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제주 MBC 사장이 해임됐다. 최 사장을 마지막으로 전임 MBC 경영진 ‘낙하산’으로 비판 받던 전국 16개 지역 MBC 사장은 모두 물러났다.

제주 MBC는 29일 오후 4시 서울 MBC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최재혁 사장과 최기화·백종문 이사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했다.

그동안 해임에 반대했던 제주 MBC 2대주주 남창기업의 박옥규 이사는 “4·3 진실규명을 이끌어 온 제주 MBC가 관련 프로그램 없이 4월을 맞이하는 것과 6·13 지방선거 때 서울 뉴스만 방송할 일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진다며 이런 끔찍한 일은 없어야 한다”며 전임 경영진 해임에 동의했다.

남창기업은 한동안 MBC 측과 대화를 거부하는 등 최 전 사장 해임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 왔다. 지난 9일 제주 MBC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최 전 사장 해임안을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남창기업이 제주 MBC 파행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제주 MBC지부(지부장 지건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 사장 해임으로 그동안 2대 주주에 대해 추진해오던 고소를 위한 법률 검토와 규탄 집회 등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 MBC지부는 앞서 최 사장과 2대 주주, 백종문·최기화 이사 등이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정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었다.

최 사장 해임을 촉구하며 지난 9월부터 7개월째 제작 거부 중이었던 제주 MBC지부 조합원들은 내달 2일자로 업무에 복귀한다.

지건보 지부장은 “공정 방송을 위한 길고 긴 싸움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며 “방송 파행까지 감수하며 MBC 재건을 외쳤던 구성원들과 응원해줬던 도민들에 감사드린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더 좋은 방송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MBC본부)도 이날 “오늘 해임된 최재혁씨는 김재철 사장 시절 MBC 아나운서국 몰락을 불러온 장본인이다. 2012년 MBC 170일 총파업 직후 아나운서들을 이른바 유배지로 부당 전보한 당사자”라며 “(최 전 사장은) 범법·위법 경영진을 보위하고 하수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제주 MBC 사장 자리를 꿰찼다”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제주 MBC 정상화로 지난 8년 간 계속된 방송 독립과 공정방송을 위한 MBC 구성원들 투쟁이 일단락 됐다”며 “MBC가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 사회 민주주의를 지키는 공영방송으로 바로 설 때까지 모든 조합원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주총회에 이어 열린 제주 MBC 이사회에서는 최 전 사장 후임으로 지난달 내정된 이승염 제주 MBC 신임 사장이 공식 선임됐다. 지난 1984년 MBC 방송경영직으로 입사한 이 신임 사장은 MBC 광고국장, MBC 감사국 감사1부 국장 등을 지냈다.

▲ 제주 MBC 사옥에 최재혁 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언론노조 제주 MBC지부
▲ 제주 MBC 사옥에 최재혁 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언론노조 제주 MBC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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