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한겨레 편집국장이 국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는 21일 오후 한겨레 임직원들에게 이와 같은 소식을 전하며 “적잖은 시간을 두고 거듭 만류했지만 뜻을 꺾지 못했다”면서 “가능한 가장 신속하게 후임 국장을 지명해 편집국 구성원들께 동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창간 30년을 새로운 혁신의 동력을 모으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며 “미디어 급변 시대에, 안팎의 난제들을 풀어가야 할 한겨레 편집국장한테 반드시 필요한 혁신의 열정과 의지가 취임 초만 못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도모할 혁신의 열정과 의지가 충만한 새 국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지난해 3월 편집국장에 취임했다.

양 대표는 “이 국장이 편집국을 이끈 지난 1년은 돌아보기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속이었다”며 “취임 직후 발생한 동료의 비극적인 죽음에서부터 시작해, SNS 댓글 파문, 일부 전통적 독자층의 비난과 이탈 등 이전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건과 사고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편집국의 최선두에 서 있던 이 국장은 지친 밤 사건·사고 수습에 매달리다 창백한 새벽을 맞곤 했던 것을 저는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제훈 전 한겨레 편집국장.
▲ 이제훈 전 한겨레 편집국장.
양 대표는 이제훈 국장이 이끈 한겨레 편집국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 특종 보도들, 제주 현장실습생 이민호씨의 사망 사건, 강원랜드 등 채용 비리 전반에 대한 집중 보도 등이 잇따랐고, 한겨레는 다시 한 번 압도적인 ‘기자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며 “특히 한겨레는 지난해 여름부터 대다수가 심드렁해 하던 평창올림픽을 한반도 평화를 일구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는 문제 의식으로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는, 꿈같은 현실의 도래에 한겨레가 큰 기여를 했다고 우리 모두 자부해도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대표는 “저는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한 이 국장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보도를 지휘할 수 있기를 바랐고 최소한 중간평가 시기까지라도 편집국을 이끌어가길 기대했다”며 “그러나 세상을 바꾸고 조직을 이끄는 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의지’와 ‘열정’이라는 사실을 더는 부인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현장에서 기여하겠다는 이 국장의 바람을 마냥 뿌리치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게다가 지금은 편집국 사령탑의 조그마한 공백을 한시도 허용할 수 없는 중차대한 상황”이라며 “창간 30년을 앞둔 한겨레는 혁신의 열정과 의지를 새로 벼리고 지난해 여러 돌발 사태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콘텐츠와 공정의 혁신을 이뤄야 할 중차대한 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리 없이 이 국장의 사의를 받아들이고, 조직을 새롭게 정비해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이제 저는 편집국의 새 사령탑을 찾는 어려운 숙제를 풀기로 했다”며 “가능한 가장 신속하게 후임 국장을 지명해 편집국 구성원들께 동의를 요청하겠다. 그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고 두루 의견을 들어 적임자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끝으로 “한겨레 역사상 가장 험난한 시기에 편집국장을 맡아 분투해온 이제훈 국장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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