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의 성추행 의혹 ‘거짓말’을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제작진이 28일 오후 공식 사과했다.

블랙하우스는 지난 22일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사건 당일 정 전 의원 행적이 담긴 사진들을 ‘단독 입수’했다면서 공개했다.

하지만 28일 오전 정 전 의원이 사건 당일인 2011년 12월23일 오후 6시43분 현장(렉싱턴 호텔 레스토랑 ‘뉴욕뉴욕’)에서 사용한 카드 사용 내역을 찾았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블랙하우스가 정 전 의원 알리바이 증거만 뒷받침하는 사진을 내보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 S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사진=SBS
▲ S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사진=SBS
이에 김씨 하차를 요구하는 여론을 넘어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블랙하우스 제작진들은 이날 “방송 당시에는 ‘프레시안’이 정 전 의원의 카페지기였던 ‘민국파’라는 인물의 주장을 게재하면서 2011년 12월23일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익명을 요구한 사진기자로부터 2011년 12월23일 정 전 의원의 행적이 담긴 사진 780여장 중 일부를 입수했다”며 “모두 해당 사진기자가 직접 찍은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김어준씨와 정 전 의원이 특수한 관계라는 것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자칫 오해를 살 여지가 있음에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밝힌 첫 번째 이유는 사건 당일 오후 1~3시 사진에 남은 정 전 의원 행적은 민국파씨 증언과 맞지 않았고 정 전 의원 해명과도 일치하지 않아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입수한 사진을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위조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것.

제작진은 “논란이 된 특정 시간대에 대한 사실 확인에 집중했을 뿐 사건 전체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진실규명에 혼선을 야기했다”며 “시청자 여러분과 피해자 A씨(안젤라)께 깊이 사과드린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공정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 사과에도 논란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블랙하우스 방송분을 시청한 일부 누리꾼들은 정 전 의원 알리바이가 입증됐다며 안젤라씨를 온라인상에서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고 계속되는 논란으로 인해 안젤라씨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번 사태로 지상파 방송 진행자에 대한 자질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정 전 의원의 단짝 친구 김어준씨는 미투 운동의 공작론을 처음 거론하면서 성폭력 피해자의 2차 가해에 앞장선 인물”이라며 “김씨는 특히 정 전 의원을 노골적으로 감싸주기 위해 본인이 진행하는 지상파 프로그램까지 이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여성·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미투 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도 “공중파 방송을 사적으로 유용해 성폭력 가해를 무마하기에 급급하던 김어준과 그 동조 세력은 그 죗값을 치러 한국 사회의 선례로 남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 방송인 김용민씨 페이스북.
▲ 방송인 김용민씨 페이스북.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용민의 정치쇼’ 진행자 김용민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전 의원이 12월23일 ‘성추행 무관’을 입증할 것 같으니 그 증거 능력을 폄하하기 위한 한겨레시안(한겨레+프레시안)의 작전이 개시된 것 같다”면서 “지금 저들은 가능성이 희박하니 승리 전략 대신 무승부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는 등 정 전 의원에 힘을 실어왔다.

그러나 김씨는 정 전 의원이 거짓말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는 “제 글로 인해 마음 상한 모든 분들께 사과의 뜻을 표한다”라며 “이제 저는 정 전 의원과 함께 돌을 맞겠다. 정 전 의원에게 결과적으로 기운 글을 쓸 때 이미 각오한 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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