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해고유연화 등 노동 개악 정책들을 ‘노동 개혁’으로 포장·홍보하기 위해 공영방송 MBC 간판 토론 프로그램 ‘100분토론’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위원장 이병훈)는 2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관련 외압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저성과자 해고를 용이하게 하고 취업 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등 노동 개악 정책을 추진해 노동계와 큰 마찰을 빚었다.

▲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연합뉴스
▲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연합뉴스
개혁위는 박근혜 정부가 노동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에 비선조직을 꾸려 노동계에 전방위로 외압을 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외압을 주도한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의뢰할 것을 고용부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개혁위 조사 결과 박근혜 정부는 2015년 8월부터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이라는 비선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실’은 실질적으로 당시 김현숙 수석이 지휘해 청와대 노동시장개혁TF 회의(이하 BH회의) 자료를 작성하고 결정 사항을 집행하는 기구였다.

김 전 수석이 주재했던 BH회의는 보수 청년 단체 동원 방안, 야당 정책에 대한 대응 방안, 기획 기사 및 전문가 기고 조직화 방안, TV토론 기획 등을 결정 지시하고 실행 사항을 점검했다.

개혁위 조사에서 언론계 눈길을 끄는 대목은 ‘TV토론’이다. BH회의에선 언론사 TV토론 주제와 특정 패널 구성안을 제시, ‘공정해고’를 주제로 TV 토론을 추진했고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참여해 추진 현황 등을 보고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언급된 TV토론 프로그램이 MBC ‘100분토론’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청와대는 2015년 9월 주제와 특정 패널 구성안까지 제시하며 이른바 ‘공정 해고’, 즉 ‘쉬운 해고’ 문제를 토론하도록 MBC에 요구했다”며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실무를 챙기며 ‘100분 토론’ 추진 현황까지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5년 9월22일 ‘100분 토론’에선 “노동개혁, 남은 과제는?”이라는 제목으로 토론이 이뤄졌다. 토론 주제 가운데 하나가 “저성과자 해고, 기준 어떻게?”였다. 

▲ MBC 100분토론 진행자였던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 MBC 100분토론 진행자였던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당시 100분 토론은 MBC 편성제작본부 시사제작국의 프로그램이었다. 토론 진행자는 정연국 전 시사제작국장이었다. 정 전 국장은 이 방송이 나가고 한 달 뒤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이 됐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정 전 국장에 대해 “100분 토론에서 ‘박근혜의 입’ 역할을 하더니 실제로도 청와대로 가 ‘박근혜의 입’이 된 것”이라며 “그리고 편성제작본부장은 김현종씨였다. 그는 김장겸 보도본부장이 MBC 사장이 되자마자 목포 MBC 사장으로 영전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박근혜 정권과 부역자들은 공영방송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민주적 여론 형성 기능을 파괴했다”며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을 어긴 범법 행위이다.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불편부당한 공정 방송, 편성 보도 제작의 독립과 자율을 규정한 MBC 방송강령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청자의 자산인 공영방송을 특정 집단에 가져다 바치는 이런 조직적 범죄가 다시는 MBC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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