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사내 성폭력 사건을 알고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으로 허위사실 유포 및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을 부른 자유한국당이 또다시 해당 사건을 꺼내들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30일 오전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들은 양승동 후보자가 KBS 부산총국 편성제작국장이던 때 사내 성폭력 사태를 무마하고 가해자를 봐주려 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30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30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후보자가 제출한 서면 답변서와 KBS노동조합(위원장 정조인·구노조)의 특보에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며 “노조 특보에 당시 부산총국장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구체적 보고를 받지 못했고 후보자가 (가해자) 인사이동을 건의하며 ‘통상적 사정’을 설명했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 피해자 측은 이미 한국당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과거 성추행 사건을 ‘성폭행’으로 표현하며 양 후보자가 당사자 간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한 뒤, 피해자가 속한 KBS부산작가회는 이미 “양승동 당시 국장은 작가회 의견을 수렴해 사건 해결에 힘 썼다”며 “사건 무마·은폐 시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작가회는 당시 “피해자 및 작가회 동의 없이 이뤄진 제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는 허위 사실 유포로 작가회는 앞으로 강경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도 같은 날 “의사와 무관하게 몇 해 전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하고 왜곡된 내용으로 2차 피해를 겪어야 하는 피해자 심정을 생각했다면 이토록 무책임한 기자회견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양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명목으로 해당 사건을 다시 쟁점화한 것이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도 이날 양 후보자에게 “(성폭력에 대한) 조치를 어떻게 했냐”며 “당시 징계 처리를 했나”, “예, 아니오로 말하라”고 거듭 물었다.

한국당 측 질의를 들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논란이 됐던 성추행 건은 이미 부산작가회와 피해자 측에서 2차 가해를 심각하게 호소했다”며 “우리 상임위장이 인권의 사각지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30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KBS사장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양승동 KBS사장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30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KBS사장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양승동 KBS사장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추 의원은 이어 “그 건에 대해서는 질의와 발언을 자제해주시길 부탁 드린다. 2차 가해의 기준은 아마 말씀 안 드려도 다 알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한국당은 관련 질의를 멈추지 않았다.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이 사람(피해자)을 보호하는 것도 우리 임무다. 2차, 3차 피해를 생각하면서 질의하고 이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2시30분경 정회한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과방위 소속 의원들이 복귀하는 대로 속개될 예정이다.

오후 청문회에서는 양승동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제출 여부, 양 후보자의 석사 논문 표절 논란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 양승동 KBS사장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양승동 KBS사장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추가질의 시간에는 참고인 질의가 이뤄진다. 청문회 참고인으로는 성재호 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본부장, 성창경 KBS공영노조 위원장, 장주영 KBS 이사, 강규형 전 KBS 이사, 홍성현 KBS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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