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피해자 ‘안젤라’(가명)씨의 기자회견 이후 하루만인 28일 프레시안 기자들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고 서울시장 출마 역시 철회했다.

안젤라씨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시점을 2011년12월23일 5시 이후라고 주장했고, 정 전의원은 그 시기 렉싱턴 호텔에서 사용한 카드사용내역을 찾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수백장의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성추행을 하지도 않았고, 만남조차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정 전의원은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숙하고 또 자숙하면서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가 안젤라씨와의 만남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함께 활동했던 방송인 김용민, 김어준씨에게까지 비판의 화살이 향하는 모양새다.

28일 오전 정봉주 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1년 12월23일 렉싱턴 호텔에서 결제한 사실을 알고 즉시 경찰 측에 자료를 제공한 뒤 바로 프레시안 기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당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 카페에 간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그런 행위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라며 “제가 가지고 있던 780여장의 사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홍대와 병원뿐이었다”고 설명했다.

▲ 정봉주 전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성추행 의혹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의 기사에서 성추행 장소가 계속 바뀌는 등 기획된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성추행 의혹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의 기사에서 성추행 장소가 계속 바뀌는 등 기획된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그는 “27일 안젤라씨의 기자회견을 본 후, 23일 오후 6시43분 뉴욕뉴욕(당시 렉싱턴 호텔의 레스토랑) 결제내역을 스스로 확보했다”라며 “제 기억이 잘못되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28일 오전까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과 거취를 발표하겠다고 언론에 밝혔으나, 또 다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그는 성추행 폭로가 나왔던 3월7일에도 기자회견 5분 전에 일정을 취소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서울시장출마를 철회하겠다”며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숙하고 또 자숙하면서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고 썼다. 이어 그는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10년 통한의 겨울을 뚫고 찾아온 짧은 봄날이었지만 믿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적었다.

정 전 의원이 사실상 안젤라씨와의 만남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돌아서면서, 정 전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던 ‘나꼼수’ 멤버들에게 비판이 향하고 있다. 28일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폐지 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22일 방송에서 2011년 12월23일 하루 동안 정 전 의원이 찍힌 사진 780장 일부를 공개하며 정 전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폐지 청원에는 “정봉주 성추행 사건 등을 볼 때 공정하고 중립적이여야 하는 공중파 방송에서 편파적인 방송으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등 정규방송으로는 맞지 않다”고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는 28일 오후 4시까지 700여명이 서명을 했다. 

▲ 청와대 청원사이트에 올라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폐지해주세요' 청원글.
▲ 청와대 청원사이트에 올라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폐지해주세요' 청원글.
정치권에서도 정 전 의원과 함께 김어준씨에 대한 비판이 가해졌다. 바른미래당은 28일 논평을 통해 “정봉주 전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그동안 적극 부인하던 미투 폭로의 정황을 결국 시인했다”며 “그의 단짝 친구 김어준 씨는 미투 운동의 공작론을 처음 거론하면서 성폭력 피해자의 2차 가해에 앞장선 인물이며, 김씨는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을 노골적으로 감싸주기 위해 본인이 진행하는 지상파 프로그램까지 이용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나는 꼼수다’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이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앞장서 주도했던 것”이라며 “자신의 욕망에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려 하는 정봉주 전 더불어 민주당 의원과 김어준씨는 모든 방송에서 하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사건을 단순한 ‘기억 혼동’으로 치부하기에는, 그간 피해자에게 ‘정치적 의도’와 같은 프레임까지 덧씌우는 적극적인 언론플레이로 여론을 조성하던 그의 행보와 모순”이라며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견고한 성차별적 구조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정 전 의원의 태도를 비판했다.

‘나꼼수’멤버에 대한 비판이 늘자 김용민씨는 이를 의식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판을 듣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씨는 “정봉주 전 의원 관련해 그간 공격적으로 쓴 글들이 있었다. 대상은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이라며 “저나 그 언론들이나 정봉주 전 의원이나 낮 12시~5시 사이에 정 전 의원의 행적에 집중한 가운데 벌어진 논란인 점, 저는 그 시간에 정 전 의원이 여의도에 간 사실이 없다고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확신한 점, 그래서 무책임한 의혹을 생성해 정 전 의원을 성추행범으로 엮으려 혈안이 된 언론에 대한 질타를 한 점을 이제와서 이야기해봐야 지금 국면에서 누구에게 설득이 되겠느냐”라고 적었다.

김용민씨는 “제 글로 인해 마음 상한 모든 분들께 사과의 뜻을 표한다”라며 “이제 저는 정 전 의원과 함께 돌을 맞겠다. 정 전 의원에게 결과적으로 기운 글을 쓸 때 이미 각오한 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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