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YTN 사장이 자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이 밖에도 자신을 검증하고 비판한 언론에 기사 삭제를 요구한 정황이 폭로돼 YTN 안팎으로 ‘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언론 ‘미디어스’는 지난 21일 최 사장이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시절인 2010년 한 여성과 불륜 관계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사장은 같은 날 사내에 “결혼 생활이 평탄치 못했다가 사실상 이혼 상태까지 간 시기”라며 “저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다른 여성을 만났고 힘든 시기를 서로 위로하면서 동거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다소 오해가 있었지만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양해했다고 기억한다”며 일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미디어스 기사에 대해선 “‘사장 내쫓기’가 목적인, 공익을 상실한 글은 ‘기사’가 아닌 ‘정략적 음해’”라고 비난했다. 

최 사장은 “이런 정략적 음해를 기사로 게재한 인터넷 매체와 해당 기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YTN도 회사 명의로 26일 “해당 매체와 담당 기자에 대해선 이미 민·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 ‘최남수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YTN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월8일 최남수 YTN 사장과 대치하고 있다. YTN 노조는 이후 파업에 돌입했고 파업은 55일째 계속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최남수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YTN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월8일 최남수 YTN 사장과 대치하고 있다. YTN 노조는 이후 파업에 돌입했고 파업은 55일째 계속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를 보도한 송창한 미디어스 기자는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기사는 공영 언론사 사장의 도덕성과 직결돼 있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취재 당시에도 (최 사장으로부터) ‘보도하면 고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도 여부를 놓고 압박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미디어오늘을 상대로도 민·형사 소송에 돌입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4일 “최남수 YTN 사장, 이번에는 한일 역사관 논란”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최 사장의 역사관을 도마 위에 올렸다. 그가 머니투데이방송(MTN) 사장 시절이던 2015년 한 기업체 관계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왜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 사과하라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하는 등 왜곡된 역사관을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최 사장은 이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규정했다. 최 사장은 미디어오늘 상대로 한 소장에서 “언론인이자 언론사 대표로서 신뢰와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미디어오늘과 기자가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사장은 지난 8일자로 기자를 형사 고소했다고도 밝혔다. 

미디어스를 인용 보도한 경향신문을 상대로 YTN 사측이 삭제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22일 오후 “YTN 최남수 사장 ‘불륜 논란’… 노조 ‘언론사 간부 지위 이용한 것’”이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스 기사를 인용 보도했다. 

언론노조 YTN지부와 경향신문 기자 쪽 이야기를 종합하면, 보도 다음날 ㄱ YTN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경향신문 측에 “명예훼손이기 때문에 삭제를 요구한다”, “미디어스 기사에 소송을 걸 예정인데 기사를 내리지 않으면 경향신문에도 소송을 걸 것”, “내용 전체가 명예훼손” 등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YTN지부는 지난 23일 “최남수씨가 마음이 급했는지 언론사 협박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해당 언론사(경향신문)에서는 당연히 최남수씨 스스로 인정한 불륜 사실이기에 기사에 문제가 없다며 삭제를 거부했다”며 “그러자 더 가관인 것은 이번에는 누구를 시켰는지, 아니면 본인이 직접 전화했는지 모르지만 더 ‘높은’ 곳으로 전화해 다시 압박을 가했고 또다시 거절당했다. 해당 언론사가 오히려 불쾌감을 나타내며 공식적인 절차로 공문 등을 통해 문제 제기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후에는 답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미디어오늘을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해서도 “최남수씨 본인의 허물을 덮기 위한 소송전에 회사 돈 1원도 쓰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7일 통화에서 “공영 언론사 사장에 대한 검증은 언론의 기본 책무”라며 “방송사 사장들이 우월적 위치에서 자신에 대한 보호막 차원으로 소송을 남발한다면 이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남수 사장 측근으로 평가받는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의 아내인 김재련 변호사는 YTN 기자 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류 전 실장이 사회부장이던 시절 사건팀 막내였던 15기 YTN 기자 5명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최 사장과 류 전 실장을 비판하면서 김 변호사를 언급했는데 관련 내용이 허위이며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김 변호사 측 주장이다. 

이에 고소를 당한 YTN 기자들은 26일 “고소인은 김 변호사 한 명이었지만 사실상 법익 침해를 당한 사람으로 적시한 건 3명(최남수·류제웅·김재련)”이라며 “스스로 돌아보리라 기대했던 시간 동안 (류 전 실장이) 도리어 후배들을 겨냥한 형사 고소 준비를 해왔다는 것은 너무나 참담하다. 우리는 당당히 출석해 조사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YTN 기자들은 이번 고소 사건으로 오는 29일 마포경찰서에 출석할 예정이다. 류 전 실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영상 제보자들을 삼성과 연결시켜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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