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중후반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선 주식회사 ‘다스’ 실소유주자가 누구냐를 두고 창과 방패의 대격돌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 20개 혐의 중 과반이 ‘다스의 주인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수감된 와중에도 변호인단과 ‘다스 방어’ 전략 수립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밤 11시10분 경 구속영장이 전격 발부됨에 따라 23일 새벽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의 구속가능 기간이 최장 20일임을 고려할 때, 검찰은 4월 초중반 경까지 수사를 마무리한 후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최초 공판준비기일은 이로부터 1~2주 후인 4월 중후반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이 전 대통령 사건은 ‘제2의 국정농단’이라 불릴 정도로 혐의의 양과 관련된 공범 수가 방대하다. 이 전 대통령 범죄 사실은 20개 사건으로 이뤄졌다. 종류별로 묶으면 △다스 비자금 348억 원 횡령 △횡령에 따른 31억 원 법인세 포탈 △다스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뇌물 120억 원 수수 △대통령기록물 무단 반출 등이다.

또한 사건의 상당수가 최소 형량이 5~10년인 중대 범죄 혐의다. 분식회계로 다스 자금 339억 원을 빼내 임의로 사용한 횡령 사건은 최소 유기징역형이 5년이다. 뇌물수수 건은 1건을 제외하고 뇌물액이 모두 1억원을 넘는다. 뇌물액이 1억 원 이상이면 최소 유기형량은 10년이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 재판은 재판이 한 주에 3~4회 씩 밀도높게 열리며 진행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증거기록이 14만 페이지에 달하고 130여 명의 증인이 나왔던 파면 대통령 박근혜씨의 경우도 9개월 여 간 재판이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도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자주 법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MB, ‘다스 내 것’ 하는 순간 유죄 수순… 기소 전 재판 전략 ‘올인’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와 관련해 ‘꼬리 자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통령 주요 혐의는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가 아니라면 △다스 자금 348억 원 횡령 △삼성의 다스 소송비 67억 원 대납 뇌물 △공무원에 다스 업무 강요 △다스 법인세 31억 원 포탈 등 혐의는 실제 다스 임원진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 사진=3월22일 YTN 보도 캡쳐
▲ 사진=3월22일 YTN 보도 캡쳐

검찰은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검찰이 실소유주 소명을 위해 구속영장청구서에서 할애한 쪽수만 20여 쪽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설립 과정부터 임원인선이나 주요 현안 결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아들 이시형씨에게 경영권을 어떻게 물려주려 했는지 등을 소명했다. 검찰은 다스 비자금 조성 지시라인과 전달 경로도 세부적으로 적시했다.

구체적인 소명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거나 이행한 공모자들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이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 전 대통령에게 걸림돌과 같다. 방어 전략을 잘 못 짜면 재판부로부터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나쁜 인상만 심어줄 위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강조한 ‘나쁜 죄질’에 대해 세탁 전략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의 구속영장청구서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조세포탈 전략을 잘 세운 조카 이동형씨에게 ‘잘했다. 동형이 잘했다. 너 혼자 다 해도 되겠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다스 소송비를 더 많이 지원하겠다는 삼성 측 말을 전해 듣곤 ‘밝게 미소를 지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영장을 발부한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며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 내 11㎡ 크기의 독실에 수용됐다. 변호사 접견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인 점에서 횟수와 시간의 제한이 없다. 고위공직자 및 대기업 총수 구치소 수감자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변호인을 접견해 대부분의 시간을 접견실에서 보낸다. 이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다.

강훈·피영현·박명환·김병철 변호사가 법무법인 ‘열림’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이들이 매일 동부구치소를 들러 이 전 대통령과 변론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엔 12억5천 만원 상당의 국정원 특활비 뇌물 수수 혐의가 빠져있다. 검찰이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청구서에 적지 않은 혐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재판이 6개월 내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감안해 향후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위한 카드로 이 혐의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