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은 22일 밤 11시6분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1시간10분 만에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불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서류심사를 통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측근들과 함께 결과를 기다리던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 직후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자필 입장문을 공개했고, 0시1분 집 앞에 도착한 검찰 호송차에 올랐다.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은 노태우·전두환·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재임 중 비리로 구속된 4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구속일을 포함해 20일 안에 피의자를 기소해야 한다. 6·13지방선거를 고려해 기소를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김윤옥 여사의 뇌물수수 정황에 대한 소환조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9일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1000쪽 분량 의견서를 포함해 총 8만 쪽, 157권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제출했다.

다음은 23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명박 구속… 전직 대통령 4번째 사법처리”

국민일보 “MB 구속… 전직 대통령으론 4번째”
동아일보 “또 철창에 갇힌 전직 대통령”
서울신문 “부끄럽고, 부끄럽다”
세계일보 “MB 끝내 구속…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조선일보 “이명박 前대통령 한밤 구속”
중앙일보 “MB 구속수감”
한겨레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한국일보 “MB 구속… 前대통령 2명 동시 수감”

“MB 모르쇠 전략은 안 통했다”

국민일보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제기된 다스 실소유 논란 등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던 게 그를 옭아맸다. 이 전 대통령은 방어권인 구소건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하는 강수를 두며 ‘정치 보복’ 프레임을 노렸지만 이 역시 자충수가 됐다”고 해석했다.

이 전 대통령이 영포빌딩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청와대 문건 등 자료에 대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MB 재산관리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영포빌딩에 보관하던 차명재산 리스트를 훼손하려다 구속된 정황도 영장 발부에 참작됐다. 과거부터 다스나 도곡동 땅 등 차명재산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해 온 점도 증거 인멸 우려를 높인 요인으로 꼽혔다.

20180323_한겨레_박근혜 수감된 서울구치소 피하고 재판받는 중앙지법 가까운 점 고려_사회 03면.jpg

이 전 대통령이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이유는 서울구치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점을 고려한 조치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서울구치소 외에) 동부구치소가 이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게 될 서울중앙지법과도 가깝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는 법무부 관계자 말을 전했다. 이 전 대통령에겐 박근혜 전 대통령 전례에 따라 전담 교도관 6명이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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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3면에 “나의 구속으로 함께 일한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 덜었으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측근에 둘러싸인 이 전 대통령 모습과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의 눈물 사진을 게재했다. 제목으로 인용된 내용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영장 발부 직후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자필 입장문 중 일부이다. 구속영장 발부 스케치 기사 역시 이 전 대통령과 측근의 모습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다.

조선일보는 “구속은 유죄라는 것이 아니다. 구속영장은 유죄가 의심될 정도로만 혐의가 소명되면 발부된다”며 “앞으로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 3면도 “내 구속으로, 함께 일한 사람·가족 고통 덜었으면”이라는 제목 아래 이재오 전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동관 전 홍보수석 사진을 실었다.


“MB구속, 끝 아닌 시작”… 일부 언론, ‘정치보복’ 프레임 동조

사설에서도 언론사별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구속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부인 김윤옥 여사 역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라고 못 박았다.

한겨레는 “일각에서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의 선처 주장을 펴기도 했으나, 영장에서 드러난 그의 죄상을 보면 공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 전 대통령이) 외부에는 “다스는 형님 것”이라고 거짓말하면서, 청와대 안에선 다스 재산 관리와 소송에 공무원을 총동원했”고 “삼성에 소송비용을 물게 해놓고 “이자까지 받아내라”고 변호사 쪽에 지시하고, 퇴임 직전엔 “(삼성이 대납한) 남은 돈도 받아오라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과연 대통령의 직위에서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며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을 기만한 데 대해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터에 ‘정치보복’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으니 딱할 노릇이다. 영장실질심사 직접 참석을 거부해 서류심사로 구속 여부를 결정한 것도 정치보복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꼼수’에서 나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사실이 아닐 여지를 남기는 듯한 시각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제시했던 의견처럼 전직 대통령을 헌정 질서 파괴 이외의 일로 구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전 대통령) 주변인 잘못에서 빚어진 일이고 본인은 잘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에게는 가족과 측근에게 미룰 수 없는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이 전 대통령 수사는 혐의가 아니라 사람을 표적으로 진행돼 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국정원과 군(軍) 댓글 사건에서 다스 의혹, 국정원 특수활동비, 삼성 소송비 뇌물 사건으로 타깃을 계속 바꿔가며 6개월 넘게 이어졌다. 10년도 더 지난 대선자금 문제까지 파헤쳤다. 전형적인 표적 수사”라며 “검찰은 법으로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를 거의 공공연히 하면서 여론몰이를 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사설을 게재하지 않았다.


文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전문 공개

청와대가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전문을 공개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 소속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분리, 국회와 총리 권한 강화, 대법원장 인사권 축소, 선거 비례성 원칙 명문화,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 명기 등 내용이 새롭게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아랍에미리트 순방 기간 중인 오는 26일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20180323_한겨레_“대통령 4년 연임제는 국민 뜻…국회 총리선출은 내각제”_정책 05면.jpg


개헌안의 권력구조 개편 내용 중 ‘대통령 4년 연임제’에 대한 관심이 단연 집중됐다. 청와대는 ‘대통령제는 국민의 뜻’, ‘4년 연임제는 다수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하며 국민 여론을 문 대통령 개헌안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으로 삼았다. 반면 야당이 요구하는 국회 총리 또는 선출제 개헌안에 대해서는 ‘의원 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며 거부를 명확히 했다.

‘정통성’ 확보를 위한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선에서 유효 투표 과반을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다시 해서 다수 득표자를 선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개헌안 부칙에는 ‘개정 헌법 제안 당시 대통령 임기는 2022년 5월9일까지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명시했는데, 청와대는 이를 두고 “일각에서 문 대통령이 4년 연임제 적용을 받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주장”이라고 주장했다.

20180323_서울신문_정부 법률안 제출, 의원 10명 동의해야… 예산 편성도 국회가_정치 04면.jpg

개헌안에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 권한을 확대해 행정부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면 ‘국회의원 10명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국회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해 ‘예산 법률주의’를 도입해 재정 운영 중심을 행정부에서 국회로 이관하고, 정부의 예산안 국회 제출 시기를 현행보다 30일 앞당겼다.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은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두며, 감사원장을 포함한 감사위원 7명 중 3명을 국회에서 선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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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국회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는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헌법에 명시했다. 선거운동 자유의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도록 돼 있던 조항을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되 후보자 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 제한’한다고 바꿨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춰 청소년 선거권을 헌법으로 보장한다는 내용도 개헌안에 포함됐다. 헌법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될 경우 ‘19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현행 공직선거법이 자연스레 위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간 요구된 ‘선거연령 하향 조정’이 반영된 내용으로 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소년의 선거권 인하를 위한 농성이 국회 앞에서 시작됐다”며 “언제 또 올지 모르는 다음 개헌 때까지 선거권을 18세로 못받아 둔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교육감 선거의 경우) 국회가 교육감 선거 선거권자 연령 낮추는게 필요하다면 법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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