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지난 2006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당시 MB 측이 작성한 기자 접대비 전표와 촌지 명목으로 돈을 준 문건을 확인해 보도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캠프나 정부에서 일했던 언론인 출신 인사의 명단이 확산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유한 서울 강남 영포빌딩 2층에서 출금 전표와 접대내역이 담긴 문서를 확보해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조중동 등 주류 매체에 속한 기자들의 이름과 접대비용, 특히 촌지 명목으로 준 내역까지 적혀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 당내 경선의 승리자가 대통령 당선에 유력했던 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치밀한 관리를 했던 것으로 추측됐다.

예상은 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돈을 통한 언론관리를 처음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미디어오늘 보도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을 적극 인용하는 매체는 없었다. 오히려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을 인용하면서 정치권력의 부적절한 언론 관리 문제를 제기한 곳은 인터넷 공간이었다.

누리꾼들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을 인용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캠프 당시 언론특보로 합류했던 39인의 출신 매체와 이명박 정부에서 자리 잡은 ‘요직’을 정리한 명단,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합류한 언론인의 출신 매체와 정부 기관 직책을 정리한 명단, 한나라당 공천 신청 언론인 15인의 출신 매체와 공천 신청 지역을 정리한 명단 등을 공유하며 확산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MB캠프 언론특보 33인’ 명단에는 곽경수 전 SBS 기자가 청와대 춘추관장을, 신재민 전 주간조선 편집장이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이동관 전 동아일보 정치부장이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내용이 담겨 있다.

‘정권 출범 이후 합류한 언론인 22인’ 명단은 ‘MB KIDS’라는 제목의 이미지 파일로 확산 중이다. 명단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김은혜 전 MBC 기자, 역시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박선규 전 KBS 기자,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유정현 전 SBS 기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6급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씨의 주장도 회자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07년 6월 한나라당 대선 경선 시절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후보가 1996년 선거 당시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들에게 술접대 뿐 아니라 성접대까지 조직적인 관리를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씨는 “100만원에서 등급별로 70만원, 50만원 정도 별도로 촌지를 교부했다”면서 “이(광철) 전 비서관(일반기자 관리)은 접대비로만 월 4000만원 정도가 든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최근에도 이 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15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보수 언론 기자들이 (자주) 찾아온다. 돈 많은 의원이니까 술 한잔 사달라고”라면서 “한달에 술값이 대략 4천만원 이상 씩 결제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국회의원 시절 한달 4천만원의 돈으로 언론인들을 관리했다는 김씨의 주장이 2007년 대선 경선 후보 시절 촌지 명목의 돈을 언론인에게 건넸다는 미디어오늘 보도와 겹치면서 신빙성 있는 주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MB 측 언론 관리 문제가 올라왔다. 한 누리꾼이 “(미디어오늘)기사에서 공개된 언론들 리스트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검찰에서 영수증과 문건을 확보한 이상 모든 리스트 공개하고 법대로 강력하게 조사해서 부패한 언론사들을 퇴출해달라”고 쓰자 1만 5천여 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언론에 대한 오랜 불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난 후 특정 정치권력과 언론인들 사이 ‘거래’로 볼 수 있는 내용이 드러나자 언론이 정치권력을 견제하지 못해 결국 시민들만 피해를 입었다는 분노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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