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사내 성폭력을 은폐·무마하려 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피해자 동의 없이 과거 성폭력 사례를 들춰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제원 대변인은 23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후보자가 KBS 부산방송총국 편성제작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사내 성폭행이 발생했으며, 양 후보자가 가해자에 대한 인사위원회 소집 없이 사건을 무마하고 은폐·축소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해 신원이 특정될 수 있을 만한 정보들을 공개하며 거듭 “실명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피해 당사자에게 폭로에 대한 동의를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보를 받았다”고만 했다.

장 대변인 기자회견 이후 피해자가 속한 KBS부산작가회는 “당시 사건은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이라고 바로잡으며 “현재 피해자는 오보로 인해 2차 피해를 받고 있다. 피해자 및 작가회 동의 없이 이뤄진 제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KBS부산작가회는 “당시 작가회는 가해자 PD에 대해 KBS부산PD협회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이후 양승동 당시 KBS 부산 국장은 작가회 의견을 수렴해 사건 해결에 힘썼다”며 “사건 무마, 은폐 시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 사진=민중의소리.
▲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 사진=민중의소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방송작가지부는 장제원 대변인과 자유한국당을 ‘성폭력 2차 피해’를 가한 가해자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방송작가지부는 “본인의 자유 의사와 무관하게 몇 해 전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하고, 왜곡된 내용으로 2차 피해를 겪어야 하는 피해자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토록 무책임한 기자회견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작가지부는 “장 대변인의 기자회견은 피해자와 아무런 관련 없이 오로지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흠집내기’를 목적으로 이뤄진 무분별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미투 열풍에 편승해 피해자의 처지와 입장에 대해서는 일말의 고려도 없이 정치 공세의 도구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과 장제원 대변인은 미투에 편승한 ‘아니면 말고’식 폭로가 아니라 방송 작가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 개선에 애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송작가지부는 “방송작가들이 언제든 성폭력을 당할 수 있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양 후보자와 KBS는 방송작가를 비롯한 방송계 약자들이 성폭력과 억압적 환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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