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정기 주주총회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열린 가운데 최남수 YTN 사장은 파업 중인 노조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달 1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 조합원 100여명은 우리사주조합원 자격으로 주총에 참석해 사장 자질을 문제 삼았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진 불륜 의혹을 포함해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 등을 논의했던 지난해 12월 노사 합의 파기 △최남수 사장의 이명박·박근혜 칭송·두둔 논란 △성희롱 트위터 논란 등 ‘사장 자격’ 공방이 이번 주주총회 현장에서도 이어진 것이다.

▲ 최남수 YTN 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의장 자격으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최남수 YTN 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의장 자격으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최 사장은 ‘성희롱 트윗’ 논란으로 지난 1월 간호사들과 전국 여성들에게 밝힌 사과까지 부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최 사장은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시절인 2009~2011년 자신의 트위터에 “으악 오늘 간호원은 주사도 아프게 엉덩이도 디따 아프게 때린다 역할 바꿔보자고 하고 싶당ㅎㅎ”, “흐미 간호원 아가씨 궁디에 주사 두방 두드려주는 손은 좋은데 주사는 영~~ 채식하라는데요. 아궁 고기가 두드러기 원인일수 있어서 아흑~”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또 최 사장은 자사 앵커를 언급하며 “머니투데이방송 대표 미녀앵커와 번개중입니다 싱글분들 손들어주셰용”, “저희 회사 미녀앵커 한 명 추갑니다 싱글들 주목!”, “저녁 행사에서 여성앵커를 소개하며 미혼이라고 했더니 남성들 환호성이 행사 종료 후 한국 남성들은 쭈빗쭈빗하며” 등의 트윗을 남겼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월 “최남수 YTN 사장이 머니투데이방송 보도본부장 시절, 이미 30여 년 전 명칭이 변경된 간호사를 ‘간호원’으로 호칭하며 간호사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비하를 서슴지 않은 것에 대해 전국 38만 간호사와 함께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최 사장은 “대한간호협회 회원들과 전국 여성들에게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문을 전했지만 이날 주주총회에선 “성희롱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YTN도 지난 26일 회사 명의로 트위터 논란에 대해 “7~8년 전만해도 사적 공간에 가까웠던 트위터에서 최 사장이 조직 내의 지위나 업무와는 관련 없는 지인 사이 대화에 관한 것”이라며 “더구나 그 표현은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 등을 느낄 수 있다고 인정되기 어려운 정도이며 무엇보다 성희롱 상대방이 특정조차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YTN 명의의 입장이나 성명은 최 사장과 YTN 주요 간부들이 의견을 모아 작성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현장에서 바로 반박됐다. 파업에 참여 중인 나연수 앵커는 최 사장이 트위터에서 앵커를 성적 대상화한 것 등에 대해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며 “앵커가 노리개인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나 앵커는 “사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최 사장에게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최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최 사장은 “(트윗에 적시된) ‘미녀’라는 단어의 의미는 그 자리(회식자리)에 있던 모든 분들이 아름답다는 뜻”이라며 비상식적 발언을 쏟았고 조합원 주주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성희롱을 가르는 기준을 가해자가 판단하느냐”, “이럴거면 사과는 대체 왜 한 것이냐”며 최 사장의 왜곡된 성 인식을 질타했다.

▲ YTN 정기 주주총회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열린 가운데 지난달 1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 조합원 100여명은 우리사주조합원 자격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해 최남수 YTN 사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사진=이치열 기자
▲ YTN 정기 주주총회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열린 가운데 지난달 1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 조합원 100여명은 우리사주조합원 자격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해 최남수 YTN 사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 사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영상 제보자들을 삼성과 연결시켜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이 현재 휴가 중이라고 밝혔다. 류 전 실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조합원들은 조사 대상자가 휴가 중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유신 YTN 기자는 “특종 제보를 삼성에 갖다 바쳤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3주가 지났는데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류 전 실장에 대해 해고를 포함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최 사장이 “오늘 파업이 며칠째인지 아느냐”는 조합원 질문에 즉각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단상 옆에 앉아 있던 한 YTN 간부가 손가락으로 숫자 수신호를 보내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조합원들의 언성이 높아진 뒤에야 “56일”이라고 대답한 최 사장은 “(YTN 간부의) 손가락을 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이사진 일부가 교체됐다. 7명 이사 가운데 4명 이사 임기가 끝난 가운데 김재윤 이사(한림제약 회장), 유준수 사외이사(전 KT&G CR본부장)는 재선임됐고 곽채기 동국대 교수가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남은 1명은 최 사장 추천 몫이지만 인선이 보류돼 공석인 상태다.

YTN 방송 파행이 장기화하고 있는 국면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21일 “직접 노사 양측의 의견을 듣고 규제기관 수장으로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심정으로 엄정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사 접점을 좀처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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