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언론적폐’의 중심에 기자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심 판결문을 공개한 오마이뉴스가 법조출입 기자단의 징계를 받으면서 ‘기자단’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박근혜 정부 때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지 않는 청와대 기자단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한 민영 뉴스통신사 기자가 목숨을 끊었는데 “배타적인 출입처 장벽”이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명재 자유언론실천재단 편집기획위원은 지난 22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기자단, 존재 이유는?’ 포럼 발제문을 통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 자신의 혁신 노력”이라며 “출입처 중심의 취재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출입처는 정부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권위주의 시절에 유효하던 제도”라며 “정보통신의 발달은 갈수록 출입처 기자실을 불필요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정부나 공공기관이 정보를 독점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 스스로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취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 기자회견.  ⓒ 연합뉴스
▲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 기자회견. ⓒ 연합뉴스

물론, 기자단 제도가 오보를 줄이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폐단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기자단은 △폐쇄적인 운영과 정보독점 △보도자료에 의존한 기사 쓰기 방식 △기자실 운영비로 인한 혈세 낭비 △촌지 수수 등의 의혹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명재 위원은 “어느 정권보다 언론을 철저히 억압했던 박정희 정권 때에 청와대 기자실이 마련됐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즉 기자실은 권력에 불편한 침입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잘 길들이면 ‘한 식구’로 지내며 우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권력은 간파했던 듯하다”고 밝혔다.

기자단이 언론 길들이기나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재 위원은 “출입처 제도에 익숙해짐에 따라 출입처의 공보담당자들이 갖다 주는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취재관행이 전문적인 취재보도기능을 스스로 퇴화시키고 있다”며 기자단이 저널리즘의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기자단 문제 개선을 위해 ‘사회적 개입’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이명재 위원은 “공공 공간 운용 가이드라인과 같은 것을 시민사회와 함께 언론과 정부가 공동으로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한 예로 군소매체의 할당제를 반영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기자실 문화는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이명재 위원은 “기자단의 성격이나 운영 행태는 세계의 저널리즘계에서는 볼 수 없는 예외적인 현상”이라며 “미국은 기자실에 상주하는 기자단이 없으며 백악관이나 국무성 등 큰 기관에는 기사작성이나 송고를 위한 ‘작업장’ 성격의 기자실이 있을 뿐이다. 정부 부처와 의회는 공개브리핑을 통해 언론과 접촉하고 있으며 외국 기자를 포함해 누구나 이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명재 위원은 그동안 기자실 개혁 목소리가 이어졌음에도 개선이 더딘 데는 기자단과 권력기관의 ‘공생’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단의 폐쇄성은 기자단이 소속된 기관의 권력의 크기와 대체로 비례한다. 권력의 크기는 공권력, 지배력의 그것이기도 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의 정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명재 위원은 이를 “권력의 일부를 할당받는 식으로 권력을 누리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는 것으로 권력과 언론의 상호 공생 공존”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명재 위원은 “우리나라 정부는 민간의 정보공개 요구에 소극적·자의적으로 응하기로 ‘악명’이 자자하다”면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비공개 대상 정보에 대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정보공개 청구의 실효성을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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