내부 조사 문건을 종합하면, J 논설위원, S 광고팀장, S 경영기획실장, C 편집국장, K 사진부 부장 및 K 차장 등 임직원 8명이 무료 라운딩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CC 공짜 골프 비리의 골자는 두 갈래다. 하나는 전산에 등록하지 않고 골프를 치는 ‘미등록 라운딩’이고, 나머지 하나는 전산 기록을 사후 삭제하는 ‘등록 후 삭제 라운딩’이다. 일부 울산CC 관계자들이 특정 인사에게 무료 골프 서비스를 제공한 정황이자 일부 라운딩비를 부당하게 빼돌린 정황이 동시에 포착된 것이다. 울산CC 관계자에게 횡령·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한 지점이다.

K일보 2017년 무료 골프 건의 경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언론기관 종사자 등으로 하여금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등을 위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식사비 3만원, 선물비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받을 수 있게 허용한다. 울산CC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1회 라운딩 비용은 1인당 15만 원 선이다.

연루된 언론사는 K일보 뿐만이 아니다. 한 지역 방송사 관계자 이름도 감사자료 등 조사 문건에 특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자료만 검토한 조사의 한계나 조사 기간이 2016년 5~9월, 2017년 6~11월 기간에 국한된 점을 고려하면 무료 골프 횟수 및 연루된 언론사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 울산CC 관계자는 “저녁시간에 기자나 경찰관들이 많이 왔다더라는 말이 사원, 직원들 사이에서 자주 나왔다”면서 “그 시간에 일했던 직원이 기자들이 미등록으로 골프치는 걸 많이 봤다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K일보 관계자는 논란에 대해 "2016년 건의 경우, 울산CC가 야간 라운딩을 신설해 프로모션 차 초청했고 광고팀, 취재팀 등 여럿이 돌아본 것"이라며 "K일보는 매년 골프대회를 열고 있어서 울산CC와 영업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울산CC 측이 영업 차 사내 골프팀에게 방문하라고 하는데, 2017년 건의 경우는 한 골프팀이 그렇게 골프장을 가서 할인을 받은 경우다. 무료 라운딩이 아니"라고 말했다. 

‘○○군청’ ‘기관팀’ 공무원 여럿 연루

조사 문건 등엔 ‘○○군청’ ‘기관팀’ 등으로 표시된 공공기관도 다수 등장한다. 경찰·검찰 등 사정기관 관계자, 울산 인근의 시·군·구청 관계자, 지역 공단·농업관련 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울산CC로부터 무료 골프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울산CC 관계자들은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울산경찰청의 한 간부도 무료 라운딩 혜택을 수회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건이 폭로된 후 ‘해당 간부가 골프장을 많이 이용했고 비리 주동자로 지목되는 최아무개 울산CC 본부장과 친분이 있다’는 증언을 울산CC 사원들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회계사 출신인 울산CC의 장병학 이사는 수개월에 걸쳐 이같은 관행을 자체 조사한 뒤, 지난 1월26일 최아무개 본부장, 장아무개 전 경기팀장, 김아무개 영업팀장 등 3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장 이사는 “박아무개 이사의 취임(2015년) 이전부터 비리 관행이 오래 이어져 온 정황을 발견했다. 그동안 주요 보직에 있었던 간부들이 주도자일 것”이라며 “경찰 수사가 제대로 된다면 10년 가량의 비리 실체, 총책임자 등이 가려질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장 이사에 따르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실마리는 삭제한 라운딩 기록에 있다. 기록 삭제는 본부장·경기팀·전산실 등의 조직적인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삭제된 라운딩 기록을 추적하면 지난 수 년 간의 횡령금액을 역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수사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이런 관행을 주도한 책임자와 공짜 골프에 연루된 언론인·공무원 등도 적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6년 5~9월 기간 미등록 공짜 골프 횟수는 25건, 2017년 6~11월 동안엔 20건이다. 1인당 약 15만 원의 비용으로 계산하면, 울산CC가 손해를 본 금액은 수백만원 대에 달한다.

라운딩 전산기록 삭제 건의 경우 2017년 5월에 3건, 8월에 7건, 9월에 9건이 적발됐다. 디지털포렌식 작업 등을 거치지 않은, 공개된 자료만을 가지고 검토한 최소값이다.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 덮으려는 정치적 공세?

공짜골프 사건을 쉬쉬하는 이유는 지역 사회 주요 인사가 연루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황운하 울산청장과 관련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김기현 시장의 동생 A씨가 27일 오후 울산시 중구 울산지방경찰청에서 자진 출석 전 취재진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김기현 시장의 동생 A씨가 27일 오후 울산시 중구 울산지방경찰청에서 자진 출석 전 취재진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황운하 울산청장은 지난 16일 아파트 건설비리 수사와 관련해 울산시청 비서실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그러자 김기현 울산시장과 그가 소속된 자유한국당은 정치공작이라면서 경찰을 ‘미친개’라고 비난해 파장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황 청장이 경찰 협력단체인 청소년안전추진위원회 회원들과 지난해 11월19일 골프를 치고 비용을 위원회 관계자가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황 청장이 골프를 친 장소가 울산CC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기다렸다는 듯 황 청장이 청탁금지법 위반했는지 여부를 즉각 수사하라는 논평을 내면서 공세를 폈다.

황 청장은 위원회 관계자에게 자신의 라운딩 비용을 현금으로 돌려줬다고 밝히면서 법 위반 여부를 부인했지만 경찰청은 감찰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짜 골프 사건과는 별개로 보이지만 황 청장이 골프를 친 곳이 울산CC였다는 점, 황 청장이 현장에서 돈을 바로 돌려주지 않았다는 점 등을 따질 때 황 청장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내용이다.

공짜 골프 사건의 실체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인물에 대한 ‘접대’의 성격이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황 청장이 같은 골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으며 불리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특히 황 청장은 지역 사회에서 청렴 결백을 강조해왔던 인물이고 울산시장 측근 비리 사건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짜 골프 사건이 정치적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지역 사회가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지역 관계자는 "공짜 골프 사건은 겉으로만 보면 지역사회 도덕성과 관련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명단에 있는 언론인만 하더라도 직무와 관련돼 기사를 빼거나 써주는 대가가 아니라 단순 정보교류 목적이라는 게 지역사회 정서로 돼 있다"면서 "오히려 울산시장 동생 건설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황운하 청장과 관련돼서 공짜 골프 사건이 유불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언론들이 관망하며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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