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방해 지침을 이행한 의혹을 사고 있는 황전원 ‘2기 특조위’ 상임위원이 첫 출근 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월호 유족 측의 반대시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유족은 이날 특조위 건물 앞에서 1시간 동안 ‘황전원 사퇴’ 피켓시위를 벌였다.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회원 30여명은 22일 오전 9시 사회적참사 특조위 2기 사무실이 들어설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 앞에서 ‘황전원 특조위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황 상임위원의 출근을 지켜보기 위해 이날 오전 8시부터 건물 입구에서 항의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출범기획단 사무실 내 있는 황전원 상임위원의 의자에 '출입금지'가 적힌 종이가 테이프로 수십번 휘감겨 붙어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출범기획단 사무실 내 있는 황전원 상임위원의 의자에 '출입금지'가 적힌 종이가 테이프로 수십번 휘감겨 붙어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황 상임위원은 2016년 2월, 2017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세월호 유족으로부터 특조위 활동 방해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해수부 및 청와대가 작성한 특조위 방해 행동지침을 그대로 이행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해수부가 작성한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건에는 “BH조사 건 관련 적극 대응” 요구가 적혀 있고 ‘여당추천위원들이 조사의결과정상 문제제기를 하고 필요시 전원 사퇴 입장을 부위원장 주재 기자회견에서 진행하라’는 구체적 방침이 덧붙여져 있다. 실제로 2015년 11월19일 이헌 전 부위원장을 비롯해 황전원·고영주·차기환·석동현 전 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조위가 불필요한 정치적 조사에 시간을 허비할 경우 전원 총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세월호 유족 및 416연대는 이날 2014년 11월7일 통과된 ‘4ㆍ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4조를 읊었다. 이 법 4조는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할 때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회원 30여명은 22일 오전 9시 사회적참사 특조위 2기 사무실이 들어설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 앞에서 ‘황전원 특조위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회원 30여명은 22일 오전 9시 사회적참사 특조위 2기 사무실이 들어설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 앞에서 ‘황전원 특조위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자유한국당의 위원 추천은 국회 의사결정 과정으로 존중한다. 하지만 황전원은 아니”라면서 “특조위는 우리 가족들이 단식투쟁하고 노숙농성하면서 만든 것이다. 이게 마지막이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범죄 혐의가 뚜렷한 황전원을 추천한 자유한국당도, 추천받아 온 황전원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장 분과장은 자유한국당 및 황 상임위원을 향해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요청드린다”며 “황전원은 스스로 위원직을 사퇴하고 자유한국당은 황전원 말고 다른 사람 추천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황 위원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특조위 출범기획단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월호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끝낸 직후 8층 사무실을 들러 그의 임시 업무자리에 ‘출입금지’라고 적힌 종이를 붙였다. 한 유족은 황 위원 자리에 놓인 의자에 출입금지 종이를 테이프로 십수번 감아 붙였다.

정세균 국회의장 추천 몫의 장완익 변호사와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의 문호승 전 감사원 사무처장,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오전 9시 경 건물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유족들의 박수를 받으며 건물로 진입했다.

▲ 특조위 2기 상임위원으로 인선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맨 오른쪽), 장완익 변호사(오른쪽에서 두번째), 문호승 전 감사원 사무처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3월22일 오전 유족의 박수를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특조위 2기 상임위원으로 인선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맨 오른쪽), 장완익 변호사(오른쪽에서 두번째), 문호승 전 감사원 사무처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3월22일 오전 유족의 박수를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황 위원에 대한 고발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참고인 조사는 진행 중이고, 황 위원 소환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철 416연대 홍보팀장은 “특조위 상임위원은 정무직 공무원인데 특조위를 방해한 피의자 신분은 충분히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 “향후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될 시 이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조위 2기 사무실은 포스트타워 17~20층에 들어설 예정이다. 특조위 2기 상임위원들은 지난 21일 청와대 재가를 받고 22일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중동 등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후 이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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