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장이 27일 오전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는 “서울신문 사장 겉으로는 불개입. 속으로는 낙하산. 오만&불통 청와대”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1시간30분 동안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서울신문 사장 선임 과정에 청와대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음을 알리기 위함이다.
박 조합장은 “서울신문 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이 분명함에도 문제가 불거진 뒤 청와대는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는 서울신문 사장 후보자 3인 가운데 하나인 고광헌(전 한겨레 사장) 후보를 ‘낙하산 인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신문 주주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기획재정부(30.49%), 우리사주조합(28.82%), 포스코(19.4%), KBS(8.08%) 등이다. 정부 영향력이 미치는 지배구조다. 서울신문 주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 12일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장 선임은 무산됐다. 박 조합장은 사추위원장이기도 하다.
서울신문 사추위는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사장 공모를 마감했다. 마감 직전 ㄱ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행정관은 박 조합장에게 전화를 걸어 “필요한 서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공교롭게도 고 후보는 마감에 임박해 공모에 지원했다.
고 후보는 지난 6일 열린 경영 비전 공개 청취회에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모 마감 며칠 남겨 놓고 (서울신문 사장직을) 제안 받았다”며 “급하게 경영계획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고 후보의 경영 계획서는 다른 후보 경영 계획서를 참고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지난 26일 서울신문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이사 선임의 건’ 등 주요 안건은 사추위 파행 여파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날 기재부 측은 “사장 선임 절차를 특정 주주 이견으로 진행하지 않는 것은 다른 주주들에 대한 심각한 주주권 침해”라면서 “사추위를 28일까지 재소집하지 않을 경우 사추위원장을 다시 뽑을 것이며 신임 사장, 감사 등 임원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을 4월10일 이전에 개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사주조합 측은 “서울신문 구성원들의 선택과 결정을 무시한 채 서울신문 사장을 정부 마음대로 선임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조합장은 “청와대가 서울신문 사장 자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청와대 판단이 틀렸다면 이를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으로 파국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는 사장 선임 논란으로 고통 받고 있는 서울신문 구성원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인사들은 이번 서울신문 사태를 ‘나 몰라라’식으로 방관하고 있다. 정부가 서울신문을 ‘제2의 YTN’의 길로 밀어 넣으려고 하는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내부는 서울신문지부와 사주조합이 ‘낙하산 인사’라고 공격적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다. ㄱ행정관은 입장 표명에 난색을 표하면서도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노조 주장이 사실이라면 수적 우위를 앞세워 표결 등을 통해 사장 선임이 강행되지 않았겠느냐”며 서울신문 사장 선임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