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등 일정한 거리를 두다가 24일 과거 이 전 대통령과 관계에서 느꼈던 감정을 털어놨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MB 정권 당시 법무부 장관을 해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한번 돌리고 싶었으나 MB는 나를 통제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당대표 선거에 까지도 다른 후보를 지원하고 정권 내내 나를 경계했다”며 “MB는 정치도 사업처럼 생각한 사람으로, 동지라는 개념보다도 이익 개념을 앞세우는 트럼프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을 알게 된 것을 지난 1996년 9월 초선의원 시절 이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할 때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그때 MB와 의원회관에서 만나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장외변론 해달라기에 대한민국 셀러리맨의 우상이고 모교의 우상이었던 MB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고 장외변론에 나섰다”며 “그 당시 MB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었다”고 회고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민중의 소리.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민중의 소리.
이후 홍 대표는 이 전 대통령 관련 수사를 계속 도와주면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다가 2006년 서울시장 경선 때 이 전 대통령이 자신보다 오세훈 후보를 선택하면서 둘 사이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했다.

홍 대표는 “그러다가 대선 경선을 앞둔 2006년 12월31일 다시 만나 도와주기로 하고 2007년 7월 대선후보 당내 경선 때 이명박·박근혜의 중재자로 대선 경선에 나가 당의 파국을 막았다”며 “2007년 12월 대선 때는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BBK사건 방어팀장을 맡아 대통령이 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MB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여당 원내대표를 맡아 당시 광우병 정국을 돌파하고 MB 정책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기여를 했음에도 원하던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지 않아 섭섭했던 감정을 술회했다.

다만 홍 대표는 지난 23일 이 전 대통령이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자필 편지에서 “재임 중 세계 대공황 이래 최대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평한 것과 관련해선 공감의 뜻을 밝혔다.

홍 대표는 “그래도 MB시절 대한민국은 안정되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가장 먼저 탈출해 번영을 이루었던 시기라고 나는 생각한다”며 “그런 대통령을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복수의 일념으로 개인 비리를 털어 감옥에 보내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우리 당을 탈당한 분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우리 당에서 출당한 분”이라며 “둘 다 똑같이 당 차원에서의 대응은 없다. (이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옛날에 ‘형님’ ‘아우’ 하던 사이니까 개인적 의견 표명은 할 수 있지만 당 차원의 대응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던 지난 14일에는 “굳이 말하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개인 비리 혐의로 포토라인에 선다”며 “죄를 지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나 복수의 일념으로 전전 대통령의 오래된 개인 비리 혐의를 집요하게 들춰내어 꼭 포토라인에 세워야만 했을지, MB처럼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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