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의 골든타임이 다 지나고 나서야 최초 구조 지시를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실시간으로 구조상황을 보고 받았다는 주장도 거짓임이 확인됐다. 이날 온종일 자신의 침실 및 관저에 있었던 박씨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도 최순실씨와 회의를 한 후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가 28일 밝힌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및 대통령훈령 불법 변개 등 사건’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전 정부 인사들은 '세월호 7시간'을 조작했다. 박근혜에게 하지도 않은 보고를 했다고 하면서 마치 박씨가 세월호 참사에 시시각각 대응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박근혜 전 정부는 박씨가 사고 당일 오전 10시 최초 서면 보고를 받고 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 수사 결과 박씨가 최초로 보고받은 시간은 10시22분으로 나타났다. 

▲ 청와대가 세월호 구조 골든타임 시점으로 본 시각은 선내 탑승객이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오전10시17분 경이다. 사진=검찰 수사 결과 발표 자료
▲ 청와대가 세월호 구조 골든타임 시점으로 본 시각은 선내 탑승객이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오전10시17분 경이다. 사진=검찰 수사 결과 발표 자료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골든타임 시점을 10시17분 경으로 보고 최초 보고 시간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근혜 청와대는 세월호 탑승자가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한 시간인 10시17분 즈음을 골든타임으로 간주했고 이보다 앞선 시각으로 10시를 택해 최초 보고 시간이라고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날 10시15분에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수색하여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다수의 위기관리센터 근무자들 진술 등을 종합해 파악한 결론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박씨에게 오전 10시30분 경 부터 밤 10시 경까지 총 11회에 걸쳐 실시간으로 상황보고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박씨는 이날 실시간 상황 보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박씨는 정호성 전 비서관으로부터 이날 오후 및 저녁 시간에 각 1회씩, 총 2회 서면 보고를 받았다.

▲ 2014년 7월10일 세월호 사고 국조특위 부좌현 위원 서면질의에 대한 대통령비서실 답변서. 빨간색으로 줄친 부분이 모두 허위  진술이다. 사진=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자료
▲ 2014년 7월10일 세월호 사고 국조특위 부좌현 위원 서면질의에 대한 대통령비서실 답변서. 빨간색으로 줄친 부분 대부분이 허위 진술이다. 사진=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자료

박씨는 오전 10시22분 참사 사실을 최초 인지했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출석하기까지 7시간 가량이 걸렸다. 박씨는 중대본을 방문하기로 한 결정도 최순실씨와 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2시15분 최씨는 관저를 방문해 박씨를 비롯한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 등과 세월호 사고에 관한 회의를 했다. 박씨는 회의가 시작된 지 3시간 여 후인 오후 5시15분 경 중대본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씨는 이 사이 시간 동안 화장과 머리손질을 담당하는 정아무개씨 등을 불렀다.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된 세월호 참사 당일 박씨의 ‘세월호 7시간’을 시간순으로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0시 상황보고서 1보 초안을 받고 관저에 있는 박씨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대통령비서실 및 위기관리센터는 언론이 참사소식을 보도한 오전 9시 경부터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박씨가 보고받거나 지시를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2014년 4월16일은 수요일이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박씨가 2014년 4월 무렵부터 정호성 전 비서관으로 하여금 수요일엔 공식 일정을 잡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통상 공식 일정을 마치면 곧바로 관저에 복귀해 관저에서 업무를 보는 근무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사진. 사진=세월호침몰사고대책본부
▲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사진. 사진=세월호침몰사고대책본부
오전 10시9분 세월호는 좌현으로 73.8도 기울어 전복됐다. 사실상 선체 내부 생존자에 대한 즉각적인 구조가 불투명해진 시점이었다.

안봉근 전 비서관은 김장수 전 실장으로부터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지금 대통령에게 세월호 관련 상황보고서 1보가 올라갈 예정이니 대통령에게 보고될 수 있게 조치해 달라’고 듣고 이영선 전 행정관에게 연락을 했다.

10시12분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은 안봉근 전 비서관의 전화를 받고 본관 동문을 나선다.  

이영선 전 행정관이 운전한 차를 타고 관저에 도착한 안 전 비서관은 10시20분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합니다”라고 보고한다. 침실에서 나온 박씨는 “그래요?”라고 말한 후 다시 침실로 들어간다.

오전 10시22분 박씨는 김장수 전 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객실, 엔진실 등을 철저히 수색하여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파악한 박씨의 최초 구두 지시다.

세월호는 10시17분 이미 좌현으로 108.1도 기울어져 전복됐다. 사실상 배 안의 생존자 전원 구조가 불가능해진 시점이다.

10시41분 청와대 의무실 소속 간호장교가 관저로 들어가 박씨에게 의료용 가글을 전달했다.

10시36분부터 12시33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총 5회에 걸쳐 청와대 본관 사무실에 근무하던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4. 16. 여객선 침몰 사고 상황’ 보고서를 이메일로 발송했다.

박씨는 이를 실시간으로 보고 받지 않고 이후 오후 불상의 특정 시각에 일괄적으로 서면 보고 받았다. 검찰은 당시 박씨가 관저에 머무르고 있던 관계로 정 전 비서관이 즉시 보고서를 전달하지 않고 오후와 저녁에 각 1회씩 보고서를 일괄 출력해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후 2시15분  최순실씨가 관저를 방문해 박씨와 회의를 했다. 박씨는 회의가 끝난 후 중대본 방문을 결정했다.

‘문고리 3인방’ 비서관은 최씨의 관저 방문 일정을 미리 알고 관저에서 대기했다. 최씨는 박씨, 비서관 3인방과 함께 세월호 사고에 관한 회의를 했다. 검찰은 이 회의에서 박씨의 중대본 방문이 결정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A급 보안손님’으로 지정됐었던 최씨는 이영선 전 행정관이 운전하는 업무용 승합차를 타고 관저로 들어왔다. A급 손님은 관저 인수문 안까지 검색 절차 없이 차를 타고 들어올 수 있다. ‘비선진료 사건’에 연루된 김영재 의사와 그의 아내 박채윤씨도 A급 손님이었다.

오후 2시53분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박씨의 화장과 머리손질을 담당했던 정○○씨와 정△△씨에게 ‘상황이 급하니 빨리 청와대로 오라’고 전화 및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지시했다.

박씨는 ‘머리 손질’ 연락을 한 지 2시간 20분 가량이 지나서야 중대본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4시33분 관저를 출발한 박씨는 오후 5시15분 중대본에 도착해 세월호 참사 피해자 구조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한 박근혜씨. 사진=청와대
▲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한 박근혜씨. 사진=청와대
오후 6시 세월호 선체 대부분이 침수됐다. 선수 일부만 수면 위로 모습을 보였다. 중대본 회의를 마친 박씨는 저녁 6시 관저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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